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은 최근까지 3가지 모델을 유지해 왔다. 1) 전문가용 고성능의 맥북 프로(Macbook Pro), 2) 일상적 업무에 사용 가능한 맥북 에어(Macbook Air), 그리고 3) 휴대성을 강조한 12인치 작은 사이즈의 맥북(Macbook)이 그 3가지이다. 2019년 7월, 갑자기 맥북 프로와 맥북 에어 신형 모델이 발표되었고, 12인치 맥북이 단종되었다. 이 상황에서 위 세 가지 모델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12인치 맥북은 매우 비싼 가격에 그 가격 대비 지나치게 낮은 CPU 성능, 그리고 USB-C 썬더볼트 단자도 하나에 불과하여 모든 것을 포기하고 휴대성에만 집중한 모델이라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아마도 지난 3년 여 간, 미국 각종 전자제품 판매처에서 가장 세일을 빈번하게 한 모델일 것이다. 완전한 단종이라기보다는, 이번 출시되는 맥북 에어가 대폭 업그레이드를 해서 나오기 때문에, 고성능 맥북 프로 다음의 포지션을 당분간 완전히 맥북 에어에 집중시키려는 전략이 아닌가 한다. 맥북 프로와 맥북이 지난 수 년간 지나친 고가 정책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기 때문에 업그레이드를 하여 맥북 에어보다 낮거나 동급의 가격으로 이후 재출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맥북 에어의 경우 2018년에 근 10년 간 가장 큰 폭의 업그레이드가 되어 출시되었는데, 이번 2019년 맥북 에어에는 2018년 맥북 프로에 처음 도입된 트루톤 디스플레이(Retina Display with True Tone)가 최초 도입되었다. 작년의 애플 전 제품에 걸친 고가정책에 크게 데어서인지, 심지어 2018년보다 $100 더 낮은 가격에 출시되었다.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많은 업그레이드(디자인 변경, 터치 아이디, T2 보안 칩 등)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역시 가장 큰 문제는 CPU다. 여전히 듀얼 코어의 CPU를 장착하고 나왔다. 8세대 인텔 CPU까지 나온 이 시점에 CPU 넘버링에 Y가 붙은 낮은 성능의 저전력 CPU는 꽤 실망스럽다. 이 가격에 사기는 아깝고, 학생 할인 등 각종 할인 시즌에 맞추어 조금 저렴하게 구입하면 좋겠다.

 

그렇다면 본 관심사인 맥북 프로는 어떤가. 맥북 프로의 경우 2016년, 2017년 두 해에 걸쳐 터치바 모델의 대응으로 나왔던 논터치바 모델이 단종되었다. 구 논터치바 맥북 프로의 포지션을 새로 출시한 맥북 에어로 대체할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새 맥북 프로는 디자인 면에서 2016년 이후 큰 차이가 없는데다, 트루 톤 디스플레이, T2 보안칩, 8세대 쿼드코어 CPU가 새로이 장착되었던 2018년 맥북 프로 터치바 모델을 그대로 계승하였다는 점에서는 외관 상 특이점을 찾기 어렵다. 결국 차이는 가격과 CPU인 것이다. 엔트리 레벨 맥북 프로에도 (예전에는 논터치바 모델) 터치바가 장착이 됨으로서 "맥북 프로 = 터치바"라는 공식이 완성되었다. 

 

2019년 5월과 7월 두 번에 걸쳐 맥북 프로 13인치의 새 제품이 출시되었다. 5월에 출시된 맥북프로는 고급형(highend) 제품이고, 7월에 출시된 맥북 프로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저성능인) 기본형 (entry level/입문형) 제품이다. 맥북 프로 13인치 256GB(SSD)를 예로 들면, 두 가지 버전으로 다변화된 셈이다. 하이엔드 맥북프로 13인치는 256GB부터 시작하고, 입문형 맥북프로 13인치는 128GB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SSD 사이즈가 256GB인 맥북프로가 판매 주력 상품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13인치 맥북 프로 256GB SSD

 

기본형 $1,499(2017년 출시): 논터치바, 7세대 듀얼 코어 i5 프로세서 (base speed: 2.3 GHz / turbo speed: 3.6 GHz)

고급형 $1,799 터치바, 8세대 쿼드 코어 i5 프로세서 (base speed: 2.3 GHz / turbo speed: 3.8 GHz)

 

 

2019년 13인치 맥북 프로 256GB SSD

 

기본형 $1,499: 터치바. 8세대 쿼드 코어 프로세서 (base speed: 1.4 GHz / turbo speed: 3.9 GHz)

고급형 $1,799: 터치바, 8세대 쿼드 코어 프로세서 (base speed: 2.4 GHz / turbo speed: 4.1 GHz)

 

맥북 프로의 경우 논터치바 모델을 완전히 단종하였다. 13인치 모델로 한정했을 때, 터치 바 최초 모델인 2016년형, 그 다음 2017년형까지 모두 CPU가 듀얼 코어인 반면에, 2018년 출시 모델부터 쿼드 코어 CPU(8세대)를 장착함으로서 CPU benchmark 점수가 두 배로 비약적인 성능 향상을 보여준다. (2017년 논터치바/터치바의 cpubenchmark 점수는 5천 점 대인데, 2018년 터치바의 cpubenchmark 점수는 1만 점이 넘는다.)

 

결국 가장 큰 관건은 역시 CPU와 가격이다. 13인치 256GB 기준, 이전 해까지만 해도 맥북 프로 고가모델($1,799)의 전유물이었던 터치바와 지문인식을 $1,499에 역시 맥북 프로라는 이름으로 살 수 있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나, 기본형 맥북 프로의 CPU 베이스 클락 수가 1.4 GHz에 불과하다. 2006년에 맥북 프로가 출시된 이래 베이스 클락 수가 2.0 GHz 미만으로 내려간 것은, 초창기 모델 한 두 개를 제외하고는 이번 2019 기본형 맥북 프로가 처음이다. 근래 애플의 초고가 정책과 노트북 수요의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가격 차별 정책인 듯 하나, 어찌됐건 고성능 라인인 맥북 프로에 베이스 클럭 1.4 GHz짜리 CPU를 넣은 것은 아무래도 실망스럽다. 

 

2019년의 기본형인 이 신형 맥북 프로를, 2019년 7월 초까지 기본형으로 판매되었던 2017년형 13인치 맥북프로 256기가 논터치바 모델과의 비교를 해보자.

 

2017년형 기본형 13인치 맥북 프로 논터치바 256GB SSD

  • 판매 가격: $1,499
  • i5-7360U: 7세대 듀얼 코어 i5 프로세서 (base speed: 2.3 GHz / turbo speed: 3.6 GHz)

 

2019년형 기본형 13인치 맥북 프로 터치바 256GB SSD 

  • 판매 가격: $1,499
  • i5-8257U: 8세대 쿼드 코어 i5 프로세서 (base speed: 1.4 GHz / turbo speed: 3.9 GHz)

