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청춘 초창기부터 프로그램을 이끌어왔던 김국진, 그리고 프로그램을 통해 러브라인을 형성하다 김국진의 반려자가 된 강수지, 이른바 '치와와 커플'이 하차한지도 2019년 현재 약 1년이 되었다. 불청에서의 김국진은, 무한도전의 유재석, 1박2일의 강호동이라 할 정도로 원톱에 해당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었다. 프로그램 전반의 흐름을 제작진과 함께 조율하는 MC였고, 초창기에는 귀여운 중년 막내로, 하차 이전까지는 든든한 맏형으로 중심을 잡아주었다. 고정멤버와 반고정멤버 사이의 긴장감을 해소하고, 새 친구의 어색함을 풀어주며, 마땅한 소품이나 예능 장치도 없는 구수한 시골 풍경에서도 깐죽거림과 승부사 기질로 예능에 걸맞는 상황을 만들어냈으며, 인생의 굴곡과 상처가 있는 멤버들을 다독이고 그들의 말에 경청하는 특유의 친화력도 발휘했다. 

 

그랬던 김국진이 강수지와 결혼하며 약속한 듯 하차한 뒤, 불청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개그맨의 정점에 서본 적이 있었던 김국진이라는 우수한 예능인을 제외하고도 이 프로그램의 인기는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프로그램이 위태롭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 간 불청은 큰 부침 없이 늦은 밤 예능 강자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 글에서는 '김국진 없는' 불청의 현재 모습을 진단하고자 한다.

 

 

 

먼저 김국진 하차 후 현재 불청 내 긍정적인 변화다.

 

 

첫째, 김국진이라는 단독 리더십의 공백을 최성국이나 김광규로 대체하지 않았다.

 

김국진이라는 존재가 워낙 컸고, 그만큼 유능했기에 프로그램은 김국진을 중심으로 흘러갔었다. 그러나 김국진이 하차한 뒤, 제작진은 그 리더십을 그 다음으로 큰 영향력을 가진 최성국이나 김광규로 인위적으로 대체하려 하지 않았다. 현재 불청에서 부동의 고정 멤버라면 최성국과 김광규 둘 뿐이다. 김국진과 함께 삼각 편대로서 불청 재미의 80% 이상을 담당하던 둘이었기에, 김국진의 자리를 둘 중 하나가 계승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성국은 겉으로 비춰지는 익살스러운 모습과는 달리, 의외로 서열과 위계를 매우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김국진의 의도치 않은 지각으로 최성국이 김국진 대신 임시 반장 역할을 했을 때, 평소의 모습과 전혀 다른 경직되고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최성국이 단독 리더로는 적합하지 않은 사람임이 증명되었다. 김광규 역시 웃음에만 충실할 뿐, 리더를 하기에는 전체 그림을 잘 보지 못하고, 여러 선택지 중에 선뜻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덜렁댐과 우유부단함이 종종 방송에 비춰졌다. 김국진의 하차 뒤 제작진은 이 둘을 불청의 중심축에 놓되 리더의 역할은 맡기지 않는 방법을 택함으로서 그들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했다.

 

 

둘째, 멤버들 간 의사결정이 민주적으로 변했다.

 

김국진의 리더십이 확고한 가운데, 예능 진행이나 노동 임무에 대한 배분은 철저히 (제작진과 협의된 MC) 김국진의 상의하달(Top-down)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심지어 그러한 김국진 덕분에 덩달아 여성 멤버들 중 대장격이 되어버린 강수지에게도 자연스럽게 그와 같은 권위가 부여되었다. 일례로 여름에 멤버들이 여행을 떠나게 되었을 때 에어콘 있는 방이 딱 한 개 있었다. 이때 강수지가 김국진을 비롯한 나머지에게 "오빠, 에어콘 방은 여자들이 쓸게요!" 하고 통보하고 끝이었다. 김국진의 하차 뒤에 놀랍게도 유사한 상황이 펼쳐졌는데(에어콘 방은 하나 뿐), 이때 멤버들은 합의에 의해 게임을 이긴 멤버들이 에어콘 방을 차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는 참으로 놀라운 변화다.

 

 

셋째, 멤버들 간 로테이션이 더 활발해졌다.

