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적으로 정당의 네이밍 자체가 잘못되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 정의로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굳이 정당의 이름으로 만들 필요는 없었다. 정치 영역에 윤리를 개입시키는 시도는 위험하다. 더러운 것을 닦아내려면, 자신도 그 무대에 뛰어들어 직접 손에 더러운 것을 묻힐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정당의 이름 자체가 '정의당'이 되는 순간,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아져 스스로를 옭아매는 결과를 가져온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의'는 누가 정의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소수의 정의당 지도부가 규정하는 것이 사회의 정의인가? 자칫하면 그 어떤 정당보다 비민주적이고 급진적으로 치우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누구보다 노동자와 약자의 편에 있었으면서도, 인기 있는 대중정치인으로서 언론이나 공개된 장소에서는 자신을 지지하는 노동자 집단을 대변하는데 국한되기보다 늘 일반 국민의 기준에 맞추어 상식과 정의로움을 이야기했던 고 노회찬 의원의 빈 자리가 무척이나 크게 느껴진다.
국민의 대표 신분으로는 한 번도 생명을 던진 적이 없던 정치 신인 이정미 전 대표가 자신들 의석 확보에 더 유리한 선거제도로의 개편을 위해 시도했던 단식 농성은 어떠한 공감도 일으키지 못했다. 삼권 분립을 무시하고 개입하여 제왕적이고 부패한 지도자의 길을 걸었던 이명박, 박근혜를 비판해서 촛불을 들었던 이들이, 오히려 국회 원 내에서밖에 해결할 수 없는 사안까지 때때로 행정부 수장인 문 대통령에게 해결해달라고 요청하는 모습에서 모순과 어리석음을 느낀다. 한국식 대통령제와는 정합성에 의문 부호가 달려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주장하면서, 정작 선거 제도를 넘어 국가 시스템 전체를 민의에 따라 개혁하고자 했던 문대통령의 헌법 개정안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비례대표 의석 및 국회의원 의석의 확대를 주장하면서, 늘 정치사에 폐쇄형 비리로 얼룩져온 비례대표 명부를 작성할 때 당내 민주주의를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또는 국민의 뜻을 명부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의 문제는 단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
정의당이 가진 모순은 그것 뿐만이 아니다. '구태 정치'라며 자신이 뛰어들 정치라는 장 전체에 침을 뱉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리에 가장 고전적이고 안전한 방법으로 안착하고자 했던 안철수나, 자신들의 과오와 불법에 대한 반성 없이 의원 정수 감축만 주장했던 자유한국당이 만들어놓은 '정치 혐오'의 관념을 타파하고자 한다는 이들이, 오히려 국회의원 세비 감축 및 보좌관 수 감축을 제안함으로서 정치 행위 자체가 여전히 '혐오할 만한 것'임을 자인하고 있다. 국민이 바라는 이상적인 국회의원은, '월급을 적게 받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월급을 많이 받더라도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국회의원'인 것을. 그들은 크게 오해하고 있다.
민주당이 보수당, 정의당이 진보당이 되는 시대는 요원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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