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맞아 지상파 3사는 2002 월드컵의 영웅 세 선수 (이영표, 안정환, 박지성)을 해설위원으로 앞세워 경쟁에 뛰어들었다. 부득이하게 SBS 라디오앱으로 중계를 들으며 박지성의 해설을 들은 바, 매우 실망스럽다.
우선 반복이 지나치게 많다. 한 문장이 길다보니 그 문장 안에 같은 말을 반복하는 습관이 있다. 예를 들면, "경각심을 가져야 하니~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라는 식이다.
둘째로 비문이 너무 많다. 주어와 술어가 조응하지 못하고, 역시 문장이 길다보니 마무리가 매끄럽지 못하다.
셋째, 잘못된 단어 선택이 많다. 특정 명사에는 반드시 따라와야 하는 특정 동사가 있는데, 그것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한다. 게다가 명사와 동사가 헷갈리고, 능동태와 수동태가 혼용이 되니 듣기가 매우 거북하다.
넷째, 좋지 않은 습관이 많다. "~때문에", "~하는 부분" 등 선수 시절 인터뷰 때부터 지적받았던 적절하지 못한 습관을 해설위원이 되고도 떨쳐버리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경기를 중계해야할 해설자가 본인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여 시청자, 혹은 청취자들의 집중을 헤친다는 데 있다. 라디오를 통해 음성으로만 들어야 한 청취자는 경기 상황 중계와 상관 없는 '한국 축구의 미래' 이야기 때문에 현재 지금 누가 볼을 소유하고 있는지, 어느 지점에서 어떤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지를 전혀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 종종 있었다.
해설 내용도 문제이다. 그 자리는 해설을 하는 곳이지, 축구행정가 정견 발표 자리가 아니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걱정하고, 현재 축구인들의 각성을 촉구할 수는 있으나, 그 내용과 길이 면에서 도가 지나쳤다. 그마저도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
선수로서 훌륭했다고 하여 반드시 그가 해설을 잘 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배성재 아나운서는 가장 매끄러운 진행으로 칭송을 받는데, 이렇게 준비가 되지 않은 부적절한 해설위원을 추천한 배성재 아나운서도 책임이 있다. 박지성은 해설 외에 본인이 잘하는 다른 다양한 일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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