 

김국진 하차 직전의 불청은 '하늘이 무너져도 땅이 꺼져도' 반드시 고정으로 출연하는 멤버가 정해져 있었다. 김국진, 강수지, 최성국, 김광규, 이연수, 김완선, 이 6명은 무슨 일이 있어도 출연을 했으며, 거기에 매 여행마다 새 친구가 추가되고, 반 고정에 가까운 김도균 등까지 포함하면, 나머지 슬롯에 포함될 멤버들의 풀은 매우 협소했다. 그러나 김국진, 강수지가 동반 하차하면서, 최성국, 김광규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완전 고정으로 출연한 멤버는 없다. 한때 불청 초창기에 예능상까지 탔던 김완선은 계속된 침체에 고정멤버에서 완전히 하차했다. 제작진은 완전 고정은 아니지만 여행 두 세 번마다 그래도 한 번은 꼭 출연하는 소위 '반 고정' 멤버의 인력 풀을 더 확장했다. 김완선을 거쳐 이연수로 고정되었던 소위 불청의 비주얼/발랄/리액션 포지션도 이연수와 강경헌이 번갈아가며 맡게 되었다. 매 끼니를 멤버들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프로그램의 특성 상, 주방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멤버(박장군, 이연수, 강문영, 신효범)도 출연에 적절한 배분이 이루어졌다. 

 

 

넷째, 자발적인 노동 평등이 이루어졌다.

 

막내에서 어느덧 맏형이 되었던 김국진은 강력한 포스를 뽐내며 주방 일은 여성들에게, 고된 일은 동생들에게 맡기고 노동의 비중을 점차 줄여나갔다. 그러나 이제 소위 '대장'이 사라져 성별 따라, 연령과 성별에 따라 차별적이었던 노동 불균형에서 모든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고루 노동에 참여하는 분위기로 전환하였다.

 

 

장점을 다시 종합해서 정리해보면, MC이자 리더 김국진의 하차 이후에도 우려와는 다르게 시청률과 재미 면에서 선방을 했고, 공동 합의, 공동 노동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이번에는 김국진 이후 불청의 우려되는 점들이다.

 

 

첫째, 연령대가 지나치게 낮아져 추억이 사라졌고, 기존 프로그램들과 차별화가 되지 못한다.

 

40대 초반인 77년생 최민용, 78년생인 브루노까지 등장했다. 김일우(63년생), 김동규(65년생), 양금석(61년생)이 주축이었던 초반의 불청에 비하면 비약적으로 연령대가 낮아진 것이다. 프로그램이 꾸준한 인기를 얻은만큼 일단 연령층을 조금 더 낮춰 문화 컨텐츠 구매력이 더 강한 젊은 시청자들에게도 어필하겠다는 취지인 것으로 보이나, 그렇다면 예전 패밀리가 떴다, 1박 2일 등의 연령대와도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기에 불청의 특색마저 잃어버릴까 우려된다. 오히려 단순히 1박 2일동안 먹고 자는 컨셉이라면 웃음에 있어서는 불청이 감히 엄두도 못낼 직업 개그맨(유재석, 강호동 등)들이 포함되었던 예전 유사 프로그램보다 모든 점에서 열등하다. 불청은 불청만의 특색으로 승부해야 하는데, 시골로 여행 가 1박하고 오는 컨셉일 뿐이라면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불청의 강점은 '추억'이다. 시청자가 훨씬 젊고 빛났던 시절, 동 시대에 역시 화려하게 빛났던 TV 속의 스타들이 어느새 나이 든 중년이 된 모습을 보며 과거를 추억하는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최민용, 브루노의 전성기 시절이래봤자 20년이 채 되지 않았고, 그들을 오빠라고 부르며 열광하던 팬들은 아직 과거를 추억할 만할 나이가 되지 못했다. 논두렁에서도 옛 놀이를 찾아내고, 7080 노래를 감상하며, 한국의 옛 살림(도끼 등)을 추억하던 불청이, 이제는 7080에 출생하여 최신형 캠핑 장비를 구비한 출연진을 맞이한다. 이것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가득하다.

 

 

둘째, 가족적 분위기 유지가 힘들어 보인다.

