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틀 간 박진영이 구원파라는 디스패치의 보도로 인하여 박진영이 검색어와 뉴스기사 순위에서 모두 상위 랭킹을 차지하였다. 


최근 며칠 간 일어난 일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박진영이 구원파라는 디스패치의 보도가 있었다. "저는 구원받았습니다"...박진영, '구원파' 전도 포착 이에 일부 네티즌들이 삼성의 분식회계를 덮기 위해 시기에 맞게 디스패치가 터뜨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리고 디스패치는 다시 반박기사를 내어 박진영이 부인해도 그는 구원파임이 확실하며, 삼성의 분식회계를 덮기 위해 기사를 낸 것임이 아님을 주장했다. "박진영은 구원파고, 삼성은 분식회계다."  박진영은 구원파임을 부인하였고, 디스패치에 법적으로 강력히 대응할 것을 천명했다.


우선 박진영이 구원파라며 단독으로 보도한 디스패치의 첫 기사는, 이것이 과연 언론인가 할 정도로 기사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다. 박진영의 구원파 여부에 대한 취재 결과와, 구원파 소유 청해진 해운의 세월호 관련 부실 경영을 나란히 한 기사에 연결시켜 놓음으로서, 마치 '박진영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된 구원파와 한 통 속이다.' 라고 볼 수 밖에 없게끔 기사를 편집해 놓았다. 디스패치는 박진영, 혹은 JYP 회사와 무슨 악연이 있길래 이렇게 의도적이고 악의적으로 기사를 편집해 놓은 것일까?


박진영이 구원파의 일부 교리 혹은 주장과 통하는 면이 있다고 해도 그를 구원파로 단정할 수는 없다. 기독교에서 '이단' 판정은 함부로 단언할 것이 되지 못한다. 교주가 스스로를 신의 자리와 대체, 혹은 동격으로 놓거나, 신이 아닌 다른 곳에 구원이 있다고 주장하거나, 성경 전체를 부정하고 나서지 않는 이상 이단에 대한 판단은 가장 최소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교세가 큰 교회인 하나님의 성회 순복음 교단만 하더라도, 오랫동안 이단 시비에 시달렸다. 그러나 워낙 교세가 크고, 조용기 목사의 영향력이 커지니 어느새 한국 교회는 다시 그를 인정하지 않았는가. 이단 시비는 한국에서 다분히 정치적인 측면이 있다. 


특히 디스패치 첫 번째 기사 마지막 부분은 다소 악의적이다.


“그럼, 천국과 지옥이 사실인 거에요. 사람들은 안 보이니까 그냥 살아. 근데 나한테는 사실이에요. 제 이름이 박진영인 것보다 더 사실이에요. 컴~ 트루. 나는 지옥에 갈 수 없는 사람이 됐어요. 가고 싶어도 못가요.”

그래서, ‘구원’ 받았다고 강조했다. 

“진짜 거듭난 사람들은, 죽는 게 땡큐에요. 무서운 게 아니라 땡큐예요. 죽으면 어디 가는지 아니까. (중략) 그런데 왜 살아있냐? 죽고 나서 예수랑 만나잖아요. ‘진영아, 고생했다. 잘했다’ 이 말 듣고 싶어서.”

박진영은, 죽음 이후의 세계를 설명했다. 

“공인이 죽으면 ‘그곳에서 편히 쉬시길’이라는 댓글을 달아요. (우리는) 죽음이 끝이 아님을 본능적으로 알아요. 왜? 하나님이 그걸 마음에 심어 놓으셨기 때문에. (죽음이) 끝이 아니라니까요. 그래서 저 같은 사람이 이걸 전해야 하는 겁니다.”

박진영의 말은, 유병언과 권신찬의 논리와 닮아 있다.  


기사 마지막 부분인 위 박진영의 발언들은 사실 구원파 뿐만이 아니라 모든 기독교인들이 믿는 바이다. -  '천국과 지옥의 존재에 대한 믿음, 구원에 대한 확신, 사후세계에 대한 소망, 즉 죽음이 끝이 아니며, 곧 부활이요 영생의 시작이므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짐, 따라서 이 '복음'을 믿지 않는 이들에게 전달해야 할 사명이 생김.' - 이 모든 것이 소위 정통파 혹은 주류 기독교의 가르침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디스패치는 위 주장들을 열거한 뒤, '박진영의 말은 이단 우두머리들의 논리와 닮아 있다.'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박진영과 원수진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악의적인 왜곡 표현이다.


