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하 BTS라 칭함)이 전세계적인 대히트를 이루어낸 지금에도 여전히 다음에 등장하는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 

 

"BTS가 훌륭한 안무/노래 실력을 갖춘 훌륭한 보이그룹임은 인정한다. 그러나 KPOP 내 그처럼 훌륭한 실력의 보이그룹, 걸그룹은 차고 넘치는데 대체 왜 BTS만 전세계적인 성공을 이루어냈는가? 성공이 어떻게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적으로 파급력 및 확산효과를 얻을 수가 있는가? 대체 왜?"

 

이 의문을 가진 것은 필자 또한 마찬가지여서 다음의 글을 써서 나름의 분석을 해본 적이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성공요인 분석"

 

위 분석은 꽤 정밀하고 심도있다고 스스로 자부한다. 의문을 가지고 나름의 분석을 시도하며 BTS 관련 책도 내고 방송에 나와 전문가인 양 행세하는 사람들 (e.g.: 임진모 음악평론가)이 매우 얕은 수준의 불완전한 분석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동영상으로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홍석경 교수가 "우리는 왜 BTS에 열광하는가?"에 대한 주제로 인터뷰한 것을 유튜브에서 접했다. 단언컨대, 현존하는 BTS의 성공요인 분석 중 가장 정밀하고, 논리적이며, 충실한 근거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 사람들, 심지어 전문가랍시고 BTS 관련 책 출판 및 인터뷰를 하는 사람들이 발견해내지 못한 핵심 포인트도 분석해내며, 그들과 공통된 의견조차 전문가답게 더 세련되고 설득력 있는 논조로 설명한다. 위 의문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 번씩 시청하길 권한다.

 

 

 

 

 

방탄소년단이 수 년째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한국 가수로서는 불가능해 보였던 Billboard 200 1위를 1년 안에 2회나 차지하고, 역시 Billboard 시상식에서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 톱스타들을 제치고 Top Social Artist Award를 2년 연속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신기한 것은, 역시 전 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였던 싸이가 히트곡 강남스타일 이후에 그 위상을 이어가지 못한 반면, 방탄소년단은 내는 앨범마다 전 세계적인 성공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의문이 생겼다. 방탄소년단이 이토록 성공한 이유가 뭘까? 방탄소년단 이외에도 한국에 유명한 K-POP 그룹이 많고, 그 중에서도 아시아 내 인기는 그에 버금가는 그룹들(EXO, Big Bang, TWICE, GOT7 등)이 존재하는 데다, 방탄소년단(이하 BTS라 칭한다.)과 유사한 가창력과 멋진 군무를 선보이는 이들이 상당수 존재하는데 (심지어 GOT7의 안무는 훨씬 더 격렬한 아크로바틱 군무를 사용한다.), 유독 BTS가 전 세계적인 팬덤을 압도적으로 형성한 이유가 뭘까? 기본적으로 한글로 된 노래를 내는 이들이, 싸이조차 달성하지 못한 연속 앨범 히트를 달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서 이 글에서는 그 몇 가지 요인을 나름대로 분석해보기로 한다.

 

(이 글은 소위 BTS의 팬(ARMY)이 아닌 사람, 또 음악에 관한한 비전문가로서 위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분석을 내린 것임을 우선 밝히고자 한다.)

 

 

1. 각 멤버의 역할 분담과 장점을 이끌어낸 뛰어난 음악성

 