2019년형 기본형 맥북 프로는 2017년형 기본형 논터치바 맥북 프로보다 성능이 좋아진 것인가? 결국 이 답은 클럭 수가 더 중요한가 코어 수가 더 중요한가에 대한 해묵은 논쟁과 연결된다. 2017년형에 장착된 CPU는 베이스 클럭 수가 높은 반면 듀얼 코어이고, 2019년형 엔트리에 장착된 CPU는 베이스 클럭 수가 낮은 반면 쿼드 코어라는 점이다. 코어가 여러 개라고 해서 늘 멀티 코어가 연산에 가동되는 것이 아니므로 base speed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여러 무거운 작업을 동시에 할 때 코어가 더 많을 수록 더 향상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결국 2017년형 맥북 프로 기본형 논터치바 모델에 비해 베이스 클락 수는 낮고 코어는 두 배인 2019년형 맥북 프로 기본형은 평상 시 작업에서는 2017년형 기본형 논터치바와 성능이 비슷하고, 다중 작업 시에는 더 나은 성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geek bench를 보면 2017년 맥북 프로 기본형 논터치바 i5-7360U의 싱글코어 점수가 4514이며, 멀티코어 점수가 9567이다. i5-8257U의 경우 싱글코어 점수가 4794이며 멀티코어 점수가 17125이다. 2019년형 엔트리형 새 맥북은 2017년 논터치바 모델보다 일상 작업을 할 때는 성능이 비슷하고, 다중 작업을 할 때는 두 배 가까이 훨씬 더 좋은 성능을 보여준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인텔 코어 CPU가 7세대에서 8세대로 넘어오면서 이전 세대 변화와는 비교 없을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냈기 때문에 CPU 클락 수가 낮아도 8세대 아키텍처인 것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맥북은 단종되었는데다 맥북 에어는 대폭 업그레이드에도 여전히 가격 대비 CPU가 낮은 성능을 보여주는데 반해, 맥북 프로 13인치의 경우 무려 $300이 인하되었고 (과거 논터치바 가격으로 판매), 2018년부터 쿼드 코어 CPU로 업그레이드가 되었기에 현 시점에서는 2019년형 13인치 맥북 프로를 구입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소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많은 기술이 발전한 2019년에도 듀얼코어를 맥북 에어에, 1.4 GHz 베이스 클락을 맥북 프로에 집어넣어 보따리를 천천히 풀며 팔아먹는 애플의 상술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올해 반드시 맥북 프로를 구입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질문에는 'No!'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애플 제품에 대한 예측과 분석으로 정평이 난 밍치 궈 애널리스트에 의하면, 애플은 빠르면 2019년, 아니면 2020년에 나오는 맥북 제품은 드디어 지난 몇 년 간 가장 큰 불만 대상 (바닥을 치는 느낌이라는 소비자 평)이자 고장 수리의 원인이었던 나비형(butterfly) 키보드를 버리고 가위식(scissor) 키보드로 회귀한다고 한다. 즉 한 번 출시한 후 몇 년 간 울궈먹었던 맥북 프로의 폼팩터를 전면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원인은, 인텔이 최근 1~2년 간 CPU의 개발 진척도가 느린 반면, 애플이 두께에 집착하느라 맥북 프로를 지나치게 얇게 만든 탓에, 특히 2018년 맥북 프로 모델들(13인치, 15인치)의 발열을 잡지 못하여 폼팩터 수정이 불가피해진 것도 있다. 

 

맥북 프로를 사는 것이 그리 급하지 않은 사람은 2020년까지 단 1년만 기다릴 것을 권장한다. 그러면 가위식 키보드로 바뀌고, (AMD의 추격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인텔의) 성능이 향상된 9세대 CPU를 장착한 맥북 프로를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불타는 청춘 초창기부터 프로그램을 이끌어왔던 김국진, 그리고 프로그램을 통해 러브라인을 형성하다 김국진의 반려자가 된 강수지, 이른바 '치와와 커플'이 하차한지도 2019년 현재 약 1년이 되었다. 불청에서의 김국진은, 무한도전의 유재석, 1박2일의 강호동이라 할 정도로 원톱에 해당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었다. 프로그램 전반의 흐름을 제작진과 함께 조율하는 MC였고, 초창기에는 귀여운 중년 막내로, 하차 이전까지는 든든한 맏형으로 중심을 잡아주었다. 고정멤버와 반고정멤버 사이의 긴장감을 해소하고, 새 친구의 어색함을 풀어주며, 마땅한 소품이나 예능 장치도 없는 구수한 시골 풍경에서도 깐죽거림과 승부사 기질로 예능에 걸맞는 상황을 만들어냈으며, 인생의 굴곡과 상처가 있는 멤버들을 다독이고 그들의 말에 경청하는 특유의 친화력도 발휘했다. 

 

그랬던 김국진이 강수지와 결혼하며 약속한 듯 하차한 뒤, 불청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개그맨의 정점에 서본 적이 있었던 김국진이라는 우수한 예능인을 제외하고도 이 프로그램의 인기는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프로그램이 위태롭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 간 불청은 큰 부침 없이 늦은 밤 예능 강자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 글에서는 '김국진 없는' 불청의 현재 모습을 진단하고자 한다.

 

 

 

먼저 김국진 하차 후 현재 불청 내 긍정적인 변화다.

 

 

첫째, 김국진이라는 단독 리더십의 공백을 최성국이나 김광규로 대체하지 않았다.

 

김국진이라는 존재가 워낙 컸고, 그만큼 유능했기에 프로그램은 김국진을 중심으로 흘러갔었다. 그러나 김국진이 하차한 뒤, 제작진은 그 리더십을 그 다음으로 큰 영향력을 가진 최성국이나 김광규로 인위적으로 대체하려 하지 않았다. 현재 불청에서 부동의 고정 멤버라면 최성국과 김광규 둘 뿐이다. 김국진과 함께 삼각 편대로서 불청 재미의 80% 이상을 담당하던 둘이었기에, 김국진의 자리를 둘 중 하나가 계승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성국은 겉으로 비춰지는 익살스러운 모습과는 달리, 의외로 서열과 위계를 매우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김국진의 의도치 않은 지각으로 최성국이 김국진 대신 임시 반장 역할을 했을 때, 평소의 모습과 전혀 다른 경직되고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최성국이 단독 리더로는 적합하지 않은 사람임이 증명되었다. 김광규 역시 웃음에만 충실할 뿐, 리더를 하기에는 전체 그림을 잘 보지 못하고, 여러 선택지 중에 선뜻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덜렁댐과 우유부단함이 종종 방송에 비춰졌다. 김국진의 하차 뒤 제작진은 이 둘을 불청의 중심축에 놓되 리더의 역할은 맡기지 않는 방법을 택함으로서 그들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했다.

 

 

둘째, 멤버들 간 의사결정이 민주적으로 변했다.

 

김국진의 리더십이 확고한 가운데, 예능 진행이나 노동 임무에 대한 배분은 철저히 (제작진과 협의된 MC) 김국진의 상의하달(Top-down)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심지어 그러한 김국진 덕분에 덩달아 여성 멤버들 중 대장격이 되어버린 강수지에게도 자연스럽게 그와 같은 권위가 부여되었다. 일례로 여름에 멤버들이 여행을 떠나게 되었을 때 에어콘 있는 방이 딱 한 개 있었다. 이때 강수지가 김국진을 비롯한 나머지에게 "오빠, 에어콘 방은 여자들이 쓸게요!" 하고 통보하고 끝이었다. 김국진의 하차 뒤에 놀랍게도 유사한 상황이 펼쳐졌는데(에어콘 방은 하나 뿐), 이때 멤버들은 합의에 의해 게임을 이긴 멤버들이 에어콘 방을 차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는 참으로 놀라운 변화다.

 

 

셋째, 멤버들 간 로테이션이 더 활발해졌다.

 

김국진 하차 직전의 불청은 '하늘이 무너져도 땅이 꺼져도' 반드시 고정으로 출연하는 멤버가 정해져 있었다. 김국진, 강수지, 최성국, 김광규, 이연수, 김완선, 이 6명은 무슨 일이 있어도 출연을 했으며, 거기에 매 여행마다 새 친구가 추가되고, 반 고정에 가까운 김도균 등까지 포함하면, 나머지 슬롯에 포함될 멤버들의 풀은 매우 협소했다. 그러나 김국진, 강수지가 동반 하차하면서, 최성국, 김광규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완전 고정으로 출연한 멤버는 없다. 한때 불청 초창기에 예능상까지 탔던 김완선은 계속된 침체에 고정멤버에서 완전히 하차했다. 제작진은 완전 고정은 아니지만 여행 두 세 번마다 그래도 한 번은 꼭 출연하는 소위 '반 고정' 멤버의 인력 풀을 더 확장했다. 김완선을 거쳐 이연수로 고정되었던 소위 불청의 비주얼/발랄/리액션 포지션도 이연수와 강경헌이 번갈아가며 맡게 되었다. 매 끼니를 멤버들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프로그램의 특성 상, 주방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멤버(박장군, 이연수, 강문영, 신효범)도 출연에 적절한 배분이 이루어졌다. 

 

 

넷째, 자발적인 노동 평등이 이루어졌다.

 

막내에서 어느덧 맏형이 되었던 김국진은 강력한 포스를 뽐내며 주방 일은 여성들에게, 고된 일은 동생들에게 맡기고 노동의 비중을 점차 줄여나갔다. 그러나 이제 소위 '대장'이 사라져 성별 따라, 연령과 성별에 따라 차별적이었던 노동 불균형에서 모든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고루 노동에 참여하는 분위기로 전환하였다.

