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은 최근까지 3가지 모델을 유지해 왔다. 1) 전문가용 고성능의 맥북 프로(Macbook Pro), 2) 일상적 업무에 사용 가능한 맥북 에어(Macbook Air), 그리고 3) 휴대성을 강조한 12인치 작은 사이즈의 맥북(Macbook)이 그 3가지이다. 2019년 7월, 갑자기 맥북 프로와 맥북 에어 신형 모델이 발표되었고, 12인치 맥북이 단종되었다. 이 상황에서 위 세 가지 모델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12인치 맥북은 매우 비싼 가격에 그 가격 대비 지나치게 낮은 CPU 성능, 그리고 USB-C 썬더볼트 단자도 하나에 불과하여 모든 것을 포기하고 휴대성에만 집중한 모델이라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아마도 지난 3년 여 간, 미국 각종 전자제품 판매처에서 가장 세일을 빈번하게 한 모델일 것이다. 완전한 단종이라기보다는, 이번 출시되는 맥북 에어가 대폭 업그레이드를 해서 나오기 때문에, 고성능 맥북 프로 다음의 포지션을 당분간 완전히 맥북 에어에 집중시키려는 전략이 아닌가 한다. 맥북 프로와 맥북이 지난 수 년간 지나친 고가 정책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기 때문에 업그레이드를 하여 맥북 에어보다 낮거나 동급의 가격으로 이후 재출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맥북 에어의 경우 2018년에 근 10년 간 가장 큰 폭의 업그레이드가 되어 출시되었는데, 이번 2019년 맥북 에어에는 2018년 맥북 프로에 처음 도입된 트루톤 디스플레이(Retina Display with True Tone)가 최초 도입되었다. 작년의 애플 전 제품에 걸친 고가정책에 크게 데어서인지, 심지어 2018년보다 $100 더 낮은 가격에 출시되었다.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많은 업그레이드(디자인 변경, 터치 아이디, T2 보안 칩 등)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역시 가장 큰 문제는 CPU다. 여전히 듀얼 코어의 CPU를 장착하고 나왔다. 8세대 인텔 CPU까지 나온 이 시점에 CPU 넘버링에 Y가 붙은 낮은 성능의 저전력 CPU는 꽤 실망스럽다. 이 가격에 사기는 아깝고, 학생 할인 등 각종 할인 시즌에 맞추어 조금 저렴하게 구입하면 좋겠다.
그렇다면 본 관심사인 맥북 프로는 어떤가. 맥북 프로의 경우 2016년, 2017년 두 해에 걸쳐 터치바 모델의 대응으로 나왔던 논터치바 모델이 단종되었다. 구 논터치바 맥북 프로의 포지션을 새로 출시한 맥북 에어로 대체할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새 맥북 프로는 디자인 면에서 2016년 이후 큰 차이가 없는데다, 트루 톤 디스플레이, T2 보안칩, 8세대 쿼드코어 CPU가 새로이 장착되었던 2018년 맥북 프로 터치바 모델을 그대로 계승하였다는 점에서는 외관 상 특이점을 찾기 어렵다. 결국 차이는 가격과 CPU인 것이다. 엔트리 레벨 맥북 프로에도 (예전에는 논터치바 모델) 터치바가 장착이 됨으로서 "맥북 프로 = 터치바"라는 공식이 완성되었다.
2019년 5월과 7월 두 번에 걸쳐 맥북 프로 13인치의 새 제품이 출시되었다. 5월에 출시된 맥북프로는 고급형(highend) 제품이고, 7월에 출시된 맥북 프로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저성능인) 기본형 (entry level/입문형) 제품이다. 맥북 프로 13인치 256GB(SSD)를 예로 들면, 두 가지 버전으로 다변화된 셈이다. 하이엔드 맥북프로 13인치는 256GB부터 시작하고, 입문형 맥북프로 13인치는 128GB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SSD 사이즈가 256GB인 맥북프로가 판매 주력 상품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13인치 맥북 프로 256GB SSD
기본형 $1,499(2017년 출시): 논터치바, 7세대 듀얼 코어 i5 프로세서 (base speed: 2.3 GHz / turbo speed: 3.6 GHz)
고급형 $1,799 터치바, 8세대 쿼드 코어 i5 프로세서 (base speed: 2.3 GHz / turbo speed: 3.8 GHz)
2019년 13인치 맥북 프로 256GB SSD
기본형 $1,499: 터치바. 8세대 쿼드 코어 프로세서 (base speed: 1.4 GHz / turbo speed: 3.9 GHz)
고급형 $1,799: 터치바, 8세대 쿼드 코어 프로세서 (base speed: 2.4 GHz / turbo speed: 4.1 GHz)
맥북 프로의 경우 논터치바 모델을 완전히 단종하였다. 13인치 모델로 한정했을 때, 터치 바 최초 모델인 2016년형, 그 다음 2017년형까지 모두 CPU가 듀얼 코어인 반면에, 2018년 출시 모델부터 쿼드 코어 CPU(8세대)를 장착함으로서 CPU benchmark 점수가 두 배로 비약적인 성능 향상을 보여준다. (2017년 논터치바/터치바의 cpubenchmark 점수는 5천 점 대인데, 2018년 터치바의 cpubenchmark 점수는 1만 점이 넘는다.)
