2018년 수능 외국어영역이 유난히 난이도가 높은 모양이다. 지문도 상대적으로 예년보다 긴 듯하다. 


외국어영역 난이도가 높게 나왔을 때 흔히 나오는 기사가, 원어민, 심지어 영어선생인 그들에게 풀어보라고 했는데 그들도 어려워하거나, 제 시간에 못 풀거나, 오답을 내더라는 것이다. 그만큼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여 전체적으로 수능 응시생들이 어려움을 겪었더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능 외국어영역의 문제는 난이도가 높은 문제, 소위 불수능의 문제가 아니라, 문제 출제 방식이 지극히 한국적이기 때문이다.


TOEFL이나 GRE, IELTS 등은 원어민이 출제하는 시험이지만 난이도, 어휘 수준 면에서 압도적으로 난해하여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그대로 적용하기는 곤란하다. 하지만 대학 입시를 위해 전국의 응시자들을 1등부터 꼴등까지 줄은 세워야겠으니 변별력을 가장한 한국식 수능이 탄생하는 것이다.


수능 외국어영역 지문을 보면, 원어민이 쓴 영어 지문 중 상대적으로 짧거나 고등학생 수준으로 단어를 변경한 지문이 아니라, 아예 한글이었던 원문을 한국인 영어과목 선생이 출제자가 되어 번역하여 만든 지문이 대부분이다. 즉 문제를 위한 문제를 만들기 위해, 원어민이 아닌 한국 영어 선생들이 모여 한국식 문체로 지문을 만들어 출제를 하니 이 사단이 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적 문체에 한국적 문장 및 논리 흐름을 보면서 원어민 선생들이 당연하게도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 외국어 영역을 원어민이 출제하게 하거나, 최소한 원어민을 출제진에 포함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보안과 책임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수능의 문제이기 때문에 철저히 보안이 지켜져야 하고, 수능 출제 후 출제진의 커뮤니케이션과 동선도 철저히 통제가 된다. 외국 국적, 다른 언어의 원어민은 그렇게 하기 어려운데다,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을 시에 책임을 묻기도 제약이 따른다. 따라서 한국 사람들이 모여서 한국 문체로 만든 영어 시험, 수능 외국어 영역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세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 성인 미만 청소년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공신력 있는 영어 시험을 국가가 주관하거나 국립대학에 위탁하여 만드는 것이다. 일례로 서울대는 TEPS라 하여, TOEIC에 준하는 자체 영어 시험의 기준을 만들었다. 행정고시, 외무고시의 경우도 영어 자격을 토익, 토플 등으로 대체한지 오래다. 수십 만이 응시하는 수능까지 TOEIC으로 대체하여 ETS라는 미국 사기업의 배를 불려줄 필요는 없고, 국가가 원어민을 동원하여 정기적으로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다. 이는 수능 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내신 영어 과목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둘째, 외국어 영역 지문에서 한국 출제진이 번역한 지문 말고, 원래 존재하는 원어민의 지문 (픽션, 논픽션 등)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실제 토플과 GRE 등은 그렇게 하고 있다. 고등학생의 어휘 수준에 맞는 원어민의 픽션, 논픽션 지문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셋째, 출제는 한국인 출제진이 하더라도 최소한 검수 단계에서 외국인을 도입하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보안 각서 등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알파벳만 사용하고 문법만 맞다고 해서 영어가 아니다. 초중고생의 모든 기준이 되는 수능이 실제 원어민이 사용하는 표현으로 바뀌어야 한국의 영어 실력이 진정으로 향상될 것이며, 외국어 영역의 난이도가 매년 달라지는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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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연아, 박지성, 손연재가 싫어요.  (14) 2017.12.08

우리 나라에 공인들(public figures) 가운데 안티가 거의 없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다양한 선호를 가진 대중에게 다각도로 노출되는 공인들의 특성 상 그런 사람은 손으로 꼽을 만큼 적을 것이다. 그 중 한 예가 국민MC라 불리우는 유재석일 것이다. 그리고 또 아마 올림픽 금메달에 빛나는 김연아, 그리고 한국 축구의 자랑 박지성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김연아, 박지성이 싫다. 그리고 각종 수상, 심사 논란으로 다소의 안티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손연재도 싫다. 

 

2016년 우리는 최순실, 박근혜라는 거대한 국정농단의 실체와 맞이하였다. 그 불씨가 되었던 것은 이화여대의 정유라 관련 입시 비리였다. 교육과 입시에 관한 한 특히 민감한 한국이라는 배경에서 총장과 교수들이 부정 입학, 성적 처리에 관련되었던 것은 우리 사회가 정리해야할 수많은 적폐 중 하나였으리라. 

 

그런데 대중이 정유라에게 분노하듯, 나는 박지성, 김연아, 손연재에게도 비슷한 불편함을 느낀다. 

 

첫째는 과연 그들이 대학을 진학해야만 했는가 하는 것이다. 한류열풍의 원조격으로, 걸어다니는 기업이라 불리웠던 가수 보아의 경우, 당시의 분위기로 여러 대학에 특례 입학이 가능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과정까지 이수한 상황에서 대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그녀의 과거 인터뷰 기사는 다음과 같다.

 

 

"학업과 연예활동의 병행이 쉽지 않음을 일찌감치 느낀 그는 학교 대신 무대를 택했다. 보아는 "대학교도 가볼까 생각했었지만 가수 활동 때문에 유령 학생이 될 수밖에 없겠더라"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학교에 가는 것은 싫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나는 학교에 나가는 대신 가수로서 활동하며 값진 경력을 쌓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해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김연아, 손연재 못지 않게 뭇 남성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가수 아이유의 경우 역시 대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그녀는 라디오스타 프로그램에 나와 이렇게 이야기했다.  