 

 

장점을 다시 종합해서 정리해보면, MC이자 리더 김국진의 하차 이후에도 우려와는 다르게 시청률과 재미 면에서 선방을 했고, 공동 합의, 공동 노동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이번에는 김국진 이후 불청의 우려되는 점들이다.

 

 

첫째, 연령대가 지나치게 낮아져 추억이 사라졌고, 기존 프로그램들과 차별화가 되지 못한다.

 

40대 초반인 77년생 최민용, 78년생인 브루노까지 등장했다. 김일우(63년생), 김동규(65년생), 양금석(61년생)이 주축이었던 초반의 불청에 비하면 비약적으로 연령대가 낮아진 것이다. 프로그램이 꾸준한 인기를 얻은만큼 일단 연령층을 조금 더 낮춰 문화 컨텐츠 구매력이 더 강한 젊은 시청자들에게도 어필하겠다는 취지인 것으로 보이나, 그렇다면 예전 패밀리가 떴다, 1박 2일 등의 연령대와도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기에 불청의 특색마저 잃어버릴까 우려된다. 오히려 단순히 1박 2일동안 먹고 자는 컨셉이라면 웃음에 있어서는 불청이 감히 엄두도 못낼 직업 개그맨(유재석, 강호동 등)들이 포함되었던 예전 유사 프로그램보다 모든 점에서 열등하다. 불청은 불청만의 특색으로 승부해야 하는데, 시골로 여행 가 1박하고 오는 컨셉일 뿐이라면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불청의 강점은 '추억'이다. 시청자가 훨씬 젊고 빛났던 시절, 동 시대에 역시 화려하게 빛났던 TV 속의 스타들이 어느새 나이 든 중년이 된 모습을 보며 과거를 추억하는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최민용, 브루노의 전성기 시절이래봤자 20년이 채 되지 않았고, 그들을 오빠라고 부르며 열광하던 팬들은 아직 과거를 추억할 만할 나이가 되지 못했다. 논두렁에서도 옛 놀이를 찾아내고, 7080 노래를 감상하며, 한국의 옛 살림(도끼 등)을 추억하던 불청이, 이제는 7080에 출생하여 최신형 캠핑 장비를 구비한 출연진을 맞이한다. 이것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가득하다.

 

 

둘째, 가족적 분위기 유지가 힘들어 보인다.

 

불청의 가장 큰 핵심 중 하나라면, 미혼의 중년 멤버들이 모여 가족처럼 오손도손 정겨운 모습을 연출한다는 데 있다. 암묵적인 룰에 따라 모두가 미혼인 멤버들은 자연스럽게 나이로 관계를 정리하고 이름 대신 '누나, 언니, 오빠, 형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해왔다. 김국진 하차 이후에도 그 분위기가 계속 유지된 것은, 어쩌면 김국진이 그와 같은 틀을 잡아놓은 때의 핵심 멤버들이 여전히 출연하고 있기에 지속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한국무용 교수를 하고 있는 배우 조하나, 오랜 투병생활을 마치고 나온 배우 이의정의 출연부터 나이가 많은 멤버(김광규)가 연하의 조하나에게 존대를 하고, 나이가 적은 멤버(최민용)가 연상의 이의정에게 의정'씨'라는 호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김국진이 만들어놓고 나간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설혹 멤버들 간 사이는 여전히 돈독할 지언정, 불청의 장점이었던 가족과도 같은 끈끈한 정은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셋째, 'MC 김국진' 이후 'MC 송은이'는 실패했다.

 

최성국과 김광규가 여전히 불청 예능의 핵심 축이되, '리더'는 되지 못한다는 점을 간파한 제작진은 김국진 자리에 은근슬쩍 송은이를 투입했다. 실제로 김국진과 송은이는 상당 부분 겹치는 이미지가 있다. 영민하고 야무진 이미지,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장자 내지는 리더 역할을 늘 감당해왔던 포지션, 전문 개그맨, 승부욕 넘치는 성격, 산만한 주변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MC 역할 등 송은이는 김국진처럼 장점을 많이 갖춘 MC다. 그러나 송은이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데, 바로 '무척 바쁘다는 점'이다. 소위 예능 대세로, 기획자로 가장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송은이인지라 매번 여행편에서 첫 날 나오고 사라져버린다. 멤버들과 여행지에서 취침을 할 수 없을 정도의 바쁜 스케줄인 것이다. 김국진 하차 이후 송은이는 1년 가까이 출연하면서 취침을 하고 간 적은 스케줄이 허락한 단 1회 뿐이다. 비유를 하자면, 마치 결혼식에 친한 친구가 사회를 보는 것이 아니라, 언변이 뛰어난 출장 MC를 불러 사회를 보게 하고 식이 끝난 뒤 인사와 뒷풀이도 하기 전에 바로 사라지는 식이다. 중년들이 모인 불청의 조금은 여유롭고 느린 호흡과, 송은이의 바쁜 스케줄은 서로 페이스가 맞지 않는다. 이는 가족 분위기 형성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송은이는 분명 재능이 많은 MC이며 현재 예능 대세이지만, 축구에 비유를 하면 볼 배급을 하고 경기를 조율하는 미드필더 역할이다. 반면 김국진은 미드필더였지만 동시에 직접 골도 넣을 수 있는 스트라이커 역할도 소화하는 사람이었다. 혼자서는 그림을 만들어낼 수 없는 송은이는 시골의 한적한 일상을 담아내는 배경 속에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즉 아무리 대세 송은이라도 한 때 대한민국 원톱 개그맨이었던 김국진, 그의 능력에 미치지는 못했다. 송은이가 여느 프로그램과 같이 단지 열심히 일하러 온 느낌이라면, 김국진은 정말 이틀 잘 놀고 쉬고 가는 느낌을 시청자에게 전달했다. 프로그램의 컨셉에 맞게, 일이지만 놀고 가는 느낌을 보여주는 것 또한 김국진이라는 개그맨의 능력이다. 

 

또한 본인이 스스로 최신 방식을 사용하여 팟캐스트를 제작하는 등 시대에 맞게 선도적으로 예능 트렌드를 이끄는 송은이와. 시골에서 자라 아직까지 버튼식 폴더폰을 사용하는 김국진이 시골을 배경으로 하는 불청에서 전달할 수 있는 정서가 다를 수 밖에 없었다. 불청은 애초에 송은이에게 걸맞지 않는 옷이었다. 

 

 

넷째, 인위적인 러브라인 연출은 부담스럽다.

 

김국진과 강수지는 불청 프로그램 중에 결혼을 했지만, '불청 때문에' 결혼한 것은 아니다. 제작진이 둘 보고 억지로 등 떠밀어서 사귀거나 결혼한 것도 아니고, 그저 부부의 연을 맺을 정도로 둘이 천생연분이었기에 당연한 듯 자연스럽게 맺어진 것일 뿐이다. 그런데 제작진이나 멤버들이나 제2의 김국진, 강수지를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듯 하다. 인위적인 러브라인을 만들고 노골적으로 프로그램에서 몰아가는 것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반감을 살 뿐이다. 지극히 예외적인 케이스를 일반화시키려고 하니 무리수일 따름이다.

 

 

이처럼 김국진 하차 이후의 불청(2019년 현재)에는 명과 암이 존재한다. 불청에 몇 가지 제안을 해본다면, 첫째, 매 여행마다 반드시 새 친구를 투입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예전에 출연했으나 지금은 소식이 뜸한 멤버들 (예: 양금석, 박세준 등)도 적극 활용하고, 역시 미혼이어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개그맨 김수용, 가수 김태우를 출연시켰듯, 결혼한 연예인도 근래 활동이 적었다면 새 친구 인력풀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또한 김국진과 같은 형태는 아니더라도 그것을 대체하고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새롭게 정립하거나 유지시켜줄 로운 리더십을 찾아야 하며, 혹 김국진을 다시 출연시키더라도 그 리더십의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지위(veto power)의 강수지는 출연시키지 말아야 한다. 과한 러브라인 연출을 삼가고, 연령대도 지나치게 낮추지 않음으로서 시청자의 추억을 간직시켜주어야 한다. 또 이 모든 것은 불청 특유의 가족적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현 불청 멤버 중 남녀 각각 가장 좋아하는 김도균과 박장군이 출연하는 한 어떻게 되든 계속 시청할 가능성이 크다. 부디 불청이 기존에 공감을 얻은 특유의 색깔과 가족적 분위기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

 

 

 

바야흐로 2019년은 프로야구의 위기다. 전통적으로 야구에 열광적인 도시인데다 창원 NC파크라는 새 구장을 열고 시즌을 맞이한 NC 다이노스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구단이 전년도 대비 관중 수가 급감했다. 관중 수 감소의 원인을 각종 매체에서 진단한 것, 또 필자의 생각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팬층이 넓고 충성심이 높은 구단인 롯데 자이언츠, 기아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 등의 성적이 부진하다.