박진영이 알렉산더 사후 그리스 국가의 분열을 성경과 연관짓는다 하는 것 등은 분명 주류 기독교의 주장과는 결이 다르다. 그렇다 해도 과거 박진영의 발언과 행보를 보면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박진영은 예전에 여러 경로를 통해 밝히기를 자신의 과거 활동과 쾌락에 대한 공허함, 단순히 착한 일을 하는 것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 자신, 그 빈 곳을 메우기 위해 지식의 정점을 좇아 긴 시간동안 탐구와 명상을 거쳐 순전히 머리를 통한 지식으로도 논리적으로 절대자의 존재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점 등을 이야기했다. 남들이 경험과 믿음을 강요당해 기독교에 입문할 때, 이 사람은 순전히 논리적으로 기독교의 극치에 다달했구나 하는 생각에 나 또한 기독교인으로서 정말 이 사람의 영민함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유병언과 구원파가 비판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부분은 종교의 영역이 아닌, 그들의 사생활과 기업 운영에 관한 비리와 부패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세월호의 침몰은,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인으로 벌어진 국가의 실패요, 사회 전체의 실패 사례이다. 국가 구조,재난 시스템의 부재, 각종 의혹에 시달리기 충분한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 이후 국가 정보기관 등에 의해 조직적으로 벌어진 음해와 은폐 시도 등등. 이에 더하여 노후화된 선체를 과적까지 하면서 무리하게 운영해온 구원파 소유 청해진 해운의 과실도 결코 작지 않다 할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조직적으로 벌어진 박근혜 정권의 세월호 구조, 조사 방해 공작에 대한 희생양의 측면도 없지 않다. 박근혜 정권은 자기들에게 향하는 국민들의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위해, 유병언과 그의 장남 유대균을 의도적으로 타겟으로 삼았다. 그리고 유병언이 사체로 발견되어 마치 사건이 종결된 것처럼 몰고 갔다. 구원파의 청해진 해운에 대한 방만한 경영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으나, 세월호의 본질은, 국가 시스템의 실패요, 리더십의 실종, 그리고 부패한 정권의 조직적인 은폐 시도이다. 이제 와서 '박진영은 구원파다. 구원파는 나쁘다. 따라서 박진영은 나쁘다.'라는 식의 삼단논법을 제시하는 디스패치의 저의가 도대체 무엇인가. 


박진영 본인이 구원파가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항변하고 있거니와, 설령 구원파라 해도 이것이 무슨 문제가 되는가. 종교의 자유는 대한민국 헌법 제 20조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이다. 또한 내밀한 영역에 속한 개인의 사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 선택 여하에 따라 타인에게 비난받을 이유도 없다. 월드스타 톰 크루즈처럼 사이언톨로지라는 이상한 종교를 믿는다 한들, 그 종교에 대한 개인의 신념으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이상 금지할 이유도 없고, 비난할 이유도 없다. 


인터넷 댓글이 반드시 국민 여론의 대표성을 지닌 바로미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댓글 현황을 보면 디스패치의 이 한 수는 대단한 성공을 이룬 듯 하다. 소위 '세월호 침몰 주범 유병언과 사이비 종교 구원파에 연계되어 있는 개독교 맹신자' 정도로 프레임이 짜진 듯 하다. 디스패치는 이 기사를 송고한 전후에 박진영 혹은 JYP 회사에 무엇을 바랐기에 이런 기사를 올린 것일까?


삼성분식회계 소식을 덮고자 이 기사를 올린 것이 아니라는 디스패치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디스패치의 그 주장은 과거 디스패치의 행적으로 반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 인터넷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디스패치는 국정원과 커넥션이 있나?' 할 정도로 단순히 연예인 사생활 파파라치 혹은 연예 전문 탐사보도팀이라고 하기에는, 언론으로서는 입수가 불가능해 보이는 다양한 정보들 (개인 카카오톡 문자 대화록, 개인 정보 등)을 입수하여 기사로 냈다. 톱스타들의 열애 장면, 혹은 은밀한 행보도 터뜨리는 시점이 열애 사진이 찍힌 직후가 아니라 수 주, 혹은 여러 달 후에 기사로 내보냈다. 일반 뉴스특종처럼 크로스체크가 필요하지 않은 연예인 사생활 특종이 잡혔을 때 바로 기사를 내지 않고 몇 주, 혹은 몇 달의 기간동안 디스패치는 무엇을 (요구)했을까? 연예인들과 기획사에게는 기사가 나오기까지 미리 그 정보를 전해듣고 얼마나 불안해했을까? 이 엄청난 정보와 특정 역할을 하는 디스패치란 회사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디스패치가 박진영 기사에 쏟아진 삼성 분식회계 관련 비판에 대해 재반박 기사를 낼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바꾸어 말하면 이미 대중들은 디스패치의 정체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부디 박진영이 강력한 법적 대응으로 이 디스패치의 가면이 벗겨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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