 

불청의 가장 큰 핵심 중 하나라면, 미혼의 중년 멤버들이 모여 가족처럼 오손도손 정겨운 모습을 연출한다는 데 있다. 암묵적인 룰에 따라 모두가 미혼인 멤버들은 자연스럽게 나이로 관계를 정리하고 이름 대신 '누나, 언니, 오빠, 형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해왔다. 김국진 하차 이후에도 그 분위기가 계속 유지된 것은, 어쩌면 김국진이 그와 같은 틀을 잡아놓은 때의 핵심 멤버들이 여전히 출연하고 있기에 지속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한국무용 교수를 하고 있는 배우 조하나, 오랜 투병생활을 마치고 나온 배우 이의정의 출연부터 나이가 많은 멤버(김광규)가 연하의 조하나에게 존대를 하고, 나이가 적은 멤버(최민용)가 연상의 이의정에게 의정'씨'라는 호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김국진이 만들어놓고 나간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설혹 멤버들 간 사이는 여전히 돈독할 지언정, 불청의 장점이었던 가족과도 같은 끈끈한 정은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셋째, 'MC 김국진' 이후 'MC 송은이'는 실패했다.

 

최성국과 김광규가 여전히 불청 예능의 핵심 축이되, '리더'는 되지 못한다는 점을 간파한 제작진은 김국진 자리에 은근슬쩍 송은이를 투입했다. 실제로 김국진과 송은이는 상당 부분 겹치는 이미지가 있다. 영민하고 야무진 이미지,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장자 내지는 리더 역할을 늘 감당해왔던 포지션, 전문 개그맨, 승부욕 넘치는 성격, 산만한 주변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MC 역할 등 송은이는 김국진처럼 장점을 많이 갖춘 MC다. 그러나 송은이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데, 바로 '무척 바쁘다는 점'이다. 소위 예능 대세로, 기획자로 가장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송은이인지라 매번 여행편에서 첫 날 나오고 사라져버린다. 멤버들과 여행지에서 취침을 할 수 없을 정도의 바쁜 스케줄인 것이다. 김국진 하차 이후 송은이는 1년 가까이 출연하면서 취침을 하고 간 적은 스케줄이 허락한 단 1회 뿐이다. 비유를 하자면, 마치 결혼식에 친한 친구가 사회를 보는 것이 아니라, 언변이 뛰어난 출장 MC를 불러 사회를 보게 하고 식이 끝난 뒤 인사와 뒷풀이도 하기 전에 바로 사라지는 식이다. 중년들이 모인 불청의 조금은 여유롭고 느린 호흡과, 송은이의 바쁜 스케줄은 서로 페이스가 맞지 않는다. 이는 가족 분위기 형성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송은이는 분명 재능이 많은 MC이며 현재 예능 대세이지만, 축구에 비유를 하면 볼 배급을 하고 경기를 조율하는 미드필더 역할이다. 반면 김국진은 미드필더였지만 동시에 직접 골도 넣을 수 있는 스트라이커 역할도 소화하는 사람이었다. 혼자서는 그림을 만들어낼 수 없는 송은이는 시골의 한적한 일상을 담아내는 배경 속에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즉 아무리 대세 송은이라도 한 때 대한민국 원톱 개그맨이었던 김국진, 그의 능력에 미치지는 못했다. 송은이가 여느 프로그램과 같이 단지 열심히 일하러 온 느낌이라면, 김국진은 정말 이틀 잘 놀고 쉬고 가는 느낌을 시청자에게 전달했다. 프로그램의 컨셉에 맞게, 일이지만 놀고 가는 느낌을 보여주는 것 또한 김국진이라는 개그맨의 능력이다. 

 

또한 본인이 스스로 최신 방식을 사용하여 팟캐스트를 제작하는 등 시대에 맞게 선도적으로 예능 트렌드를 이끄는 송은이와. 시골에서 자라 아직까지 버튼식 폴더폰을 사용하는 김국진이 시골을 배경으로 하는 불청에서 전달할 수 있는 정서가 다를 수 밖에 없었다. 불청은 애초에 송은이에게 걸맞지 않는 옷이었다. 

 

 

넷째, 인위적인 러브라인 연출은 부담스럽다.

 

김국진과 강수지는 불청 프로그램 중에 결혼을 했지만, '불청 때문에' 결혼한 것은 아니다. 제작진이 둘 보고 억지로 등 떠밀어서 사귀거나 결혼한 것도 아니고, 그저 부부의 연을 맺을 정도로 둘이 천생연분이었기에 당연한 듯 자연스럽게 맺어진 것일 뿐이다. 그런데 제작진이나 멤버들이나 제2의 김국진, 강수지를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듯 하다. 인위적인 러브라인을 만들고 노골적으로 프로그램에서 몰아가는 것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반감을 살 뿐이다. 지극히 예외적인 케이스를 일반화시키려고 하니 무리수일 따름이다.