결국 가장 큰 관건은 역시 CPU와 가격이다. 13인치 256GB 기준, 이전 해까지만 해도 맥북 프로 고가모델($1,799)의 전유물이었던 터치바와 지문인식을 $1,499에 역시 맥북 프로라는 이름으로 살 수 있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나, 기본형 맥북 프로의 CPU 베이스 클락 수가 1.4 GHz에 불과하다. 2006년에 맥북 프로가 출시된 이래 베이스 클락 수가 2.0 GHz 미만으로 내려간 것은, 초창기 모델 한 두 개를 제외하고는 이번 2019 기본형 맥북 프로가 처음이다. 근래 애플의 초고가 정책과 노트북 수요의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가격 차별 정책인 듯 하나, 어찌됐건 고성능 라인인 맥북 프로에 베이스 클럭 1.4 GHz짜리 CPU를 넣은 것은 아무래도 실망스럽다.
2019년의 기본형인 이 신형 맥북 프로를, 2019년 7월 초까지 기본형으로 판매되었던 2017년형 13인치 맥북프로 256기가 논터치바 모델과의 비교를 해보자.
2017년형 기본형 13인치 맥북 프로 논터치바 256GB SSD
- 판매 가격: $1,499
- i5-7360U: 7세대 듀얼 코어 i5 프로세서 (base speed: 2.3 GHz / turbo speed: 3.6 GHz)
2019년형 기본형 13인치 맥북 프로 터치바 256GB SSD
- 판매 가격: $1,499
- i5-8257U: 8세대 쿼드 코어 i5 프로세서 (base speed: 1.4 GHz / turbo speed: 3.9 GHz)
2019년형 기본형 맥북 프로는 2017년형 기본형 논터치바 맥북 프로보다 성능이 좋아진 것인가? 결국 이 답은 클럭 수가 더 중요한가 코어 수가 더 중요한가에 대한 해묵은 논쟁과 연결된다. 2017년형에 장착된 CPU는 베이스 클럭 수가 높은 반면 듀얼 코어이고, 2019년형 엔트리에 장착된 CPU는 베이스 클럭 수가 낮은 반면 쿼드 코어라는 점이다. 코어가 여러 개라고 해서 늘 멀티 코어가 연산에 가동되는 것이 아니므로 base speed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여러 무거운 작업을 동시에 할 때 코어가 더 많을 수록 더 향상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결국 2017년형 맥북 프로 기본형 논터치바 모델에 비해 베이스 클락 수는 낮고 코어는 두 배인 2019년형 맥북 프로 기본형은 평상 시 작업에서는 2017년형 기본형 논터치바와 성능이 비슷하고, 다중 작업 시에는 더 나은 성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geek bench를 보면 2017년 맥북 프로 기본형 논터치바 i5-7360U의 싱글코어 점수가 4514이며, 멀티코어 점수가 9567이다. i5-8257U의 경우 싱글코어 점수가 4794이며 멀티코어 점수가 17125이다. 2019년형 엔트리형 새 맥북은 2017년 논터치바 모델보다 일상 작업을 할 때는 성능이 비슷하고, 다중 작업을 할 때는 두 배 가까이 훨씬 더 좋은 성능을 보여준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인텔 코어 CPU가 7세대에서 8세대로 넘어오면서 이전 세대 변화와는 비교 없을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냈기 때문에 CPU 클락 수가 낮아도 8세대 아키텍처인 것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맥북은 단종되었는데다 맥북 에어는 대폭 업그레이드에도 여전히 가격 대비 CPU가 낮은 성능을 보여주는데 반해, 맥북 프로 13인치의 경우 무려 $300이 인하되었고 (과거 논터치바 가격으로 판매), 2018년부터 쿼드 코어 CPU로 업그레이드가 되었기에 현 시점에서는 2019년형 13인치 맥북 프로를 구입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소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많은 기술이 발전한 2019년에도 듀얼코어를 맥북 에어에, 1.4 GHz 베이스 클락을 맥북 프로에 집어넣어 보따리를 천천히 풀며 팔아먹는 애플의 상술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올해 반드시 맥북 프로를 구입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질문에는 'No!'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애플 제품에 대한 예측과 분석으로 정평이 난 밍치 궈 애널리스트에 의하면, 애플은 빠르면 2019년, 아니면 2020년에 나오는 맥북 제품은 드디어 지난 몇 년 간 가장 큰 불만 대상 (바닥을 치는 느낌이라는 소비자 평)이자 고장 수리의 원인이었던 나비형(butterfly) 키보드를 버리고 가위식(scissor) 키보드로 회귀한다고 한다. 즉 한 번 출시한 후 몇 년 간 울궈먹었던 맥북 프로의 폼팩터를 전면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원인은, 인텔이 최근 1~2년 간 CPU의 개발 진척도가 느린 반면, 애플이 두께에 집착하느라 맥북 프로를 지나치게 얇게 만든 탓에, 특히 2018년 맥북 프로 모델들(13인치, 15인치)의 발열을 잡지 못하여 폼팩터 수정이 불가피해진 것도 있다.
맥북 프로를 사는 것이 그리 급하지 않은 사람은 2020년까지 단 1년만 기다릴 것을 권장한다. 그러면 가위식 키보드로 바뀌고, (AMD의 추격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인텔의) 성능이 향상된 9세대 CPU를 장착한 맥북 프로를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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