 

둘째, 지난 몇 년 간 극심한 타고투저의 현상을 겪어 비판을 받은지라 KBO는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조정하였고, 따라서 홈런 또는 장타가 전년 대비 눈에 띄게 감소하였고, 이는 호쾌한 야구를 기대하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셋째, 야구선수들, 또는 야구선수 출신의 잦은 구설수와 사건 사고가 언론에 종종 보도된다는 것이다.

 

넷째, 세계 최고리그인 EPL에서 맹활약 중인 손흥민 선수, U-20 월드컵 대표팀의 준우승과 이강인 선수의 골든볼, 유럽 챔피언스 리그에서 속출하는 명장면 등 국내외 축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서 상대적으로 야구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시즌 프로축구의 관중 수는 크게 늘었다.

 

다섯째, 프로야구 선수들이 팬들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사인 한 번 해달라고 매달리는 팬들을 마치 공기 취급하며 무시하고 가는 김선빈 선수의 모습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이는 사실 김선빈 선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팬들을 외면하고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망각하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저질스러운 행태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여섯째, 심판들의 심각하고도 잦은 오심, 그리고 오심 후에도 솜방망이 징계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공정함이 중요한 경기에서, 선후배 간 쓸데 없는 위계서열로만 점철된 한국야구에서, 대부분이 역시 선수 출신인 심판들은 판정에 대한 의문 제기를 자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다. 카메라 및 기술의 발달로, 중계를 보고 있는 이들이 심판보다 더 정확히 판정을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여전히 심판들의 고압적인 태도는 요지부동이다.

 

일곱째, 야구라는 종목 자체가 상대적으로 관중에게는 정적인 경기이기에, 비단 KBO 프로야구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에서도 젊은 세대로부터 점차 외면을 받고 있다. 

 

여덟째, 프로야구 경기 질의 하향 평준화로 수준 낮은 경기가 속출한다는 점이다.

 

 

 

위 요인들 중 마지막을 제외한 대부분은 올해 관중 수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대부분 지난 수 년 간 프로야구에서 늘 존재했던 문제이기 때문이다. 롯데, 한화는 늘 하위권이었고, 극심한 타고투저는 오히려 재미를 반감시키고 경기를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으며, 야구선수들과 심판들의 팬들을 무시하는 안하무인 태도는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핵심은 마지막, '프로야구 경기 질의 하향 평준화'인 것이다. 문제는 왜 '하향 평준화'가 되었는가를 묻는 매체/칼럼/기자/야구인이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필자는 바로 이 것을 지적하려 한다.

 

하향 평준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지나치게 많은 구단 수이다. 고등학교 야구팀이 4,000여 개가 넘는다는 일본의 경우도 프로야구단의 수는 12개 팀에 불과하다. 반면에 고등학교 야구팀이 70개도 못 미치는 우리나라의 경우 프로야구팀이 10개나 된다. 유소년 야구 인프라와 인구 수, 고등학교 야구팀 수, 프로야구 운영 수익 이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는 프로야구팀 10개는 지나치게 많다. 

 

9구단인 NC 다이노스, 10구단인 KT 위즈를 창단할 때 야구인들의 주요 논리 중 하나는 '야구에 전념하던 이들에게 보다 많은 취업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고등학교 야구팀의 숫자에서 보듯이, 10개 구단에 프로 수준의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선수를 수급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 최고가 되지 못하여 도태되는 이들은 어떡하냐는 야구인들의 항변도 논리에 맞지 않다. 실력이 부족하여 도태되는 것은 비단 야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스포츠, 아니 모든 직업군에 해당되는 문제이다. 일본은 4,000개의 고등학교 야구부에 몸 담던 이들이 입단할 수 있는 기회는 12개 프로구단 뿐이다. 그렇다면 일본 프로구단은 도태된 나머지를 다 구제해주어야 하는가?

 

미국 프로야구에서는 육성의 개념이 거의 없다. 프로무대는 증명하는 곳이지, 성장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워낙 야구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기에, 얼마든지 대체할 선수도 많고, 가장 우수한 선수를 선발해서 1군 경기에 내보내면 그만이다. 그런데 한국 프로야구는 그야말로 프로 수준의 경기를 펼칠 수 있는 로스터의 선수들을 10구단에 공급해낼 여력이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선수를 '키워서' 쓸 수 밖에 없다. 2군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실력이 완성된 후에 1군 경기를 뛰어야 하는 것이 정석인데, 1, 2위 팀에서는 1군에 들지도 못할 수준의 선수들이 하위권 팀들의 주전을 하고 있다.

 

KBO 프로야구 FA제도가, 몇몇 스타플레이어에게만 지나치게 시장가치보다 더 높은 계약 금액을 안겨주는 기형적 제도라고 하는데, 이것도 결국 얇은 선수 저변으로 프로급 수준의 선수 수급이 힘든 반면 구단 수는 지나치게 많은 탓에 불가피하게 초래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시장가치를 투명하게 반영한 제도인지도 모른다. 연봉 수천만원인 선수가 한 팀에도 수두룩한데 수십 억원을 받는 강민호, 이대호, 양현종 등과 같은 선수가 반드시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 리그와 선수 실력이 햐항 평준화될수록, 정말로 실력 있는 야구선수들의 가치는 필연적으로 폭등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관중 수 저하를 막고, 프로다운 수준의 경기가 펼쳐지기 위해서는 야구인들의 이기적인 밥그릇 싸움을 무시하고 구단 수를 과감하게 6개나 8개로 감축해야 한다. 그리고 야구는 엘리트 체육에서 생활 체육으로 저변을 확대해야 하며, 심판과 선수들의 팬들을 무시하는 처사는 호된 징계를 내려야 한다. 그것만이 KBO 프로야구를 살리는 길이다.

 

 

매일 같이 쏟아지는 각종 기사들 중에 가장 조회 수가 높은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스포츠일 것이다. 매체의 발달로 해외  유명 리그의 중계 및 소식까지 속속들이 안방에서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요 증가에 따른 전세계의 스포츠 소식 기사도 다양화되고 양도 증가할 수 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문제점은 스포츠 기자들이 양산하는 기사의 질적 저하다. 오타와 비문이 거슬려 도무지 기사를 읽기 힘든 정도인데, 어느 특정 매체나 특정 기자만의 문제라고 하기에는 빈도가 너무 많고 전 분야에 걸쳐 있다.

 

스포츠 기자들 입장에서는 변명할 이유가 몇 가지 있을지도 모르겠다. 첫째, 스포츠 기사는 긴박하게 작성하여 내는 경우가 많다. 시기를 놓친 기사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스포츠 경기 결과가 나오기 전에 결과를 예상하여 기사를 미리 작성해두었다가 경기가 끝난 즉시 앞다투어 기사를 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것도 변명 거리로서는 부족하다. 기사가 긴박하고 시기를 맞춰야 한다는 점이 정치 분야 기사는 안 그런가? IT 분야 기사는 또 어떤가? 아이폰 새 제품 발표 후 이틀 후에 기사를 낼 것인가? 

 

두 번째 변명거리라면 해외 스포츠 및 선수에 대한 정보가 지극히 제한되어 있기에 해외 기사를 번역하여 2차 기사를 생산해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부족하다. 해외 기사들을 참고해서 기사를 작성하는 것은 정치, 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가 동일한 조건이다. 미국 대통령에 대한 분석 기사에 여느 스포츠 기자들처럼 오타와 비문 투성이의 기사를 내는 것을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번역기를 돌린 듯한 엉터리 문체는 순전히 스포츠 기자들의 문제이다.

 

스포츠를 전문으로 하는 기자는 둘 중 하나다. 선수 출신이거나, 선수가 아닌데 기자를 하거나. 선수 출신이라면, 여느 예능인들이나 체육인들이 그러하듯, 한창 때 스포츠에 전념하느라 학교 교육에 소홀하여 국어 사용에 철저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경우 편집팀이 붙어서 기사 교정 후에 탈고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선수 출신이 아니라면? 혹시라도 편견에 따라 이런 질문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도 스포츠인처럼 교양이 부족한 사람들인가? 정치, 경제 분야 기자를 할 정도의 수준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 스포츠 기자인가? 이 질문에 당당하게 반박할 수 있으려면면 스포츠 기자들 스스로 각성하고 증명해야 한다.