 

 

이처럼 김국진 하차 이후의 불청(2019년 현재)에는 명과 암이 존재한다. 불청에 몇 가지 제안을 해본다면, 첫째, 매 여행마다 반드시 새 친구를 투입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예전에 출연했으나 지금은 소식이 뜸한 멤버들 (예: 양금석, 박세준 등)도 적극 활용하고, 역시 미혼이어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개그맨 김수용, 가수 김태우를 출연시켰듯, 결혼한 연예인도 근래 활동이 적었다면 새 친구 인력풀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또한 김국진과 같은 형태는 아니더라도 그것을 대체하고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새롭게 정립하거나 유지시켜줄 로운 리더십을 찾아야 하며, 혹 김국진을 다시 출연시키더라도 그 리더십의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지위(veto power)의 강수지는 출연시키지 말아야 한다. 과한 러브라인 연출을 삼가고, 연령대도 지나치게 낮추지 않음으로서 시청자의 추억을 간직시켜주어야 한다. 또 이 모든 것은 불청 특유의 가족적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현 불청 멤버 중 남녀 각각 가장 좋아하는 김도균과 박장군이 출연하는 한 어떻게 되든 계속 시청할 가능성이 크다. 부디 불청이 기존에 공감을 얻은 특유의 색깔과 가족적 분위기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

 

 

 

지난 몇 년 간 예능 중에서 가장 즐겨보는 예능 중 하나는 단연 불타는 청춘이었다. 좋았던 이유는 참으로 많다. 50대 남짓한 중년들이 나와서 진솔한 이야기, 굴곡진 인생사를 나누는 것이 좋았다. 배경음악도 대부분 흘러간 옛노래들이라, 한국가요와 팝송을 적절히 틀어주는 것도 좋았다. 다른 버라이어티 예능처럼 무리하게 밀어부치고 소란을 떨지 않아도, 중년들에게서만 나오는 멋스러움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 그 와중에도 때로는 어릴 적 놀이, 장작패기, 썰매, 논두렁 시합 등을 통해 옛 모습을 추억할 수 있어 좋았다. 시골의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해주고, 정겨운 이웃과 끈끈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흘러간 옛사랑에 대한 회한과 곧 맞이할 노년에 대한 감상을 멤버들끼리 나누는 것이 좋았고, 여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처럼 출연진 간 대결구도로 가지 않는 정겨움이 보기 좋았다. 


그런데 몇 번 PD가 바뀌고 시간이 흘러, 불청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초창기의 불청과는 전혀 다른 기획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고정멤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연령대가 많이 낮아졌고, 출연자의 비주얼에 거는 기대가 많아졌다. 그렇다면 내가 느끼는 현재 불청에 대한 불편함이란?


불청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할 때, 불청의 메인 MC격인 김국진을 빼놓을 수가 없다. 김국진이 불청에서 차지하는 역할의 비중은 나머지 멤버들을 모두 합한 것보다도 많다. 예능에 어색해하는 이들을 웃음코드로 승화시키고, 단체 생활에 서먹한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모습이 역시 김국진은 김국진이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무도의 유재석 역할을 불청에서는 김국진이 한다고 보면 된다. 김국진의 중요성은 예전 여행에 김국진이 늦게 합류했을 때 제대로 드러났다. 김국진이 촬영에 늦게 되어, 반장 역할을 최성국이 대체했던 여행편이 있다. 평소에 웃음이면 웃음, 배려면 배려 모든 것이 센스가 넘치는 비중있는 최성국이기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했으나, 리더가 된 최성국은 일반 구성원일 때의 모습에서 돌변하여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마도 책임을 져야 하는 포지션이라 마음이 조급해진 탓인 듯 한데, 역할을 배분하는 일이 단순해보이지만 쉽지 않은 일임을 보여준다. 


그랬던 김국진이 여러 모로 불편해 보인다. 초창기 불청시절 김국진은 메인MC일 뿐만 아니라, 남자 출연진 중 막내격이어서 웃기려고도 많이 노력하고, 노동의 배분 뿐만 아니라 실행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랬던 김국진이 어느덧 맏형격이 됨으로서, 웬만한 노동에는 참여하지 않고, 동생들에게만 시킨 채 조율만 하는 모습이 종종 비친다. 다른 출연진들의 카메라 분량을 더 확보해주기 위한 배려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깝기 그지 없다. 마른 몸에 대한 본인의 컴플렉스 때문인지는 몰라도, 폭염으로 유명했던 지난 여름동안, 또 열대 보라카이 휴양지에서도 긴팔 긴바지의 답답한 복장만 고수했던 김국진의 모습이 현재 불청의 모습에 대한 반영인지도 모른다. 