사실 1번 항목부터 4번 항목까지는 성공한 Boy band로서 너무나 당연한 기본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언급할 필요조차 없어 보이지만 또 필수요소이기에 아예 언급하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다. BTS 팬덤(이하 ARMY라 칭한다.)에서는 BTS가 단순히 잘생기고 춤을 잘 추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성이 좋기 때문에 사랑을 받는다는 것을 늘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슈퍼주니어(이하 슈쥬라 칭한다.)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는 가수라 칭하는 그들에게서 도무지 음악성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예능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슈쥬 멤버들은 때때로 자신의 히트곡 내 보컬 파트는 3초밖에 안된다는 식으로 자기 비하 개그를 하곤 했다. 멤버 한 명이 한 노래 당 3초 밖에 부르지 않는 보이 밴드를 가수라 부르기도 부끄러운 수준 낮은 그룹으로 치부해도 이상할 것 하나 없지 않은가? 그런데 BTS는 다르다. 멤버 7명 간 역할도 분명하고(리드 보컬, 리드 래퍼, 서브 래퍼 등등), 한 곡 안에서도 그 역할 범위 내에서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역설적으로 그 역할이 분명하기에 그 선을 넘는 시도 (예: 래퍼라인의 보컬 참여)가 참신하게 느껴진다. 또한 멤버들이 서로 다른 장점과 음색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한 곡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십분 활용된다. 그리고 매번 격렬한 안무를 소화하면서도 반드시 안정된 라이브를 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BTS이며, 소위 'MR 제거 시 굴욕'이 없다. 이를 대비한 연습을 철저히 하는 듯 하다.

 

 

2. 몸선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뛰어난 춤 실력

 

춤 실력도 정말 뛰어난데, 군무는 말할 것도 없이 정연하고 완성도가 높다. 보통 힙합 보이 그룹이 때론 어둡고, 대개는 펑퍼짐한 옷을 활용하여 춤을 추는 반면, BTS는 대부분 몸에 딱 달라붙는 스키니한 밝은 의상을 입고 나와 고난도의 군무를 하며 남성의 몸 선(body line)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여 보여준다. 특히 그룹 내에서 가장 춤 실력이 뛰어난 멤버라 손꼽히는 제이홉(J-HOPE)이 2018 MMA(Melon Music Awards)에서 국악에 맞춰 보여준 인트로의 솔로 댄스는 그 어떤 우리나라/세계의 톱 댄서에 비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아름다운 예술의 경지를 보여주었다. 

 

 

3. 표현력, 완성도 높은 뮤직비디오

 

BTS가 온라인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팬들과 만나지만, 가수이기에 역시 가장 기본이자 핵심이 되는 것은 대표곡의 뮤직비디오일 것이다. 이 뮤직비디오는, 다른 일부 그룹 혹은 솔로 가수처럼 그들의 잘남(?)을 과시하는 비주얼 수단으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가사 및 앨범의 의미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장치로 만들어졌고, 이를 위해 뮤직비디오의 소품, 구도, 연출을 통해 수많은 메타포가 사용되었다. 최근 발매된 앨범의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의 경우에도 뮤직비디오에 무명가수 및 연예인으로서의 BTS의 성장과정 및 겪어온 갈등과 상당히 오버랩되는 고전 명작 영화 "Singin' in the Rain"의 줄거리 및 소품에 빗댄 장치들이 사용되었고, 앨범명처럼 멤버들의 등장이 각기 다른 페르소나(Persona)의 이면을 보여주며, 가장 이름이 유사한 이전 곡인 'Boy in Luv'와의 연관성, 예전 노래들이 네온사인 및 이정표로 사용되는 등 다양한 상징을 표현하였다. 유튜브에 보면 '작은 것들을 위한 시'에 대한 국내외 팬들의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4. 곡에 랩이 포함되었음에도 곡 전체의 통일성을 해치지 않는 완성도

 

멤버가 7명이나 되고, 보컬 담당, 랩 담당이 파트가 명확히 구분된 편임에도 불구하고 곡의 통일성을 해치지 않는다. 전혀 다른 곡 여러 개를 단순히 붙여놓은 듯 하여 랩과 보컬파트가 전혀 조응하지 못하는 소녀시대의 'I GOT A BOY'나, 비(Rain)의 '깡', 그리고 G-DRAGON의 상당 수의 노래들과는 달리, 슈가, RM, 제이홉 각각의 랩 스타일이나 노래의 비트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한 곡으로서의 개연성 있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각자의 개성과 실력을 최대한 존중해주되 노래의 완성도에 더 중점을 두는 노래의 방향성이 방시혁 대표 및 빅히트 사단의 음악적 주관을 짐작케 한다.

