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무한도전을 제치고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1위'로 등극했던 썰전. 유시민과 전원책의 케미, 그리고 김구라의 적절한 중재로 나날이 화제의 중심에 있던 썰전이 위기를 맞이했다. 전원책의 하차로 인하여 MB맨이라 불리우는 박형준 교수가 영입이 되었고, 시청자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첫 번째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위시한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단죄,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올바른 나라 세우기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온 국민이 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분노하고 정치 뉴스에 주목하던 2016년 가을부터 2017년 봄에 이르기까지, 썰전의 날카로운 분석은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2017년 가을, 대부분의 국정농단 세력들이 이미 어느 정도 처벌을 받았거나 받을 예정에 있고, 정권은 바뀌어 문 대통령은 유례 없는 성군 정치를 펼치고 있다. 요순시대와 같이 백성이 정치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을 시대가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는 말이 있다. 정치가 비교적 안정을 찾고 시민들이 각자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 예전만큼 정치 뉴스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큰 이유는 박형준 교수의 영입이라는 희대의 미스 캐스팅이다. 보도된 자료에 의하면 박형준 교수의 캐스팅을 유시민 작가가 적극 추천했다고 한다. 썰전을 정상 궤도에 진입시킨 공로자가 유시민이니, 제작진으로서는 캐스팅에 있어 유시민의 의견을 중점으로 두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유시민과 제작진으로서는 과거 수많은 토론 경험에 비추어, 논리와 지식, 정무 경험 면에서 어느 것 하나 부족할 것 없는 박형준이 적절하다는 판단이 들었을 법도 하다. 그러나 정말 유시민이 적극 추천하였는지도 미지수다. 민주, 보수 진영을 통틀어, 유시민에 논리로 필적할만한, 또는 그에 준하는 정무 경험과 다양한 지식을 갖춘 인력 풀은 매우 한정되어 있다. 박형준이 최적의 인물이라서 캐스팅했다기 보다는 박형준 말고 딱히 이 프로그램에 나올 만한 사람을 찾지 못한 때문일 가능성이 더 크다. 혹 찾았다 하더라도 유시민의 논리와 지식에 자신이 비교될까 두려워 거절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풍부한 정무 경험(청와대 수석, 국회의원), 지식(교수, 사회학 박사), 언변에 빛나는 박형준은 왜 미스캐스팅이며 시청률 하락의 원인일까? 첫째는 아주 단순하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썰전은 정치와 사회 이슈 전반을 다루지만, 기본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이다. 코미디언인 김구라가 사회를 본다. 무엇보다 웃겨야 한다. 이 예능 관련 요소에 전원책이 지대한 역할을 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둘째는 박형준이라는 인물에 대한 거부감이다. 적폐세력의 무리인 전 한나라당의 국회의원이자 대변인, 거기에 적폐세력의 끝판왕(이명박근혜)의 한 축인 이명박의 최측근으로서 청와대 수석을 한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썰전에서는 교수 다운 탁월한 논리를 보여주다가도, 이명박의 대표적 비리(이것으로서 이명박과 그 일당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인 사자방 관련 이슈가 나오기만 하면 철벽 방어에만 매달린다. 전원책 변호사는 비록 논리에 있어서는 가끔 시청자의 원성을 들을만큼 완벽하지는 못했고, 때로는 박형준보다도 적폐세력의 주장을 비호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그가 큰 비난에서 비껴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직접적인 이해관계인이 아니기 떄문이었다. 자유한국당(전 새누리당, 한나라당)에서 요직을 맡았던 적도 없고 이명박근혜 정권을 통해 딱히 이득을 받은 것도 없다. 그러나 박형준이 이명박 이슈에 대해서 지나치게 방어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의 논리 뒤에 숨어있는 간교한 이면 때문이다. 전원책은 본인의 가끔 엉성한 논리나 빈약한 주장도 웃음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강점을 지닌 사람이고, 오히려 그러한 모습을 보임으로서 인간미를 풍겼다. 그 반대 진영에 있는 사람으로서도 관용하고 넘어갈 수 있는 허점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러나 박형준은 그런 면모가 없는 사람이기에, 적폐를 포장하고 방어하는 논리는 오로지 시청자의 반감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셋째는 썰전이라는 프로그램의 성공원인과 주 시청자층에 대한 제작진의 오판이다. 건전한 토론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한국 문화적 맥락에서 사람들끼리 마치 말하면 큰 일이라도 날 듯 꺼려했던 정치라는 주제를 예능에 거의 최초로 도입한 시도는 매우 높이 살만하다. 아마도 보수, 진보 진영의 두 논객을 불러 김구라가 중재하는 모습을 통해, 매우 공정하고 중립적인 방송, 양 쪽 주장의 균형이 이루어지는 건전한 토론 프로그램이라는 칭송을 받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것은 커다란 오판이다. 잠시 썰전 뿐만이 아니라 JTBC 손석희 뉴스룸을 살펴보자. 손석희가 우리나라의 진정한 언론인이며 공정한 보도를 추구함을 굳게 믿는다. 그러나 실제 시청자층이 양쪽 진영에 균등하게 분포되어 있을까? 그렇지 않다. 소위 민주 진영, 진보 진영, 혹은 젊은 층의 사람들이 손석희의 JTBC 뉴스룸을 더 많이 시청한다. 주 시청자층으로 보았을 때는 편향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썰전도 마찬가지이다. 썰전의 주 시청자층이 바라는 썰전의 결론은 '중립성'이 결코 아니라 민주 진영에 맞는 '편향성'이다. 보수 진영을 대변하는 전원책의 논리, 때로는 궤변을 유시민이 엄중한 논리와 근거로 반박하고, 압도하고, 때로는 골려주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던 것이다. 썰전을 보는 시청자가 기대했던 매회 썰전의 결론은 알고 보면 늘 유시민의 발언이었지, 전원책과 유시민의 토론 내용이 아니었다. 전원책의 부족함은 유시민을 더 돋보이게 하는 기제로 작용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유시민 못지 않은 논리와 근거로 오히려 더 강하게 반발하는 박형준이 주장한다. 썰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봐도 결론은 나지 않고 끝난다. 주 시청자 층은 예전처럼 유시민을 통해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하고, 절반은 박형준의 방어 논리에 오히려 기분만 더 나빠진다.
