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 폴드와 화웨이 메이트X 발표 이후 언론은 폴더블 폰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표된 어떤 폴더블폰도, "왜 굳이 핸드폰을 접어야 하는가?"에 관한 명쾌한 대답을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폴더블 폰이 디스플레이 패널이 구부러진다는 상위 기술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갤럭시 폴드와 화웨이 메이트X를 보면, 액정 화면이 더 크고, 구부러진다는 것 외에는 오히려 핸드폰의 사양은 업그레이드(upgrade)가 아닌 일부 디그레이드(degrade)에 가깝다. 갤럭시S 시리즈에도 없는 노치의 존재, 요즘 나오는 모든 스마트폰이 갖고 있는 듀얼 스피커도 장착하지 않은 것 등이 그 예다.
굳이 폰을 펼쳐서 태블릿이 될 필요가 없는 이유
1. 태블릿 모드일 때 전화가 오면?
태블릿 모드로 전화기를 펼친 상태에서 전화가 걸려오면 어떻게 모양을 전환해서 착신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삼성도 화웨이도 전혀 시연조차 하지 않아 이 부분은 좀 더 두고봐야할 것이지만, 추정컨대 태블릿 모드로 전화가 오면 전화벨이 울리는 사이 기기를 접은 후에 수신이 가능하게끔 기술적으로 구현해야 할 것이다. 8인치를 뺨에 갖다댈 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태블릿을 별개로 가지고 있는 상황보다 오히려 매번 한 단계 (접는 과정)를 더 거쳐야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그리고 접는 과정에서 수신 버튼, 혹은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도록 추가로 주의도 기울여야 한다.
2. 핸드폰의 가장 큰 목적은 필요 시 전화와 문자 수,발신 기능. 태블릿처럼 쓰다 배터리가 방전되면 낭패다.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기능을 조작하는 시대이지만, 여전히 휴대폰의 본연의 기능은 필요 시 전화와 문자의 수신, 발신 기능이다. 극단적인 예로는 영화 '터널'에서 주인공 하정우가 터널에 갇혔을 때, 외부와 교신이 가능한 유일한 수단은 그가 가진 스마트폰뿐이었다. 만일 그가 가진 핸드폰이 폴더블폰이라면? 액정이 더 커져 배터리 방전 속도가 더 빨라지는 태블릿 모드는 그 상황에서 사용해서는 안되는 불필요한 기능이 될 뿐이다. 일상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로, 태블릿처럼 사용하다가 배터리가 방전이 되기라도 하면 정작 중요한 전화를 해야할 일이 생겼을 때 어려움을 겪게 된다. 외장배터리를 가지고 있다한들 배터리 양을 다시 채우는 데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3. 2분할? 3분할 화면? 그런 기능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타이핑도 어렵다.
굳이 왜 폴더블 폰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여전히 빈약하지만 그나마 폴더블폰 시연행사에서 대답으로 나온 것이, 펼친 큰 화면에서 2분할, 3분할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2분할이 되는 태블릿에서, 유흥을 위한 게임, 동영상 시청에도, 생산성을 위한 작업에도 2분할조차 사용되는 예가 거의 드물다. 갤럭시 폴드는 시연화면에서 2분할에 이어 3분할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가장 큰 화면은 유튜브, 나머지 작은 두 화면은 각각 문자 메시지와 구글 검색 화면이었다. 그렇다면 그 화면에서 문자 메시지 답장은 어떻게 하는가? 구글 검색 타이핑은 어떻게 하는가? 키보드는 대체 어디에? 왜 가장 중요한 것을 보여주지 않았는지?
스마트폰은 탄생한 이래 꾸준히 진화를 거듭해왔다. 그러나 최신 발표된 핸드폰 (iPhone XS, Galaxy S10 등)의 다음 진화 형태가 폴더블폰인가?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다. 현재 발표된 폴더블폰은 지나치게 비싼 가격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데, 만일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운된다고 해도 굳이 iPhone XS, Galaxy S10을 놔두고 폴더블폰을 살 것인가? 일단 나의 선택은 확실히 "No!"다.
현재 발표된 폴더블폰보다 더 시급한 진화 형태
1. 펼쳤을 때 일반 스마트폰 (6인치급) 사이즈, 반으로 접는 것이 가능한 형태의 스마트폰.
삼성과 화웨이 모두 폴더블 폰을 '접었을 때는 일반 스마트폰, 펼쳤을 때는 태블릿'의 모습만을 상정한다. 그러나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펼쳤을 때는 일반 스마트폰, 접었을 때는 작고 컴팩트한 사이즈'의 모습이 아닐까? 실제로 모토로라에서 그와 같은 이상적인 형태의 폴더블폰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아래의 렌더링 이미지를 보면, 과거 피처폰 시절 모토로라 핸드폰의 전성기를 가져왔던 레이저 폴더폰 모델의 연장선에서, 비슷한 형태를 구현하려는 듯 보인다.
2. '폴더블 폰'이 아니라 '폴더블 태블릿'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은 스마트폰 대로 사용자들이 만족하며 이미 잘 사용하고 있다. 오히려 폴더블 기술이 적용되어야 할 곳은 태블릿의 영역이다. 현재 나온 태블릿은 8인치에서 12인치까지 다양한데, 보통 가방에 넣어두고 다니는데 한 쪽 면 전체가 액정이다 보니 손상의 우려가 크다. 또한 여성의 경우 작은 핸드백에 넣어다닐 수도 없다. 따라서 전화, 문자 등 핸드폰의 고유 기능은 그대로 스마트폰에 귀속시켜놓고, 태블릿만 폴더블로 만드는 것이다. 쉽게 말해 갤럭시 폴드에 전화 기능이 빠지고, 외부 액정이 사라진 형태라고 보면 될 듯하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일반 아이패드 10인치의 경우 접으면 5~6인치가 될텐데, 그것만으로도 소비자의 구매욕을 크게 자극할 수 있을 것이다.
이래저래 현재 출시를 앞두고 있는 두 회사의 폴더블폰은 그다지 실용적이지도 않고 매력적이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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