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프로그램(이하 유퀴즈)이 시작한지 벌써 햇수로 5년 째가 되었다. 매번 챙겨본 것도 아니고, 가끔 몇 편 지난 회차 챙겨본 게 다이지만, 어느새부터인가 흥미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 와중에, 대통령 당선인인 윤석열의 출연으로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당선인 본인부터 처가에 이르기까지 워낙 중대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 기간동안 특정 언론이나 특정 모임, 해명 요구 등에는 응하지 않는 불통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새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을 결정했다는 것이 무척 뜬금 없다. 더구나 당선인의 소속 정당이 유재석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무한도전을 제작한 MBC가 블랙리스트, 방송 장악 등으로 무자비한 탄압을 받던 시절의 가해자였음을 생각할 때, 이를 수락한 유재석에게도 일부 대중은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일본의 과거사 잘못 문제라든지 다양한 사회 문제를 대하는 시각에 있어, 그래도 윤석열 혹은 그가 속한 정당이 표방하는 가치와 결이 다른 행보를 보여주었던 유재석이라는 인물에 다소 실망감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혹 가해자였던 해당 정당이 과거 악습을 반복할까 두려워, 방송국 혹은 프로그램이 보복당하지 않기 위해 당선인 측의 제안을 뿌리칠 수 없었던 것일까? 

 

그런데, 꼭 이번 당선인 출연 논란을 차치하고라도, 유퀴즈는 이미 본연의 색깔을 잃어버린 프로그램이다. 꼭 프로그램이 특정 포맷으로 고정될 필요는 없지만, 필자가 이해하는 유퀴즈는 유재석과 조세호가 랜덤으로 길거리를 나서서 (그 날의 특정 테마에 관해) 랜덤으로 만나는 시민들과 이야기하며 그들의 애환을 나누는 프로그램이었다. 비슷한 시민과의 랜덤 포맷을 표방했던 이경규, 강호동의 한끼줍쇼도 본인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결국 대략의 방문 지역과 공략 포인트도 연출자와 작가가 사전에 알아보고 의도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 뻔히 보이기에 거부감이 들었다. 그와 달리 유퀴즈는 으리으리한 집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MC와 마주칠 가능성이 동일한 확률로 보장되어 있는 길거리라는 특성 상 서민의 목소리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는 포맷이 아니었나 싶다. 이는 이미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일부 시도했던 형식으로, 시청자의 눈 높이에 맞추어 랜덤 확률의 예측 불가능성으로 오는 신선함을 기대할 수 있는 포맷이었다.

 

그러다 2020년 초 갑자기 코로나가 터졌다. 더 이상 길거리에서 랜덤으로 사람을 대면하여 대면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방역지침 상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 상황에서도 프로그램은 계속 이어가야 했던 그 사정은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네 서민과 맞닿아 있는 사람들이 나왔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유퀴즈는 간단히 정의하기에는 '성공한 셀럽들만의 잔치'가 되어버렸다. 그것이 감동적이든, 역경을 이겨내고 좋은 일을 하여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든, 어쨌거나 길거리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친숙함, 일반성, 거기에 누구를 만날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성이 일제히 사라지고, 한 회 차에 2~3명의 성공한 사람, 혹은 화제가 될 만한 사람을 불러서 감동이나 교훈을 짜내는 보통의 토크쇼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윤 당선인이 유퀴즈에 나온다고 해도 크게 이상하지도 않다. 딱히 특별한 감정도 없다.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이미 실패한 프로그램일 따름이다. 최근 해당 방송국의 연출자들이 타 방송사로 이적하는 소식이 연이어 들리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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