또 하나의 불편함은 출연진들의 태만이다. 고정멤버와 반고정멤버가 나뉘고, 연장자와 막내가 나뉘고, 남성 출연자와 여성 출연자가 나뉘는 불청에서, 노동 비중의 불균형은 심각하다. 여성은, 그 중 특정 여성은 음식을 하는 것이 당연하고, 남성은, 또는 막내는, 또는 신입은 고된 노동을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이는 남녀의 성역할과 위계질서 구분이 보다 명확했던 옛 세대 출연진들의 특성 상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것이라 추측이 된다. 그런데 평균 연령대가 높았던 불청은 오히려 그 반대였다. 한 여행이 끝나면 최우수 멤버를 멤버들 간 투표로 뽑아 보상을 줌으로서, 멤버들이 예능과 노동에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는 최소한의 유인을 제공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사라진지 오래이다.


불청에 직접 출연해본 적이 없으니 그 내부사정을 알 턱이 없고, 또한 그 출연진 간 끈끈한 유대감이 장점이었던 프로그램이기에 추측을 할 뿐이지만, 고정멤버, 반고정멤버 간 위화감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불청은 늘 일정 수의 고정멤버가 존재하는 가운데, 고정이 아닌 멤버들이 나오고, 거의 매 여행 때마다 새 친구가 추가되는 포맷이다. 불청 초창기 고정멤버에는 김일우, 김동규, 양금석 등이 있었고, 최근까지 구본승이 있었으나, 현재 확실한 고정멤버는 남자 셋 여자 셋(김국진, 김광규, 최성국, 강수지, 이연수, 김완선)이다. 앞서 언급한 이유로 김국진이 부진한 가운데 그를 제외하면 김광규와 최성국, 이연수가 예능 측면의 거의 9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강수지는 김국진의 여자친구라는 이유로 감히(?) 제작진이 고정에서 제외할 생각을 못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출연진은 김완선인데, 어느새부터인가 예능과 노동 모두 활기를 잃고 카메라에서 거의 보이질 않는다. 아마 2016년 부터였던 듯 하다. 본인도 최근 갱년기로 인한 우울증을 호소했는데, 불청에 오랜만에 출연하여 너무 좋아하면서 똑같은 고민을 호소했던 김일우는 제작진이 고정에서 제외했으면서, 같은 이유로 더 이상 예능을 하려하지 않는 김완선이 고정멤버에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 김완선은 요리 실력도 부족하고, 예능도 침체기인데다, 예전에 맡았던 막내, 발랄함, 미녀, 애교, 활기의 캐릭터는 모두 이연수에게 밀리고 있어 카메라에는 거의 등장할 일이 없다.


불청도 각종 비판에 귀를 완전히 닫지는 않았는지, 다수의 시청자로부터 원성을 들었던 짝짓기와 러브라인이라는 무리수를 최근에는 좀 자제하는 듯 하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언급되는 것 자체가, 예전 초창기 불청의 정겨운 색깔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제작진이 잘못된 방향으로 불청을 끌고 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무엇보다 불청은 SBS 홈페이지에 시청자 게시판이 없다. 시청자의 불만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가장 불편한 점은, 프로그램이 예전의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린 것도 모자라, 매우 어색하기 짝이 없는 PPL을 등장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중년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다보니 건강식품 PPL이 많이 등장하는데, 한 출연진이 나머지를 위해 건강식품을 준비해왔다는 설정으로 시작하여 이것은 몸 어디에 좋다는 등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식이다. 이런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이 과연 그 건강식품을 구입하려들지 의문이다.


결국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첫째, 교체된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것. 둘째는, 불청 초창기부터 핵심 멤버였던 김국진, 강수지, 김완선이 매너리즘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프로그램 방향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제작진 사이에 큰 틀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이며, 이렇게 만든 메인PD는 책임을 떠안고 교체되어야 한다. 또한 매너리즘에 빠진 고정멤버들이(김국진, 강수지, 김완선) 다시 예능에 충실하게 만들기 위해 (김국진은 메인MC이니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고정멤버에서 과감히 제외하고, 예전 인기캐릭터(김일우, 박선영 등)를 투입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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