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는 축구라는 구기 종목의 룰은 의외로 간단하다. 양 팀 각각 11명의 선수들이 상대방의 골대를 향해 발이나 머리로 공을 집어넣는 것이다. 국가대표팀으로 독일, 프랑스, 스페인, 브라질 등의 팀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클럽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레알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등의 팀이 정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축구 경기에 있어서 맞붙는 팀끼리 실력 차가 결과를 좌우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과연 정말 실력이 결과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 축구라는 종목일까? 


양팀 각 11명의 선수 중 골키퍼 1인을 제외하고 나머지 10인, 총 20인의 선수는 90분 간 그라운드에서 뛰어다닌다. 목표는 하나, 상대팀 골문에 골을 넣기 위함이다. 축구선수 중에 가장 활동량이 많다는 평가를 받았던 박지성 선수가 90분 간 약 11km를 뛰었다. 일반 선수들은 평균 8~9km를 뛴다고 하는데 그것도 어마어마한 활동량이다. 축구선수가 한 경기를 뛰고 나면 체중이 몇 kg이 빠진다는 이야기도 과장이 아닐 듯 하다. 문제는 그토록 치열하게 1인당 9km를 뛰면서도 90분 간 양 팀 합쳐 한 골도 나오기 힘든 게 축구라는 종목인데, 골문 근처에서 단 한 명의 수비선수의 실수 또는 반칙으로 성공률이 80%에 육박하는 페널티킥을 주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페널티로 넣은 골도 1골이고, 필드골로 넣은 골도 1골로서 두 골의 가치는 동등하다. 그 중 하나는 수비선수 찰나의 실수로 거저 받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90분간 11km를 뛰며 체중이 몇 kg이 빠지는 노력을 10명의 선수가 해야 겨우 획득할까 말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잘못됐다. 


페널티를 주는 이유가 무엇인가? 아마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골문 근처에서 가하는 반칙을 심한 벌칙으로 제재하지 않을 경우, 골을 먹느니 너도나도 반칙을 범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당한 공격수의 권리, 그리고 좀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 진행을 위해 수비선수의 골문 근처의 과도한 반칙을 강도 높게 제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것이 합당한가? 반칙을 예로 들면,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서의 심한 반칙(레드 카드를 받을 정도)과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의 약한 반칙(의도되지 않은 접촉) 중 어떤 것이 더 강도 높은 제재를 받아야 할 것인가? 그것은 응당 전자가 되어야 한다. 농구의 경우도 코트 어디서 벌어졌건, 테크니컬 파울이 선언되면 상대팀 골문에서의 자유투가 주어진다.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서는 상대팀 다리를 부러뜨릴 정도로 돌진해도 경기 스코어에는 영향이 없고,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는 상대의 진로를 살짝만 방해하거나, 공을 위해 달려들었으나 결과적으로 공은 다른 곳으로 튀어버리고 상대팀의 선수와 접촉이 되었을 때 여지 없이 페널티가 선언된다. 한 마디로 페널티 밖에서는 선수 생명에 위해를 가할만한 심한 반칙도 스포츠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페널티 안에서는 가벼운 접촉도 죄인 취급을 받는다. 이것이 정당한가?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넣어 1:0으로 승부가 갈려 끝난 경기는, 과연 이긴 팀이 진 팀보다 실력이 나았다고 판단할 수 있는가? 아니, 정말 '이겼다'라는 표현을 쓸 수나 있는가? 그러나 결과는 대개 이렇다. 페널티킥만으로 1:0으로 경기가 끝나도 언론에 바로 대서특필된다. "A팀이 B팀을 압도하여 1:0 승리를 거두었다." 페널티킥으로 한 골 넣은 것이 '압도'인가? '승리'인가?


페널티킥의 또 하나 커다란 맹점은, 바로 '인간'(심판)의 개입이다. 이상적인 축구 경기는, 심판은 방관자적 입장에서 오로지 양 팀의 축구 실력만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다. 그러나 페널티킥은 선언이라는 판단, 혹은 페널티킥이 내려질 것이라 판단되는 반칙 상황에서 페널티킥을 주지 않는 판단 모두 제 3자의 인위적인 개입에 의해 결정된다. 그마저도 공정한 잣대도 아니고, 심판이라는 자격을 부여받은 이의 오로지 개인적인 판단에 의한다. 그 날 심판이 부부싸움을 하지 않고 오기를 바란다는 우스갯소리도 있고, 페널티킥을 인간이, 또 소수가 판단하여 결정하기에 필연적으로 언제나 판정시비, 혹은 심판 매수, 비리 의혹이 따라올 수 밖에 없다. 애초에 공정한 경기라면 제 3자의 기분, 혹은 개인적인 시각과 견해 차가 아닌, 그야말로 룰과 양팀의 축구 실력만으로 100% 제 3자 외부개입 없는 결과가 도출되어야 한다. 


