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의 KBS, SBS, MBC 연예대상이 모두 마무리되었다. 늘 갖가지 논란이 따라다녔던 연예대상이지만 이번 3사의 연예대상은 그야말로 협잡한 대실패의 연속이었다.
가장 큰 논란은 연예대상 순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대상 수상자 문제이다. 그 중에서도 국민청원까지 등장할 정도로 불공정함의 끝을 보여주는 것이 이승기의 대상 수상이다. 이것이 부당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첫째, 그가 전역 직후 꾸준히 하고 있는 집사부일체는 평균 7~8%의 한 자릿수 시청률에 불과한 프로그램이다. 더군다나 이 시청률은 예능 황금시간대라고 할 수 있는 일요일 저녁시간에 기록된 것이라 결코 우수한 성적이 아니다. 둘째, 이승기는 메인 MC라고 할 수도 없다. 출연진 네 명의 호흡에 매번 달라지는 사부 출연진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프로그램일 따름이다. 셋째, 이승기의 예능감도 그다지 뛰어나보이지 않는다. 87년생으로 어느덧 30대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집사부일체에서 그가 가장 많이 하는 표현은 "대박" 정도의 단순한 오버액션과 반응일 뿐이다. 넷째, 타 프로그램의 우월한 경쟁자가 많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평일에 꽤 늦은 시각인 밤 11시에 방영하면서도 일요일 황금시간대의 집사부일체와 시청률이 별로 차이가 나지 않으며, 화제성과 파급력 면에서는 그 어떤 SBS 예능보다 압도적이었다. 심지어 MBC 예능의 오랜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라디오스타마저 제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올라섰다. 출연진의 영향력 면에서도 백종원이 대본 없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일 뿐 아니라, 그간 SBS에서 푸드트럭, 3대천왕을 이끌어오며 공헌도도 높다. 신동엽의 미운우리새끼는, 무한도전이 사라진 지금, MBC의 '나혼자산다'와 함께 현존하는 예능 중 압도적인 톱 프로그램이다. 시청률도 20%를 넘어서며, 신동엽의 비중이 매우 높다.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 역시 평일에 10%가 넘는 시청률을 5년 째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집사부일체는 '이승기의 집사부일체'가 아닌데 반해, 다른 프로그램은 '백종원의 골목식당',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공헌도가 집사부일체의 이승기와는 차이가 엄청나다. 굳이 대상 후보들 간에 대상 순위를 매긴다면, 이승기는 압도적인 꼴찌였어야 한다.
이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SBS에서 2019년 베가본드라는 드라마를 시작하는 톱스타 이승기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대상을 수여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주장이다. 톱스타 비위 맞추기의 경우는 과거에도 여러 사례가 있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역시 SBS가 고현정의 고쇼라는 토크쇼 프로그램을 하기 때문에 그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연기대상을 줬던 그 유명한 논란이다. 이승기만 그렇게 비위 맞춰주기가 머쓱했는지, SBS는 양세형에게 최우수상, 육성재에게 우수상, 이상윤에게 신인상을 주기에 이른다. 안티가 없기로 유명한 이승기는 순식 간에 들끓는 분노와 불만의 대상이 되었다. 오죽하면 차라리 '대상을 동물농장의 동물에게 줬으면 욕을 덜 먹었을 것이다.'라는 네티진의 조소까지 있을까.
KBS, MBC의 연예대상은 사상 최초로 여성 2관왕을 차지한 이영자에게로 돌아갔다. 이승기 대상이 워낙 비난을 많이 받아서 그렇지, 이영자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KBS가 그나마 제일 논란에서 벗어나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KBS 대상의 경우, 이영자의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는 평일임을 감안해도 시청률이 5%에 머물고 있으며, 신동엽, 김태균, 정찬우 등과 같은 베테랑 공동 MC들과 함께 진행하는 것이기에 지분도 크지 않다. 더구나 '안녕하세요' 프로그램은 매번 비난의 대상이었다. 방송국이 아니라 정신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은 문제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뻔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을 때, 비전문가 입장에서 농담과 함께 해주는 조언과 공감 몇 마디로 사태가 얼마나 해결이 될지는 미지수다. 그렇지만 유재석은 포맷 변경에도 불구하고 해피투게더가 벌써 몇 년 째 시청률 답보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순위가 밀리고, 김준호는 1박2일이 일요일 황금시간대 예능으로서 평타를 유지할 뿐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이동국은 사실 본인보다는 아이들 때문이니 대상을 주기는 모호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이영자의 MBC 대상 수상이다. 