 

보통 스포츠 기사의 경우 종목별 용어 사용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인 경우가 많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많다. 스포츠 특정 종목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스포츠 기사를 쓸 수 있는 것이 이 분야인데, 심지어 매체마다 방대한 스포츠 전반을 커버하려면 각 종목별 기사 담당 인력과 자원은 더더욱 제한적일 것이다. 따라서 제 3자가 기사의 오류를 지적하거나 오타를 검열해주는 시스템이 정치, 경제, 사회 등 다른 기사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비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피해는 스포츠 기사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대중이 고스란히 입는다. 오늘도 스포츠 기사마다 보이는 엉터리 번역체와 비문과 오타는 그야말로 '문자 공해'에 가깝다.

 

방탄소년단(이하 BTS라 칭함)이 전세계적인 대히트를 이루어낸 지금에도 여전히 다음에 등장하는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 

 

"BTS가 훌륭한 안무/노래 실력을 갖춘 훌륭한 보이그룹임은 인정한다. 그러나 KPOP 내 그처럼 훌륭한 실력의 보이그룹, 걸그룹은 차고 넘치는데 대체 왜 BTS만 전세계적인 성공을 이루어냈는가? 성공이 어떻게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적으로 파급력 및 확산효과를 얻을 수가 있는가? 대체 왜?"

 

이 의문을 가진 것은 필자 또한 마찬가지여서 다음의 글을 써서 나름의 분석을 해본 적이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성공요인 분석"

 

위 분석은 꽤 정밀하고 심도있다고 스스로 자부한다. 의문을 가지고 나름의 분석을 시도하며 BTS 관련 책도 내고 방송에 나와 전문가인 양 행세하는 사람들 (e.g.: 임진모 음악평론가)이 매우 얕은 수준의 불완전한 분석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동영상으로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홍석경 교수가 "우리는 왜 BTS에 열광하는가?"에 대한 주제로 인터뷰한 것을 유튜브에서 접했다. 단언컨대, 현존하는 BTS의 성공요인 분석 중 가장 정밀하고, 논리적이며, 충실한 근거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 사람들, 심지어 전문가랍시고 BTS 관련 책 출판 및 인터뷰를 하는 사람들이 발견해내지 못한 핵심 포인트도 분석해내며, 그들과 공통된 의견조차 전문가답게 더 세련되고 설득력 있는 논조로 설명한다. 위 의문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 번씩 시청하길 권한다.

 

 

 

 

 

각종 SNS (Social Networking Service)가 대중화되고, IT시대를 사라가는 각 개인 정체성의 일부가 되면서,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SNS에 과거에 남긴 사적인 글이 한참 지난 오늘날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고, SNS에 노출된 개인정보나 동선이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깔끔히 해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SNS를 안하는 것'이다. 즉, 해당 사이트의 모든 기록을 삭제한 뒤 깨끗이 탈퇴(계정 삭제)하는 것이다. SNS가 대중화된 시대에 이 방법을 선택하기는 쉽지는 않을테지만. 

 

문제는 탈퇴(계정 삭제)를 쉽게 허용하지 않는 사이트(SNS)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과거 연예인 이승연의 종군위안부 누드집 사건 당시, 그 화보집을 주도했던 네띠앙이라는 사이트에 대중이 분노하여 탈퇴 러시가 이어졌던 적이 있다. 이때 네띠앙 사이트 계정을 만들어만 놓고 한동안 사용하지 않아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한 사람들이 상당 수 있었는데, 이때 비밀번호를 찾기 위해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했고, 이때 100원의 수수료를 받아 더 큰 분노를 낳았다. 당시 사람들의 반응은, '아니꼽더라도 100원을 내고 탈퇴한다.'라는 것이었다. 이처럼, 탈퇴를 어렵게 만든 사이트가 여럿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전세계 대표적인 SNS 중 하나인 트위터이다. 이 글은, '개인정보를 등한시 하는 사이트'에 대한 비판과 '탈퇴를 어렵게 만든 사이트에 대한 비판'을 다루었는데, 그 두 가지는 서로 깊은 연관이 있다.

 

한국 사람들에게 트위터는 온라인 상의 익명성을 담보해줄 수 있는 좋은 놀이터로 인식되는 듯 하다. 실제로 애니메이션을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해놓고, 가상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한국 트위터 유저는 차고 넘친다. 거친 말, 가짜뉴스, 인신공격, 엉터리 논리를 사용해도 그다지 제재를 받지 않으니 트위터는 확실히 안전하다고 느끼는 듯 하다. 근래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와이프 김혜경이 '혜경궁 김씨(네티즌이 지어준 별칭)' 라는 '본인' 계정으로 과거 오랜 기간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세월호를 익명에 기대어 조롱했던 사실이 수사기관에 의해 명백히 확인되었음에도 검찰에서 불기소처분을 받고, 법원에서 재정신청도 기각이 되었으며, 역시 문재인 대통령을 조롱하며 이재명 지지에 열을 올렸던 송이어링스 등의 계정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트위터는 미국 기업이고 개인정보를 중요하게 여기므로, 계정주 본인이 인증요청을 하지 않는 이상 한국에서는 처벌까지 이르지 못하는 듯 하다. 

 

그렇다면 위 사실은 트위터는 정말 개인정보를 우선시하는 안전한 놀이터라는 것을 의미하는가? 개인적인 우려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잘 사용하는 SNS가 트위터라는데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사용은 단순한 트럼프 개인의 발언에 국한되지 않는다. 때로는 정부의 공식 발표가 아직 나지 않은 사안도 트위터로 먼저 발표해버리는가 하면, 백악관의 공식 입장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비공식 입장을 대변하곤 한다.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플랫폼, 과연 개인정보 보호에 안전할까? 미국 대통령은 어찌보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존재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행보 하나하나에 대중의 눈에 띄지 않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보안과 경호가 따라 붙는다. 따라서 트위터에도 미국의 사이버 경호인력이 붙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없지 않은가? 게다가 트럼프는 어떤 인물인가? 기존 미국 대통령이 밟아왔던 절차와 상식을 무시하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미국 기업을 보호하겠다며 중국과 무역전쟁도 불사하는 인물이다. 이처럼 정치(정부)와 경제(비즈니스)의 경계를 줄타기하는 사람이라면, 추측컨대, 트위터조차 대통령의 안위를 위해 어느 정도 개인정보에 관한 한 미국의 정보기관에 최대한 협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비슷한 예로 우리나라에서 수사기관에 도,감청 수준의 자료를 갖다바친 뒤로 대표가 대국민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까지 했던 카카오톡의 사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국정농단을 일삼았던 박근혜 정권에서 정권의 개 역할을 자처한 국정원 및 검경으로 하여금 카카오톡을 통해 개인정보 사찰을 했던 사건이다. 카카오톡이 한국 내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카카오톡만 장악하면, 국민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것은 아주 쉽다. 대표가 사과했다지만, 그 대표는 영장 거부로 박 정권에 찍혀, '카카오톡 내 음란물 방조 혐의'라는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트집이 잡혀 수사선 상에 올랐고, 새로 부임한 대표는 다시 영장을 거부하지 않았다. 카카오톡은 여전히 국민의 모든 대화를 도,감청하고 있다는 의심을 버릴 수 없는 이유다.

 

다시 트위터로 돌아가, 트위터의 탈퇴가 어떻게 바뀌었는가 살펴보자. 트위터는 즉시 탈퇴를 못하게 되어있다. 먼저 계정 휴면(deactivation)을 신청한 뒤, 30일동안 재로그인하지 않으면 계정이 삭제되는 형식이다. 

 

그런데, 불과 1년여 전만 하더라도 계정을 deactivate를 하려고 하면 나오는 다음과 같은 안내문이 떴다.

 

Before you deactivate 계정 주소, know this: (당신의 계정을 휴면하기 전에 이것은 알아두세요.)

 

이 중 핵심은 다음의 문구이다. 