축구의 페널티킥이 워낙 흠결이 많은 제도라는 것을 그들 스스로도 인정하는지, 6심제 내지는 VAR(비디오 판독)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6심제나 4심제나 주심의 의결권이 절대적인 것은 차이가 없으므로 부질 없는 노력이다. 이 비디오 판독이라는 것도 웃긴 것이, 제 3자의 판단을 공정하게 만들고자 도입한 것이 승부를 더 불공정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즉 제 3자의 개입을 막아야 더 공정한 것인데, 소위 정확한 판단이라는 목적 하에 제 3자의 개입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부추겼다는 것이다. 때문에 예전에는 그나마 경기 흐름에 맡겨두었던 지나간 의혹 장면까지 몇 분 후에 비디오로 판독하여 추가로 페널티킥을 선언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까지 발생한다. 여전히 판독은 지극히 주관적인 심판 1인의 그날의 기분과 생각일 뿐이다. 그리고 경기는 그대로 끝. 


이러한 명백한 불완전함 때문에 일부 선수들은 일부러 소위 '다이빙'을 하여 페널티킥을 유도하기도 한다. 실력이 뛰어나 원래 평소 여러 수비수의 견제를 받던 공격수가 페널티에어리어 안에서 공을 끌다가 상대방 선수의 접촉이 있자 의도적으로 굴러 넘어지면, 종종 페널티킥이 선언되곤 한다. 반대로 심판이 생각하기에 접촉이 없어보이는데도 공격수가 넘어지면, 다이빙을 한 선수는 경고를 받기도 한다. 문제는 현재 시스템으로는, 심지어 VAR로도 이 공격수가 일부러 페널티킥을 받으려고 '헐리우드 액션'을 벌인 것인지, 아니면 정말 접촉에 의해 넘어진 것인지를 판단하기가 무척 모호하다는 것이다. 


모호함과 불공정 가능성이 있는 제재 수단은 억울한 피해자를 한 명이라도 양산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애초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 현대 국가에서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논리 중 하나는, 단 10000명의 1명이라도 잘못된 판결로 억울하게 사형을 당해 목숨을 당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아예 사형을 집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페널티킥 선언에 있어서의 오심과 비일관성은 만 분의 1이 아니라 2분의 1 그 이상일 것이다.


경기가 연장을 지나고도 마무리되지 않았을 경우에 승부차기로 가는 것도 문제가 많다. 전후반 90분, 연장 30분 총 120분을 경기해도 승부가 나지 않기에 불가피하게 승자를 가리기 위한 제도라지만, 이는 마치 두 명의 사람이 승부를 할 때, 권투로 겨루다가 갑자기 공 멀리 던지기로 겨루는 것과 같다. 그만큼 필드에서의 축구경기와 승부차기는 사용하는 공과 골대만 같을 뿐 경기의 규칙과 실력 검증 면에서 전혀 다른 경기종목에 가깝다. 승부차기로 승자가 결정되면, 정말 승부차기에서 이긴 팀은 진 팀보다 축구 실력이 우월한 것인가? 아니라고? 아니면 왜 진 팀은 패자로 기록(기억)되어야 하는가?


축구는 양팀의 실력에 의해 결과가 결정이 되어야지, 심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놀음이 어디 공정한 경기인가? 이렇게 엉터리에 불완전한 경기를 대표 구기 종목으로 끌고가야 하는가?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개입되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미가 있는 것이 축구다.' 이런 끔찍한 논리는 주로 야구에서 많이 나오는데, 현대 야구에서 스트라이크/볼 판정은 100% 인공지능, 혹은 기계로 자동 판독이 가능함에도, 또 그것을 모든 프로경기에서 상용화할만한 기술력과 자본력이 충분함에도 도입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각 루와 홈에서의 세이프, 볼 판정, 타자의 배트 스윙여부 판정도 굳이 심판이 각 위치마다 한 명씩 서 있지 않아도 카메라 기술만으로도 대부분 판정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전적으로 맡겨놓아 일관성도 파괴하고, 공정성도 해치고, 비용 낭비의 비효율성마저 가져온다. 그리고 그것을 '인간미'의 스포츠라 포장한다. 


제 3자/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순수하게 양 팀의 실력만으로 승부를 가리는 것을 '공정한 스포츠'라 한다. 따라서 주심의 판단(action) 혹은 회피(inaction), 또는 선수의 의도성을 구분하기 모호하면서도, 경기의 승패를 결정지어버리는 페널티킥 제도는 매우 불공정하다. 90분간 뛰어다녀도 겨우 넣는 필드골 1골임에도, 순간의 사소한 실수도 접촉이면 페널티킥을 선언하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다. 축구는 실력이 그대로 반영되는 구기 종목이 아니다. 심판의 기분과 주관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이에 대한 제어장치도 없는 매우 불공정한 공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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