 

 

 

5.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뛰어난 기획력

 

앞으로 열거할 BTS의 거의 모든 장점은 사실 빅히트엔터테이먼트의 뛰어난 기획력이 없었다면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내 아티스트의 위상이 스태프보다 더 우월한 지위에 있어, 기본적으로 주변인들에 대한 감사함, 겸손함이란 가치보다 아티스트로서의 자신감, 우월감 등의 가치를 더 강조해온 YG와 같은 조직 내부 문화에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회사 내부 구성원들은 물론 사장 본인조차도 과거에는 그렇게 얽매이게 살아오지 않았으면서, 소속 가수들에게 음악성, 생활태도 (쯔위 사태에서는 심지어 본인의 정치성향이나 국적마저) 면에서 지나치게 획일화된 방향성을 요구하는 JYP와 같은 기획사에서도 BTS의 탄생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마도 빅히트에서나 가능했던 아이돌의 탄생이 아닐까 생각한다. 

 

 

6. 젊은 세대의 고민을 반영하는 진정성 있는 가사의 힘

 

전 세계의 ARMY는 BTS의 곡을 그들의 언어로 번역하여 의미까지 모두 파악하고 음미한다. 또 싫어하는 슈쥬와 비교하자면, 그들의 대표곡인 Sorry, sorry 조차도 쏘리쏘리쏘리,내가내가내가~ 등 의미 없는 가사에 중독적인 후크멜로디만을 의도한 저급한 곡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BTS는 가사에 그들의 고민과 하고 싶은 목소리를 담아냈고, 그것이 전 세계 팬들로 하여금 커다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전세계에 각자의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결국 10대 청소년, 20대, 30대의 젊은이들이 동일하게 직면할 수 밖에 없는 고민들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를 가사로 풀어내어, 혼자 이를 고민하고 있는 전세계 청소년/청년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던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 가요 그룹들도 가사에서 (자의였든 타의였든) 강렬한 그들의 목소리를 담았던 적이 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평화통일(발해를 꿈꾸며)을 노래하였고, 가출청소년들을 격려했으며(Come Back Home), 부조리한 교육시스템을 비판했다(교실이데아). H.O.T.는 학원폭력을 비판했고(전사의 후예), 안전사회와 어린이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아이야). 젝스키스 역시 부조리한 교육문제를 비판했고(학원별곡), 거북이는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을 노래했다(사계). 그러나 이러한 가사에 담겨져있는 메시지는 오늘날 각종 보이그룹, 걸그룹에 의해 쏘리쏘리쏘리, 노바디노바디벗츄, 지지지지베이베베이베, 보핍보핍보핍보핍, 으르렁으르렁으르렁대 등 소속사나 유명음악가가 만들어준 무의미하고 유치한 가사로 대체된지 오래다.

 

반면 BTS는 굳이 가사까지 가지 않더라도, 앨범 혹은 곡 타이틀만 봐도 얼마나 이들이 지각 있는 그룹인지 알 수 있다. Love Yourself, Face Yourself, You Never Walk Alone 등등. 이 중 BTS의 첫 번째 앨범에 수록된 타이틀곡 No More Dream 가사 일부를 옮겨본다.

 

지겨운 same day, 반복되는 매일에
어른들과 부모님은 틀에 박힌 꿈을 주입해
장래희망 넘버원 공무원?
강요된 꿈은 아냐, 9회말 구원투수 시간낭비인 야자에 돌직구를 날려
지옥 같은 사회에 반항해
꿈을 특별사면
자신에게 물어봐 니 꿈의 profile
억압만 받던 인생 니 삶의 주어가 되어봐

니가 꿈꿔온 니 모습이 뭐여
지금 니 거울 속엔 누가 보여, I gotta say
너의 길을 가라고 단 하루를 살아도
뭐라도 하라고 나약함은 담아둬

 

 

7. Underdog의 이미지, 그리고 비슷한 삶의 고민에 빠졌던 팬들의 공감과 동일시

 

지금은 크나큰 성공을 이룬 BTS이지만, 자칫 주목받지 못할 수도 있는 Underdog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SM, YG, JYP 등의 메이저 기획사 출신도 아니고, 노래 가사 또는 인터뷰나 생중계 등 온라인의 여러 기회를 통해 각 멤버들이 과거 각자의 열등감과 콤플렉스에 시달렸던 경험들을 가감 없이 공유했다. 위 5번과 연결하여, 이러한 Underdog의 시각에서 가사를 통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고자 하는 시도가 팬들이 그 노랫말을 접하면서 젊은 날의 고민을 타개하고자 하는 자신들과 BTS를 동일시하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BTS의 가사를 통해 삶이 바뀌었다는 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BTS 동영상의 어느 댓글 중에는,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하며 방황하던 중, BTS의 가사를 듣고 삶에 대한 시각이 바뀌고 희망을 가지게 되었으며 자살 충동도 잦아들었다는 간증(?)의 글도 눈에 띈다.