 

We will only retain your user data for 30 days and then it will be permanently deleted. You can reactivate your account at any point within 30 days of deactivation by logging back in. (우리(트위터)는 당신의 데이터를 30일동안만 보관할 것이며, 그 후에는 영구 삭제됩니다. 30일 이내에 재로그인하면 당신의 계정은 다시 살아납니다.)

 

'영구 삭제(permanently deleted)'라는 문구는 위 deactivation 화면에 총 두 번이나 등장한다. 또한 Your account should be removed from Twitter(당신의 계정은 트위터에서 삭제될 것입니다.)라는 문구도 등장한다. 

 

그런데, 2019년 들어서 deactivation 전에 뜨는 문구가 다음과 같이 바뀌었다. 

 

위 사진의 바뀐 문구를 보면, 계정 휴면(deactivation) 시 나오는 글에 '영구 삭제'라는 문구가 삭제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계정이 삭제된다.'라는 표현도 더 이상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deactivation을 신청하고 30일 후에 계정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단지, 해당 계정이 "will be no longer viewable on Twitter (트위터에서 더 이상 보여지지 않을 것이다.)" 라는 설명 뿐이다

 

최근 미국은 비자 신청 시 최근 5년 간 모든 SNS(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및 이메일 정보 및 기록을 반드시 제출하도록 비자 신청 양식을 바꾸었다. "미국 비자 신청때 SNS,이메일 정보 제출해야"  주된 이유는 비자 신청자들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여 테러리스트 연관자들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비자 신청자의 과거 기록까지 살펴볼 수 있게 하기 위해, 트위터의 계정 삭제도 막고, 데이터 영구 삭제도 막지 않았는가 하는 개인적인 추측이다. 이는 인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며, '잊혀질 권리'를 보장하는 IT 시대의 흐름에도 역행하는 조치이다. 비슷한 성격을 가진 SNS인 페이스북(Facebook)이나 애플(Apple)의 경우, 과거 개인정보 침해 또는 유출 사례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았고, 따라서 개인정보 보호를 최고의 우선순위에 올려놓겠다고 천명을 해왔다. 반면, 안타깝게도 더 이상 트위터는 개인에게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어버렸다. IT기술이 발달할 수록 중국도, 미국도 점점 철저한 감시사회가 되는 것일까? 트위터는 이제 그만 놓아줄 때가 되었다. 

 

 

 

 

 

 

 

 

 

 

 

 

'전설의 빅피쉬'라는 낚시 프로그램이 새로 탄생했다. 일단 4부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으니, 시청자들 반응을 보고 정규 편성을 고려하는 듯 하다. 

 

1화를 보고 든 생각은, 이 프로그램은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너무 엉성한 요인 투성이라 이 글을 써보려고 했는데, 이미 김교석 칼럼니스트가 나에 앞서 독설을 날렸다. '전설의 빅피쉬'에게는 독미끼가 된 이태곤의 원맨쇼'  내가 가진 생각과 유사한 부분이 상당히 많은데, 그 몇 가지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도시어부와의 외적 유사함으로 인해 프로그램의 신선함이 떨어졌다. 둘째, 정글의 법칙을 오랫동안 연출한 PD가 김병만 중심의 예능을 전설의 빅피쉬에 이태곤 중심의 예능으로 이식했는데,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졌지만 묵묵히 일을 하는 김병만의 조력자 리더십과는 달리, 낚시에 관해서는 이태곤만을 전적으로 의지할 수 밖에 없는 데다 이태곤 특유의 카리마스형 리더십은 밸런스 붕괴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도시어부에서와 같이 그 강력한 카리스마를 견제할 수 있는 이경규와 같은 캐릭터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어부도 아니고 정글의 법칙도 아닌 어중간한 예능일 뿐이라는 것이다. 상당히 설득력 있고 공감이 가는 핵심 지적사항들이다. 이에 더하여 내가 느낀 부정적 요인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첫째, 제작진의 낚시에 대한 몰이해다.

 

낚시 매니아인 이태곤, 그리고 나름의 낚시 경험을 가진 지상렬을 제외하고 나머지 셋 (정두홍, 김진우, 윤보미)은 낚시 경험이 전무하다. 이들을 데리고 만든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단 하나, 빅 피쉬(big fish), 즉 대어(大漁)를 낚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낚시를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낚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물고기를 잡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다. 분명 결국 물고기를 잡게 되면 기쁨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같은 방송사 인기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에서 역시 낚시 애호가인 구본승이 한 말은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무엇인가를 조금 짐작케 한다.

 

강경헌: "오빠는 낚시가 잡혀서 재미있어요, 과정이 재미있어요, 아니면 기다리는게 재미있어요?"

 

구본승: "그게... 조금씩 다 재미있지. 과정도 재미있고... (강경헌: 생각하는 것도 재미있고), 너무 안 잡혀도 재미가 없고, 너무 잘 잡혀도 재미가 없어. 또, 올 때마다 잘 잡히면 재미가 없어."

 

- SBS '불타는 청춘' 中

 

낚시를 좋아하는 남자들에게 왜 낚시를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아마 수십가지 이유를 댈지도 모른다. 내가 잡은 물고기를 싱싱하게 먹고 싶어서, 진귀한 물고기를 힘들게 잡았다고 술자리에서 무용담처럼 이야기하기 위해서, 바쁜 일상에서의 복잡한 마음을 떨치고 잠시 나만의 공간과 시간에서 침묵할 수 있는 기회를 나 자신에게 보상으로 주고 싶어서, 낚시 하면 거의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자연 속에서의 캠핑의 낭만을 누리고 싶어서, 살면서 목표한 것을 얻기 위해 늘 분주하고 조급했던 나 자신에게 꼭 바라던 것이 손에 쥐어지지 않더라도 그 결과를 덤덤히 받아들이는 인생의 지혜를 몸으로 습득하기 위해... (쓰려면 정말 수십가지가 나오니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자.) 도시어부에서는 수십년째 낚시터를 찾을 때마다 부친이 살아계실 적의 추억을 간직하며 굴곡과 인내가 필요했던 인생과 낚시가 겹쳐보이는 이덕화의 존재를 예능에 맞게 밝은 모습으로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전설의 빅피쉬는 이 낚시의 깊은 맛과 수십 가지 존재 이유를 무시하고, 그 중 오직 한 가지, '물고기를 잡는 것', 그것도 '큰' 물고기를 잡는 것으로 목표를 극단적으로 협소하게 설정을 해버렸다. 전설의 빅피쉬에서 이태곤이 낚시 초보인 김진우와 윤보미에게 잡고나서 "직접 손맛을 보니 낚시 재미있지?" 라고 한 말은, 낚시의 수십가지 재미 중 하나를 언급했을 뿐인데, 마치 그것이 전부인 양 프로그램은 그려낸다.

 

낚시를 규정할 수 있는 수많은 말 중에 아마도 낚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은 '빅피쉬', '성공', '1등', '짜릿함' 이란 단어가 아니라, '기다림', '공백' '인내', '인생'과 같은 단어일 것이다. 도시어부의 장시원 PD는 본인이 낚시 경험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서를 정확히 꿰뚫어 보았다.

 

질문자: "낚시에는 공백이 많다. 예능으로 풀기 쉽지 않은데.

 

장시원 PD: "낚시채널들이 몰려 있지 않나. 우연히 그걸 보게 됐는데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더라. 어떤 식으로 낚시를 하고 방송을 만들려는 건지. 방송에서 하루 종일 낚시를 하는데 고기가 안 나오더라(웃음). 특히 낚시를 하는 어떤 한 아저씨한테 감정이 이입됐다. 정말 잡았으면 좋겠는데 계속 못 잡더라."

 

"세 명이 왕포에서 낚시를 하는데 폭망이었다. 찍자마자 나도 ‘아 이건 뭐지?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했다. 세 시간 동안 똑같은 그림만 찍고 있으니까(웃음). 근데 대화는 점점 달라지는 거다. 고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중요하구나 느꼈다. 촬영 내내 ‘큭큭’ 거렸던 것 같다. 출연진이 이건 다시 촬영해야 하는 건 아니냐고 얘기하는데도, 그것조차 재밌었다. 오히려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고 할까."

도시어부’는 고기를 잡지 못하는 날, 오히려 시청률이 더 잘나오기도 한다. 그 속엔 출연진 세 명의 호흡이 숨어 있다.