그나마 장점이라면, 내가 역대 썰전 패널 중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이철희가 갖지 못한 장점을 일부 박형준이 가지고 있다는 정도랄까. 유시민이나 강용석을 예로 들면 그들은,
"나는 A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B와 C라는 근거와 자료가 있기 때문이다."
라는 식인데, 이철희는
"나는 A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없다. 그냥 그렇다. 내가 그 사람들 잘 안다. 얘기해봤다."
라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박형준은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대응하는 사람이다. 전원책도 가끔 이철희와 비슷한 논리 행태를 보였지만, 유시민이 정확한 자료를 제시할 때 빠르게 인정하고 또한 그 모습이 재미를 주기도 했다. (유시민, 전원책의) 썰전 애청자로서 바라건대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문재인을 반대했던) 이철희는 썰전에는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 대한 타개책은 무엇인가? 첫째는 전원책이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기민한 전원책도 내가 진단한 위 상황, 즉 자기는 썰전에서, 또는 JTBC에서는 민주진영이 주 시청자층인 상황에서 늘 서브 역할에 머물 뿐이다라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TV조선이 편향 왜곡 방송임을 떠나서, 전원책도 본인이 메인에서 스스로 원하는 형식과 방향으로 컨텐츠를 다루고 싶은 의지가 강했을 것이다. 스스로를 더욱 유명하게 해준 썰전을 박차고 나갔을 정도이니 금전적 보상도 매우 컸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화제의 인물로 전원책이 거의 등장하지 않기에, 금전적인 문제보다도 자신의 가치를 다시 올리기 위해 썰전에 복귀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둘째는 제작진이 박형준에게 예능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다. 박형준 스스로도 썰전 첫 출연 시 본인이 웃기지가 않아서 우려가 된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 본인 스스로도 노력해야할 것이고 연출자와 작가진도 박형준에게 각종 예능 관련 시도를 하는 상황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 더구나 작년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워낙 큰 사건이어서 그렇지, 그 이전에는 정치 문제 뿐만이 아니라 각종 사건 사고, 다양한 사회적 이슈도 많이 다루었다. 박형준 스스로가 정치 문제에 있어서는 논리에 있어 유시민에 밀리기 싫다면, 적어도 사회 이슈를 다룰 때만큼은 보수 진영 패널로서의 부담을 내려놓고 예능에 집중해야 한다.
셋째는 전원책처럼 예능과 토론이 모두 되면서도, 박형준처럼 정무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사람, 그러면서도 유시민과 대담이 가능한 사람을 새로 캐스팅하는 것이다. 가장 적합한 이는 노회찬 의원이다. '노르가즘'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언어의 마술사인 그는, 논리, 정무경험, 지식, 예능 어떤 면에 있어서도 유시민과 전원책을 능가하고도 남을 사람이다. 반드시 보수와 진보의 균형을 맞추어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균형'이란 조화로운 상태인 것이지, 반드시 양쪽에 동일하게 배분되는 상태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같은 진보정의당이지만, 유시민이 온건진보라면, 민주노동당 출신인 노회찬은 유시민과는 더 왼쪽에서 새로운 스펙트럼의 견해를 펼칠 수 있기에 유시민과도 다른 듯 조화가 될 수 있다.
MBC, KBS가 언론 민주주의와 정상화를 위해 파업 투쟁에 들어가 각종 예능이 결방, 대체, 재방이 되어 SBS 및 다른 케이블 예능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한 썰전의 부진은 팬으로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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