 

 

8. 사회적 메시지

 

연예인들 (특히 비겁한 한국 연예인들 혹은 정치인들)이 종종 취하는 태도 중 하나는 민감한 이슈에 관해 모호한 스탠스를 취하거나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함으로써 다양한 생각을 가진 기존, 혹은 잠재적 팬덤 중 누구도 불편하게 하지 않음으로써 팬덤을 잃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BTS는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봄날(Spring Day)에서 세월호에 대한 진심 어린 추모를 했고, UN 연설에서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줄 것을 주창하였으며 (심지어 성정체성에 대한 편견도 거둘 것을 언급했다), 일본 측에 의해 스케줄이 취소되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위안부 할머니들과 광복절에 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는 이들의 목소리를 불편해하는 이들로 인해 팬덤이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팬덤이 더 확산되는 결과를 불러 일으켰고, 팬덤으로 하여금 이들의 목소리와 공명하여 사회적 메시지를 더 증폭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9. 스토리가 있는 앨범, 앨범끼리 연결되는 스토리

 

BTS는 앨범의 테마에 충실한 노래들을 수록하고, 화양연화 Part 1, 화양연화 Part 2, Love Yourself 承 Her, Love Yourself 轉 'Tear' 등 연작을 발표함으로서 앨범 간 연계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따라서 팬덤으로 하여금 한 곡을 들었을 때, 다른 곡이 궁금하게끔 만들고, 한 앨범을 들었을 때 다른 앨범까지 들을 수밖에 없는 마력(?)을 지닌다.

 

 

10. 팬덤을 ARMY로 규정(identify)하다. 

 

이 점이 BTS가 다른 K-POP그룹과 구별되는 사실 가장 주요한 성공요인 중 하나라 생각한다. BTS는 방탄소년단이기에 ARMY라는 팬클럽의 네이밍도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주목할 점은 BTS는 이 팬덤을 대하는 태도가 기존의 어떤 가수, 그룹, 혹은 어떤 연예인과도 다르다는 점이다. 보통 가수들이 자신의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할 때는 대상을 자신들의 팬클럽에 한정하지 않는다. 혹 자신들을 지지하는 열혈 팬들에게만 감사하다는 배타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BTS는 감사인사를 전할 때, '저희 팬들', '저희를 사랑해주시는 여러분'이라는 통상적인 표현을 좀처럼 사용하지 않고, 명시적으로 'ARMY'라는 팬클럽을 지칭한다.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첫째, BTS의 팬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특별히 인식되는 존재라는 느낌을 갖게 해 주고,

 

둘째 BTS의 팬들끼리 유대감 및 소속감을 느끼게 해 주며 (이는 온라인 팬덤에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셋째, 데뷔 초, 아니 데뷔 전부터 이미 스타로서 엄청난 주목의 대상이었던 YG, JYP 등 대형기획사의 아이돌 그룹들과는 달리, 마이너 기획사에서 출발한 무명 가수부터 시작했던 그들인 만큼, 작은 공연장에서 적은 환호 속에 공연하던 그들이 현재 월드스타가 된 데에는 그 어떤 사람들보다, 어려운 시절부터 함께 해온 충성스러운 팬덤(ARMY)의 공로가 컸다는 점을 늘 상기하게 만든다. 이는 과거에 대한 감사 뿐만이 아니라 현재 BTS에 대한 가장 큰 동력이자 겸손함과 주변에 대한 감사를 잃지 않는 일종의 '토템'으로 작용하고 있다. 