중앙일보 '기다림의 미학이 예능으로…PD가 말하는 '도시어부' 뒷얘기' 中

 

이처럼 도시어부가 파악한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낚시의 핵심과는 달리, 전설의 빅피쉬는 낚시를 '빅피쉬를 잡기 위한 경쟁'으로 정반대로 해석해버렸다. 바쁜 경쟁사회에서 낚시를 통해 일탈과 휴식을 꿈꾸는 현대인들에게 낚시에서 마저 조급함을 느끼게 한다. 금뱃지라는 인센티브로 긴장감을 조성하면서도, 가장 낚시경력이 많은 이덕화가 가장 허탕을 칠 때가 많은데도 이를 인생과 대비하여 유쾌하고 구수하게 풀어가는 도시어부와는 방향성이 너무나 다르다. 낚시를 좋아하는 이마저도 공감하거나 좋아할 수 없는 프로그램을, 낚시가 생소한 대중이 좋아할 수가 있을까?  

 

 

둘째, 이름이 모든 것을 규정한다. 

 

결국 첫 번째 이유와 같은 내용인가. 아주 간단하다. '도시어부'의 주체는 '인간'이고, '전설의 빅피쉬'의 주체는 '물고기'다. 낚시를 통한 인간의 내적, 외적 활동을 조명하는 도시어부와 달리, 전설의 빅피쉬에서는 큰 물고기를 잡는다 라는 목표 외에 나머지는 모든 것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린다. 차라리 이렇게 이태곤 일색이 되어버릴 것을 예상했다면, '이태곤의 낚시 원정대'나 '이태곤의 낚시 탐험'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최소한 '스몰피쉬'도 잡을 수 있는 유연성을 발휘했을텐데. (실제로 낚시의 매력은 반드시 큰 물고기를 낚는 데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예: 참돔)

 

 

셋째, 시청자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만든다.

 

낚시 애호가들이 낚시TV나 도시어부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정말 재미있겠다. 나도 한 번 저렇게 꼭 시간을 내어 낚싯대 홀연히 챙겨매고 한 번 떠나보고 싶다." 정도가 될 것이다. 반면에 오로지 물고기 크기에만 집착한 '빅피쉬' 잡는 것을 목표로 한 설정은 지역적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오직 물고기 사이즈에 입이 떡 벌어질만한 낚시장소는 주로 해외가 될 수 밖에 없다. 즉 서민으로서는 감히 꿈꿀 수 없는 세계를 조명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내 돈으로는 저런데 언제 한 번 가보겠나. 지들끼리 좋은데서 잘 노네. 물고기는 크긴 크네. 이번 주말에 동네 낚시터나 가야지." 이 정도일 것이다. 즉 낚시애호가들로 하여금 공감은 커녕 상대적 박탈감만 느끼게 한다.

 

출연진이 식재료 구매부터 음식 만들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책임졌던 '윤식당'에 열광했으나, 모든게 이미 세팅되어있는 상황에서 출연진이 서빙하는 것에 그쳤던 '선다방'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듯이, 실제 낚시애호가들이 출조할 때처럼 모든 것을 전날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출연진이 다 준비하는 도시어부와는 달리, 제작진이 다 벌려놓은 판에 마지막 낚싯대 릴링만 하는 정도의 전설의 빅피쉬에서는 진심을 느끼기 힘들다. 

 

 

넷째, 낚시인의 금기를 범했다.

 

어느 장소에서 어떤 물고기를 낚았다고 무용담을 즐기는 낚시 애호가들 사이에서 자존심 빼면 시체 아닐까. 그 허세와 같은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 낚시를 한 결과물이 온전히 본인의 기록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낚시 도구 준비 (찌 세팅, 낚싯대 손질 등), 미끼 만들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캐스팅, 채기, 릴링 이 세 단계만큼은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해내야 할 것이다. 도시어부에서 다른 연예인에게 처음 입질이 왔을 때 옆에서 선장이나 낚시프로가 살짝 잡아준 것만으로도 이경규의 강력한 항의로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은, 이경규의 예민하고 호통치는 캐릭터와 겹쳐지긴 했지만, 그것을 걷어내고라도 공정한 기록 경쟁을 위해서는 당연한 것이다. 반면 전설의 빅피쉬는 프로그램 타이틀부터 '빅피쉬'를 잡기 위한 경쟁 프로그램임을 표방했으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공정한 경쟁의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 되는 조건조차 외면하였다. 애초에 옆에서 도움을 주지 않고서는 혼자 낚싯대 운용조차 어려운 생초짜 아이돌들을 얼굴마담으로 불러놓고 낚시 경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태생적으로 불가능한 과업이었다.

 

 

다섯째, 이태곤의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않다. 

 

이 부분에서는 이 글 초반에서 언급한대로 김교석의 칼럼에서 이미 아주 날카롭게 지적했다. 김병만은 전지전능함에 가까운 압도적인 생존능력을 가졌지만 그것을 굳이 과시하거나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조력자 리더십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태곤의 카리스마형 리더십은 시청자가 계속 지켜보고 있기에는 너무 쉽게 질리고 피곤해진다. 도시어부에 출연했을 때도 나이 차이가 각각 25살, 17살 차이가 나는 대선배인 이덕화와 이경규에게도 형님이라는 호칭 외에는 거침 없이 반말을 했던 이태곤인지라, 전설의 빅피쉬에서도 어김없이 카메라에 잡히는 모든 사람들, 즉 PD, 작가, 카메라맨, 출연진 전부에게 반말로 일관한다. 이를 견제하고, 때로는 익살스럽게 디스를 해서 시청자로 하여금 통쾌하게 만들었던 도시어부의 이경규와 같은 존재가 없는 상황에서는 이태곤의 태도는 한국인 특유의 정서 상, 무례한 모습으로 비춰질 뿐이다. 사기꾼 마이크로닷이 도시어부에서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대선배인 이경규 이덕화 앞에서 깍듯이 예의를 갖추면서도 한국어가 서툴러 간간이 터지는 하극상 실언(?), 그리고 큰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형님'이라고 불렀던 호칭에서 오는 신선함이었다. 이태곤의 캐릭터가 연출하는 모습은 그저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물처럼 뻔한 예측이 가능하다. 

 

도시어부에서 핵심 출연진이 이경규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수십 년 간 예능의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은 이경규라는 코미디언의 존재는, 사실 그 본 모습을 들여다보면 한 없이 지루한 시간 싸움이 대부분인 낚시라는 종목에서 너무나 귀중한 캐릭터이다. 심지어 정글의 법칙의 묵묵한 조력자 리더십을 보여주는 김병만마저도 개콘 최장수 프로그램 출연자이자 예능 대상 출신의 코미디언이 아닌가. 대체 이태곤을 중심으로 예능에서 뭘 해보겠다는 것인지?

 

 

여섯째, 캐스팅의 실패: 이태곤 외 나머지 캐릭터들이 무색무취하다.

 

대체 PD가 멤버들을 섭외한 기준이 무엇일까? 전문연출가인 만큼 충분히 스태프들과 협의를 거쳐 예상되는 출연진들의 캐릭터와 출연진들 간 케미를 사전 구상을 해보았을텐데, 이토록 실망스럽다니. 단지 도시어부에 출연한 사람들을 모아놓으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도시어부에서 이덕화와 이경규는 티격태격하면서도 아주 사이 좋은 형제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둘 사이는 웬만한 군대보다도 엄격한 위계와 무시무시한 규율이 존재하였던 동국대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다. 아마도 수십년 전, 이덕화의 각목 앞에 이경규는 덜덜 떨리는 다리를 주체 못하는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친한 것 같지만, 이렇게 묘한 긴장감과 오랜 사연을 가진 두 출연진이 이젠 서로 각 분야의 대가가 되어 낚싯대 앞에서 유쾌하게 서로를 향해 견제를 날릴 때 흐뭇함을 자아낸다. 그런데 훈남 비주얼에 비해 예능감이 전혀 따라오지 않는 김진우, 아무래도 남자 시청자가 많을 수 밖에 없는 낚시 프로그램에서, 골목식당의 조보아처럼 청량한 매력을 보여주어야 할 홍일점 역할에 한참 못 미치는 안 예쁜 윤보미, 그리고 정두홍은 딱히 캐릭터를 만들 수도 없을만큼 무색무취한 모습을 보여준다. 각종 프로그램에서 게스트 패널로서 맹활약을 하는 서브 메인에 가까운 지상렬도 여기에서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일곱째, 도시어부의 표절인가?

