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2019년은 프로야구의 위기다. 전통적으로 야구에 열광적인 도시인데다 창원 NC파크라는 새 구장을 열고 시즌을 맞이한 NC 다이노스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구단이 전년도 대비 관중 수가 급감했다. 관중 수 감소의 원인을 각종 매체에서 진단한 것, 또 필자의 생각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팬층이 넓고 충성심이 높은 구단인 롯데 자이언츠, 기아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 등의 성적이 부진하다.

 

둘째, 지난 몇 년 간 극심한 타고투저의 현상을 겪어 비판을 받은지라 KBO는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조정하였고, 따라서 홈런 또는 장타가 전년 대비 눈에 띄게 감소하였고, 이는 호쾌한 야구를 기대하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셋째, 야구선수들, 또는 야구선수 출신의 잦은 구설수와 사건 사고가 언론에 종종 보도된다는 것이다.

 

넷째, 세계 최고리그인 EPL에서 맹활약 중인 손흥민 선수, U-20 월드컵 대표팀의 준우승과 이강인 선수의 골든볼, 유럽 챔피언스 리그에서 속출하는 명장면 등 국내외 축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서 상대적으로 야구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시즌 프로축구의 관중 수는 크게 늘었다.

 

다섯째, 프로야구 선수들이 팬들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사인 한 번 해달라고 매달리는 팬들을 마치 공기 취급하며 무시하고 가는 김선빈 선수의 모습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이는 사실 김선빈 선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팬들을 외면하고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망각하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저질스러운 행태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여섯째, 심판들의 심각하고도 잦은 오심, 그리고 오심 후에도 솜방망이 징계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공정함이 중요한 경기에서, 선후배 간 쓸데 없는 위계서열로만 점철된 한국야구에서, 대부분이 역시 선수 출신인 심판들은 판정에 대한 의문 제기를 자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다. 카메라 및 기술의 발달로, 중계를 보고 있는 이들이 심판보다 더 정확히 판정을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여전히 심판들의 고압적인 태도는 요지부동이다.

 

일곱째, 야구라는 종목 자체가 상대적으로 관중에게는 정적인 경기이기에, 비단 KBO 프로야구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에서도 젊은 세대로부터 점차 외면을 받고 있다. 

 

여덟째, 프로야구 경기 질의 하향 평준화로 수준 낮은 경기가 속출한다는 점이다.

 

 

 

위 요인들 중 마지막을 제외한 대부분은 올해 관중 수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대부분 지난 수 년 간 프로야구에서 늘 존재했던 문제이기 때문이다. 롯데, 한화는 늘 하위권이었고, 극심한 타고투저는 오히려 재미를 반감시키고 경기를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으며, 야구선수들과 심판들의 팬들을 무시하는 안하무인 태도는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핵심은 마지막, '프로야구 경기 질의 하향 평준화'인 것이다. 문제는 왜 '하향 평준화'가 되었는가를 묻는 매체/칼럼/기자/야구인이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필자는 바로 이 것을 지적하려 한다.

 

하향 평준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지나치게 많은 구단 수이다. 고등학교 야구팀이 4,000여 개가 넘는다는 일본의 경우도 프로야구단의 수는 12개 팀에 불과하다. 반면에 고등학교 야구팀이 70개도 못 미치는 우리나라의 경우 프로야구팀이 10개나 된다. 유소년 야구 인프라와 인구 수, 고등학교 야구팀 수, 프로야구 운영 수익 이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는 프로야구팀 10개는 지나치게 많다. 

 

9구단인 NC 다이노스, 10구단인 KT 위즈를 창단할 때 야구인들의 주요 논리 중 하나는 '야구에 전념하던 이들에게 보다 많은 취업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고등학교 야구팀의 숫자에서 보듯이, 10개 구단에 프로 수준의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선수를 수급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 최고가 되지 못하여 도태되는 이들은 어떡하냐는 야구인들의 항변도 논리에 맞지 않다. 실력이 부족하여 도태되는 것은 비단 야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스포츠, 아니 모든 직업군에 해당되는 문제이다. 일본은 4,000개의 고등학교 야구부에 몸 담던 이들이 입단할 수 있는 기회는 12개 프로구단 뿐이다. 그렇다면 일본 프로구단은 도태된 나머지를 다 구제해주어야 하는가?

 

미국 프로야구에서는 육성의 개념이 거의 없다. 프로무대는 증명하는 곳이지, 성장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워낙 야구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기에, 얼마든지 대체할 선수도 많고, 가장 우수한 선수를 선발해서 1군 경기에 내보내면 그만이다. 그런데 한국 프로야구는 그야말로 프로 수준의 경기를 펼칠 수 있는 로스터의 선수들을 10구단에 공급해낼 여력이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선수를 '키워서' 쓸 수 밖에 없다. 2군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실력이 완성된 후에 1군 경기를 뛰어야 하는 것이 정석인데, 1, 2위 팀에서는 1군에 들지도 못할 수준의 선수들이 하위권 팀들의 주전을 하고 있다.

 

KBO 프로야구 FA제도가, 몇몇 스타플레이어에게만 지나치게 시장가치보다 더 높은 계약 금액을 안겨주는 기형적 제도라고 하는데, 이것도 결국 얇은 선수 저변으로 프로급 수준의 선수 수급이 힘든 반면 구단 수는 지나치게 많은 탓에 불가피하게 초래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시장가치를 투명하게 반영한 제도인지도 모른다. 연봉 수천만원인 선수가 한 팀에도 수두룩한데 수십 억원을 받는 강민호, 이대호, 양현종 등과 같은 선수가 반드시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 리그와 선수 실력이 햐항 평준화될수록, 정말로 실력 있는 야구선수들의 가치는 필연적으로 폭등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관중 수 저하를 막고, 프로다운 수준의 경기가 펼쳐지기 위해서는 야구인들의 이기적인 밥그릇 싸움을 무시하고 구단 수를 과감하게 6개나 8개로 감축해야 한다. 그리고 야구는 엘리트 체육에서 생활 체육으로 저변을 확대해야 하며, 심판과 선수들의 팬들을 무시하는 처사는 호된 징계를 내려야 한다. 그것만이 KBO 프로야구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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