 

넷째, ARMY의 범주를 소위 '한국에서 BTS를 보러 물리적 공간에 찾아올 정도의 극성팬들'에 국한하지 않고, ARMY가 누구인지에 관해 특별히 정의를 내리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팬덤의 개방성과 확장성을 강조함으로써, 자신들을 좋아해 주기 위해서는 진입장벽이 낮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BTS가 수상을 하고 "모든 분들께(혹은 팬들께) 감사합니다."가 아니라 "ARMY 여러분 감사합니다." 라고 했을 때, 그걸 듣는 소비자의 반응은, '자기 팬클럽에 대해서만 감사를? 왜 저리 배타적이지?'가 아니라 '혹시 나도 ARMY인가?'가 되어버린다. 즉, ARMY는 누구보다 충성심이 높은 팬덤임에도, 역설적으로 그냥 BTS 노래 한 곡 들어보고 '아 이 노래(가수) 좋네.' 하는 순간 누구나 즉각적으로 ARMY에 소속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를 좀 과장해서 해석하면, 성경에서 나오는 잔치에 참여한 이들 중 먼저 와서 하루 종일 일한 사람이나, 나중에 합류한 사람이나 천국잔치에서는 동일한 대우를 받는 이상적 평등사회의 모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11. 온라인, 소셜미디어 시대에 팬들과의 다양한 접점

 

Top Social Artist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온라인 상에서 참으로 다양한 기회를 통해 팬들과 소통한다. 즉, 팬들로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노래(또는 뮤직비디오 및 공연)가 아니고서도 소비할 수 있는 무료 콘텐츠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BTS 노래를 한참 즐기다가 그들의 다른 모습을 보고 싶을 때, 실시간 스트림 방송이라 할 수 있는 V live를 시청할 수도 있고, 종종 동영상으로 올라오는 무대 뒤 BTS 멤버들 간의 side story를 엿볼 수도 있다. 또한 적지 않은 예산과 연출 스태프 인력을 들여 무한도전 등과 같은 예능의 포맷과 유사한 달려라 방탄!(Run BTS!)이라는 콘텐츠를 꾸준히 업데이트하며, 방탄늬우스 등을 통해 멤버들의 소소한 일상부터 멤버들 간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팬들이 소비할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BTS 멤버들의 캐릭터가 정립되어 (JUNGSHOOK, 파괴왕 RM 등등), BTS를 음악뿐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도 즐기며 소비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하게 만들며, 스타와 팬의 거리감을 좁히고, 팬들로 하여금 '나는 내 아이돌에 관해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라는 일종의 자부심을 갖게 만든다.

 

 

12. 꾸미지 않고,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위 10번과 같은 다양한 라이브 노출 기회가 있어도, 보통의 스타라면 신비주의를 고집한다든지, 엄숙하거나 똑똑한 이미지를 유지하려 한다든지, 잘생기고 멋진 모습만 보여주려 한다든지 할 것이다. 그러나 BTS는 자체 예능 혹은 생중계에서 그야말로 무한도전 예능의 스타들처럼, 자고 일어난 모습, 멤버들끼리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한 모습, 엉뚱한 면모까지 가감 없이 드러내며 이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심지어 멤버들 간 오해와 갈등으로 싸우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까지 영상으로 보여준다. 이는 멤버들이 그 영상을 소비하는 팬들에 대한 애정, 또한 그 영상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멤버들 서로를 향한 신뢰와 애정이 뒷받침되어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멤버들 간에 잡음으로 인해 사분오열되는 K-POP 그룹의 여러 사례를 지켜볼 때, BTS로서는 성장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BTS 팬들로서는 자신의 아이돌 기반이 견고함은 물론, 이들이 공중분해되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갖고 계속 응원할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13. 훌륭한 리더의 존재, RM

 