그나마 KBS에서의 대상은 다른 대상후보자들이 돋보이지 못했고, 같은 프로그램을 8년동안 (함께) 이끌어온 이영자의 공로가 인정된다고 하지만, MBC에서는 이영자가 절대 받아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누가 봐도 압도적인 예능감을 가지고 화제를 몰고 다니는 박나래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MBC의 '나혼자 산다'는 SBS의 '미운 우리 새끼', KBS의 '1박2일'과 함께 각 방송사의 톱 예능프로그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무한도전이 사라진 지금, 단순한 광고 협찬 순위와 액수 비교만으로도 MBC를 현재 먹여살리는 프로그램이 무엇인가는 자명하다. KBS의 경우 이영자가 같은 프로그램을 8년이라도 진행했지, MBC의 이영자는 겨우 신생프로그램의 출연자 중 한 명일 뿐이다. 이것은 KBS와 MBC의 경영진이 진보성향을 띈 이들로 바뀌면서, 정치적 올바름, 페미니즘의 영향으로 인한 여성 후보 밀어주기로 볼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같은 여성 후보로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박나래를 밀어낸 것은 정작 우리 사회에서 시급히 퇴출되어야할 '연공서열'을 반영한 것이다. 이영자가 연예대상이 진행될 때, 박나래보다 자기가 앞선 것은 '몸무게'와 '나이'뿐이다라고 했는데, 사실 한 가지 더 있다. 박나래는 KBS 공채개그맨 출신 진골이고, 이영자는 MBC 출신 성골 개그맨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3사의 엉터리 대상 선정은 스스로의 연말 결산 공훈 시상식으로서의 권위를 하락시키는 것이다. 이것에서 종합하면 몇 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비연예인에 대한 차별이다. KBS에서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이동국을 주지 않은 것은 그가 운동선수 출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그의 공로보다는 실제 주인공들인 다섯 아이의 공로가 큰데, 같은 상황에서 개그맨인 이휘재는 2015년 슈돌로 대상을 차지했다. SBS에서 백종원이 대상은 커녕 무관에 그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연공서열의 존재, 스타에 대한 아부, 여성에 대한 선호 등이 관찰된다. 안 그래도 최근 몇 년 간 각종 사회문제와 지도자들의 일탈로, 무엇보다 공정함이 화두인 이 시대에, SBS는 곧 드라마 출연하는 톱스타 비위를 맞춰주려 대상 후보 중에서 압도적으로 후순위인 이승기에게 전달을 했고, 이영자는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박나래를 제치고 MBC 대상을 차지했다.
대상과는 별개로 진행방식도 천박하기 이를 데 없었다. KBS의 3MC였던 신현준, 설현, 윤시윤의 경우 최악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신현준은 각종 시상식 MC, 연예 프로그램 MC로 경험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어색하고 엉성한 톤과 진행을 보여줬고, 얼굴마담으로 들러리로 들어간 설현은 말할 것도 없으며, 윤시윤의 경우 이 정도의 센스라면 1박2일에서 하차시켜야 할 정도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신현준 못지 않은 어색한 톤과, 주어와 술어가 조응하지 않는 엉터리 진행실력을 보여주었다.
MBC의 3MC였던 박수홍, 한고은, 김종국도 더 나을 것이 없었다. 박수홍의 과한 깐죽거림은 과거 MC 이휘재의 성동일에 대한 무례함, MC 전현무의 강호동에 대한 무례함을 연상케 하는 불필요한 거슬림이었으며, 시간 배분도 제대로 못해서 불필요한 구성으로 시간에 쫓긴 나머지 수상자들이 소감을 단축해야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나마 탁월한 진행 실력을 가진 전현무가 버틴 KBS가 가장 무난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저급함은 저마다 들고나온 플랜카드다. 해외 시상식에서 어느 누가 수상자 뒤에서 플랜카드를 들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정말 불필요하고 추접스럽기까지 하다.
저급함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상자들의 파트너 간 괜한 농담 따먹기, 근황 묻기도 불필요하기 이를 데 없고, 수상자들의 소감도, 그들을 그 자리에 있게 해준 시청자들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동네사람부터 작가, 조명감독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이름만 외우고 끝나니 격이 떨어진다.
그나마 적절한 대응을 보여준 것은 KBS, MBC 대상을 수상한 뒤 이영자의 수상소감이다. KBS 대상 수상 소감에서는 같은 진행자이자 오랜 동료인 신동엽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고,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준 고민 상담자와 가족들에 대한 감사를 표했으며, 본인이 힘들 때 의지가 되었던 동료들(김숙, 송은이)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수상소감은 아니었지만, 프로그램 시작할 때 실패를 거듭했던 본인의 개그맨 경력에 대한 회고, 그리고 후배들에 대한 격려와 사랑도 잊지 않았다. MBC에서의 소감은 겸손함과 감사함, 희망을 보여주는 그야말로 수상소감의 모범답안을 보여주었다. 이승기의 수상소감도 평소 그의 바른 이미지에 부합하게 공손하였는데, 워낙 수상자 선정이 비난으로 들끓다보니, 이승기의 정중함 속에서도, 상을 자신이 받은 것은 당연하다라는 것이 전제로 깔려있었기에 비난을 받고 있다.
과거 춘추오패 중 1인이었던 진문공은 논공행상 자리에서 과거 허벅지를 베어 진문공의 허기를 달래줬던 충신 개자추의 공로를 깜박하는 우를 범하게 되고, 결국 그 충신을 아깝게 잃고 만다. 공로가 있는 자에게 제대로 공로를 전달하지 못하고, 스타에 대한 아부와 정치적 올바름, 연공서열로 점철된 저급한 시상식이라면 그냥 안 하느니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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