 

 

"아이유는 대학에 가지 않는 이유에 대해 "대학에 진학해도 잘 못 나갈 것 같다" 라며 제대로 할 수 있을 때 가고 싶다" 라고 이야기했지요. 그러자 김구라는 농담으로 "간판이라도 슬쩍 걸어놔라" 더니 나중엔 "꼭 대학에 갈 필요있나?"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이유는 동의했구요."

 

 

외국의 경우에도 성적이 우수하지 않은 스포츠 선수들이 유수의 대학으로 진학하는 사례를 보았을 때, 입학까지 특혜 시비를 걸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김연아의 경우, 고려대 진학 후 해외 전지훈련으로 일 년 중 수업을 거의 나갈 수 없는 상황임이 100% 확실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진학했다. 보아와 아이유의 용기 있는 결정에 비해 의도가 사뭇 다른 결정이었다. 실제로 그녀의 학기의 출석과 시험의 상당수는 리포트로 대체되었다. 

 

미국의 경우, 선수들도 예외 없이 학점을 이수해야 하고, 심지어 경기를 뛰기 위해서는 일정 성적 이상을 맞아야만 하는 의무 규정을 둔 학교들도 있다. 모든 선수들이 출석은 반드시 해야 하며, 부득이하게 원정 경기 일정과 수업이 겹쳐 수업을 나오지 못할 경우에는 그때마다 학교 내 부서를 통해 교수에게 반드시 결석계 허락을 받아야 한다. 우수한 선수의 경우, 프로팀 진출 등으로 대학에서의 학점 이수가 더 이상 어렵다고 생각이 들 때에는 아예 휴학 또는 자퇴를 한다. 미국 대학선수들은 프로에 진출하는 즉시 휴학 또는 자퇴를 하는데, 휴학을 해서 다시 돌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김연아 고려대 학부 시절이나, 박지성의 명지대 대학원 시절처럼, 아예 해외로 나가 수업을 참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학점을 받는 일은 불가능하다.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어마어마한 사건이 터지지 않았다면, 정유라의 대학 진학도, 수업을 참석하지 않은 채 받은 학점도, 시험을 치르지 않고 받은 학점도 그저 관행이라는 이유로 넘어갔을 것이다. 김연아의 학부 생활, 박지성의 석사 생활은 누가 봐도 명백한 특혜였다. 그들이 스포츠의 자기 분야에서 커다란 실적을 내었고, 국위 선양을 했다는 이유로 특혜인 것이 특혜가 아닌 것이 될 수는 없다. 잔다르크가 나라를 구했다 해서 물리학 학위를 받을 자격이 생기는가? 

 

김연아, 박지성을 제외한 모든 대한민국의 대학생, 대학원생들은 수업을 1/3을 빠지면 예외 없이 F학점을 맞고, 심지어 대학원 수업의 경우 한국의 분위기 상 한 번의 결석도 허용이 되지 않거나 불이익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4년동안 이수한 학점 가운데 특정과목 점수 하나로, 혹은 과목 하나로 졸업을 못해 피눈물을 흘리는 학생들도 있다. 학교에는 예외가 없기 때문이다. 왜 그들만 예외를 허락받고 박수를 받아야 하나? 학위(degree)라는 것이 그토록 가벼운 것인가

 

정유라의 특혜, 총장의 만행, 최순실의 폭언이 캠퍼스 안에서 이루어지면서도, 정년 심사를 받지 않은 조교수, 부교수였다면 감히 총장의, 학과장의 지시를 거역할 수 있었을까? 김연아, 박지성이 출석을 못했으므로, 그들에게만 예외를 허락할 수 없으므로 F를 받아야한다고, 나는 학점을 줄 수 없다고 감히 어떤 교수가 나서서 말할 수 있었을까? 

 

손연재는 리듬체조 팀을 보유하고 있는 세종대, 한양대, 한국체대 중 하나로 진학하지 않고, 연세대를 택했다. 위 아이유와 보아의 당당한 발언에 비하면 손연재도 많이 아쉽다. 도저히 좋아할 수가 없다.

 

김연아, 박지성, 손연재를 싫어하는 두 번째 이유는 그들이 수업 참석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각종 광고나 행사 활동만큼은 적극적이었다는 것이다. 김연아는 지난 몇 년 간 매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광고를 많이 찍은 공인 중 한 명이다. 수업을 나갈 상황이 못되었음에도 광고를 찍을 시간은 그리도 많았을까.

 

김연아와 박지성을 싫어하는 세 번째 이유는 그 둘이 대학원 진학을 했다는 것이다. 학부 생활도 충실하지 못했고, 특혜를 받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학부에 만족하지 않고 심지어 대학원 진학까지 한 것은 염치도 없는 것이다. 대학원을 갈만한 학습 능력이 되었던가? 손연재만이 그래도 대학원은 진학하지 않았다.

 

안철수의 정치 출마 선언 당시, 안철수의 존재는 가히 유재석급이었다. 그를 비판하면 간첩이 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MB아바타 등 많은 비판을 받지 않은가? 공인에 대한 비판에 성역은 있을 수 없다. 김연아, 손연재, 박지성.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백이면 백 모두가 칭찬하는 이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싫다. 우리나라 체육계, 대학 내의 특혜 관행이 근절되어야 한다. 이러한 특혜를 받은 스포츠계 졸업생들이 비단 그들에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정유라 사건 이후로 이미 상당 부분 학교마다 개선의 노력이 있는 것으로 안다. 현행 기준으로는 아마 그들은 졸업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김연아, 박지성, 손연재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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