RM(김남준)은 BTS의 리더이다. 그가 BTS 내에서 최연장자도 아님에도 그는 BTS에서 리더로서 가장 적합한 인물이다. 아니 단순히 보이그룹의 리더를 넘어 한 조직의 리더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가장 모범이 되는 훌륭한 리더라고 할 수 있다. 또 역시 비교 대상인 한심한 슈쥬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각종 예능에서 멤버들은 이특이 리더로서 많은 역할을 감당하는 만큼, 그만큼의 특별 대우도 받는다고 언급했다. (예: 원정 공연 시 이특 혼자 스위트룸 독방 사용) 그러나 BTS에서는 어떻게 보면 리더로서 가장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RM은 언제나 대접받기보다는 멤버들을 대접하고, 역할만 다를 뿐 자신이 BTS에서 동일한 한 멤버임을 강조한다. 각종 상을 수상할 때에도 트로피, 꽃다발을 받는 사람, 소감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보면, RM은 대부분 다른 멤버들에게 기회를 주려 애쓴다. 영어가 유창한 멤버가 RM 혼자인 관계로 해외에서 RM이 대부분의 수상소감이나 인터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언제나 다른 멤버들에게 기회를 주고 그들의 생각과 답변을 유도하며, 다른 멤버들을 더 빛나게 하는데 공을 들인다. 또한 큰 이벤트를 준비할 때마다 멤버들을 다독이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면 왜 그가 훌륭한 리더인지를 알 수 있다. 그가 UN에서 대표로 한 연설문을 보면, (물론 빅히트에서 수없이 코치하고 퇴고해주었겠지만) 그의 생각이 바르며, BTS의 리더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젊은 세대들의 리더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RM이 언더 힙합신에서 활동하다가 처음 BTS에 합류하였을 때, 힙합신으로부터 '아이돌처럼 화장하고 춤추며 노래부르는게 힙합이냐.'하고 수모를 당했기에 (특히 한 라디오 방송에서 면전에서 대놓고 조롱을 당했다.), RM이 걸어온 길은 랩퍼와 아이돌 사이에 자칫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할 수 있는 차가운 시선을 온전히 감당해야 했다. 그 갈등의 길을 통과해온 RM은 오히려 긴 고민을 통해 랩퍼로서의 자존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음악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 랩을 계속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겸손함과 감사한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게 만들었다. 소위 한국의 주류 래퍼들이 상대방에 대한 디스(스윙스), 욕과 희롱(블랙넛), 자신의 강함에 대한 허세 및 환락적 삶에 대한 찬양(씨잼), 자신의 물질적 자산 자랑(도끼) 등이 마치 랩의 본질인 것처럼 가사에 담아낼 때, RM은 리더이자, 팀의 리드 래퍼로서 올바른 인생과 사랑, 자신의 내적 갈등과 이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주변인들의 고마움에 대해 랩을 한다. 과연 아이돌 그룹에서 이와 같이 훌륭한 리더가 앞으로 또 탄생할 수 있을까?

 

 

14. 선한 영향력에 대한 책임감

 

BTS의 스캔들을 잡아내려고 파파라치가 붙어도, BTS 멤버들은 늘 BTS 멤버들과만 있기에 아무것도 잡아낼 수가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존재할 정도로, 그들은 스캔들이나 인성 논란, 불법행위가 나타나지 않는다. 젊은 에너지를 가수 활동과 멤버들 간의 친목으로 건전하게 소비하는 듯하고, 또 가수로서의 삶과 여정을 깊이 고민하며 걸어온 만큼 후회도 없는 듯하다. 젊은 세대로서 한창 혈기왕성할 때 여러 이성도 사귀어보고 싶고, 또 그럴 기회도 얼마든지 있을 텐데, 아직까지는 그런 소식조차 들리지 않는다. 또한 한국의 최고 아이돌을 넘어 세계 최고의 보이그룹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팬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으며 매사에 겸손한 자세를 갖고 있다. 승리, 정준영 사건부터 GD와 탑의 대마초 사건 등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이 양질의 문화 콘텐츠만 만들어내기만 하면, 자신들의 사생활이 얼마나 더럽든, 팬들을 개돼지로 생각하든 아랑곳하지 않는 연예인들을 질리도록 봐온 대중들로서는, 자신들의 인기에 비례하여 선한 영향력이 갖는 파급력과 책임감을 잊지 않는 BTS의 존재는 즐거움이자 자부심이다.

 

 

 

BTS가 대체 왜 그토록 언어도 다른 전 세계에서 고루 사랑을 받을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하여, ARMY가 아닌 사람으로서 지극히 주관적인 시각에서 그 원인을 분석해 보았다.

 

그나저나 나는 이미 ARMY가 되어버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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