 

이태곤은 도시어부 초창기의 수훈 연예인이고, 지상렬, 김진우도 도시어부에 출연한 이력이 있다. 도시어부의 특징 중 하나는 예능프로그램이라는 것이 트렌드와 젊은 층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데, 고령의(1942년생) 유강진을 성우로 기용한 파격이었다. 즉 도시어부 제작진은 낚시라는 종목에서 풍기는 중년 느낌의 푸근한 정서를 정확히 읽어낸 것이다. 전설의 빅피쉬 역시 중년들도 그 목소리에 매우 익숙한, 나이 지긋한 성우 (이름은 모름. 실제 프로그램이나 홈페이지에서조차 전혀 밝히지도 않음)를 기용하였다. 부끄럽지도 않은가?

 

 

여덟째, 그 밖에 도시어부보다 못한 점들

 

도시어부의 자막 센스는 절대강자였던 무한도전을 제외하고 현존하는 프로그램 중에서는 탑 급에 속한다. 일례로 종종 나오는 축구 관련 드립을 보면, 소위 축구 덕후가 아니라면 절대 알 수 없는 해외 축구선수들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느껴진다. 타이틀(전설의 빅피쉬)에서부터 느껴지는 오글거림에 비추어 볼 때, 과연 제작진들이 도시어부 제작진들과 같은 자막 센스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꼭 정규 편성이 되면 좋겠다. 표절과 준비부족으로 프로그램이 얼마나 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딱 알맞는 예가 될 것이기에.

 

 

 

 

 

 

 

 

방탄소년단이 수 년째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한국 가수로서는 불가능해 보였던 Billboard 200 1위를 1년 안에 2회나 차지하고, 역시 Billboard 시상식에서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 톱스타들을 제치고 Top Social Artist Award를 2년 연속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신기한 것은, 역시 전 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였던 싸이가 히트곡 강남스타일 이후에 그 위상을 이어가지 못한 반면, 방탄소년단은 내는 앨범마다 전 세계적인 성공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의문이 생겼다. 방탄소년단이 이토록 성공한 이유가 뭘까? 방탄소년단 이외에도 한국에 유명한 K-POP 그룹이 많고, 그 중에서도 아시아 내 인기는 그에 버금가는 그룹들(EXO, Big Bang, TWICE, GOT7 등)이 존재하는 데다, 방탄소년단(이하 BTS라 칭한다.)과 유사한 가창력과 멋진 군무를 선보이는 이들이 상당수 존재하는데 (심지어 GOT7의 안무는 훨씬 더 격렬한 아크로바틱 군무를 사용한다.), 유독 BTS가 전 세계적인 팬덤을 압도적으로 형성한 이유가 뭘까? 기본적으로 한글로 된 노래를 내는 이들이, 싸이조차 달성하지 못한 연속 앨범 히트를 달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서 이 글에서는 그 몇 가지 요인을 나름대로 분석해보기로 한다.

 

(이 글은 소위 BTS의 팬(ARMY)이 아닌 사람, 또 음악에 관한한 비전문가로서 위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분석을 내린 것임을 우선 밝히고자 한다.)

 

 

1. 각 멤버의 역할 분담과 장점을 이끌어낸 뛰어난 음악성

 

사실 1번 항목부터 4번 항목까지는 성공한 Boy band로서 너무나 당연한 기본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언급할 필요조차 없어 보이지만 또 필수요소이기에 아예 언급하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다. BTS 팬덤(이하 ARMY라 칭한다.)에서는 BTS가 단순히 잘생기고 춤을 잘 추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성이 좋기 때문에 사랑을 받는다는 것을 늘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슈퍼주니어(이하 슈쥬라 칭한다.)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는 가수라 칭하는 그들에게서 도무지 음악성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예능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슈쥬 멤버들은 때때로 자신의 히트곡 내 보컬 파트는 3초밖에 안된다는 식으로 자기 비하 개그를 하곤 했다. 멤버 한 명이 한 노래 당 3초 밖에 부르지 않는 보이 밴드를 가수라 부르기도 부끄러운 수준 낮은 그룹으로 치부해도 이상할 것 하나 없지 않은가? 그런데 BTS는 다르다. 멤버 7명 간 역할도 분명하고(리드 보컬, 리드 래퍼, 서브 래퍼 등등), 한 곡 안에서도 그 역할 범위 내에서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역설적으로 그 역할이 분명하기에 그 선을 넘는 시도 (예: 래퍼라인의 보컬 참여)가 참신하게 느껴진다. 또한 멤버들이 서로 다른 장점과 음색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한 곡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십분 활용된다. 그리고 매번 격렬한 안무를 소화하면서도 반드시 안정된 라이브를 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BTS이며, 소위 'MR 제거 시 굴욕'이 없다. 이를 대비한 연습을 철저히 하는 듯 하다.

 

 

2. 몸선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뛰어난 춤 실력

 

춤 실력도 정말 뛰어난데, 군무는 말할 것도 없이 정연하고 완성도가 높다. 보통 힙합 보이 그룹이 때론 어둡고, 대개는 펑퍼짐한 옷을 활용하여 춤을 추는 반면, BTS는 대부분 몸에 딱 달라붙는 스키니한 밝은 의상을 입고 나와 고난도의 군무를 하며 남성의 몸 선(body line)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여 보여준다. 특히 그룹 내에서 가장 춤 실력이 뛰어난 멤버라 손꼽히는 제이홉(J-HOPE)이 2018 MMA(Melon Music Awards)에서 국악에 맞춰 보여준 인트로의 솔로 댄스는 그 어떤 우리나라/세계의 톱 댄서에 비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아름다운 예술의 경지를 보여주었다. 

 

 

3. 표현력, 완성도 높은 뮤직비디오

 

BTS가 온라인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팬들과 만나지만, 가수이기에 역시 가장 기본이자 핵심이 되는 것은 대표곡의 뮤직비디오일 것이다. 이 뮤직비디오는, 다른 일부 그룹 혹은 솔로 가수처럼 그들의 잘남(?)을 과시하는 비주얼 수단으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가사 및 앨범의 의미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장치로 만들어졌고, 이를 위해 뮤직비디오의 소품, 구도, 연출을 통해 수많은 메타포가 사용되었다. 최근 발매된 앨범의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의 경우에도 뮤직비디오에 무명가수 및 연예인으로서의 BTS의 성장과정 및 겪어온 갈등과 상당히 오버랩되는 고전 명작 영화 "Singin' in the Rain"의 줄거리 및 소품에 빗댄 장치들이 사용되었고, 앨범명처럼 멤버들의 등장이 각기 다른 페르소나(Persona)의 이면을 보여주며, 가장 이름이 유사한 이전 곡인 'Boy in Luv'와의 연관성, 예전 노래들이 네온사인 및 이정표로 사용되는 등 다양한 상징을 표현하였다. 유튜브에 보면 '작은 것들을 위한 시'에 대한 국내외 팬들의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4. 곡에 랩이 포함되었음에도 곡 전체의 통일성을 해치지 않는 완성도

 

멤버가 7명이나 되고, 보컬 담당, 랩 담당이 파트가 명확히 구분된 편임에도 불구하고 곡의 통일성을 해치지 않는다. 전혀 다른 곡 여러 개를 단순히 붙여놓은 듯 하여 랩과 보컬파트가 전혀 조응하지 못하는 소녀시대의 'I GOT A BOY'나, 비(Rain)의 '깡', 그리고 G-DRAGON의 상당 수의 노래들과는 달리, 슈가, RM, 제이홉 각각의 랩 스타일이나 노래의 비트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한 곡으로서의 개연성 있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각자의 개성과 실력을 최대한 존중해주되 노래의 완성도에 더 중점을 두는 노래의 방향성이 방시혁 대표 및 빅히트 사단의 음악적 주관을 짐작케 한다.

 

 

 

5.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뛰어난 기획력

 

앞으로 열거할 BTS의 거의 모든 장점은 사실 빅히트엔터테이먼트의 뛰어난 기획력이 없었다면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내 아티스트의 위상이 스태프보다 더 우월한 지위에 있어, 기본적으로 주변인들에 대한 감사함, 겸손함이란 가치보다 아티스트로서의 자신감, 우월감 등의 가치를 더 강조해온 YG와 같은 조직 내부 문화에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회사 내부 구성원들은 물론 사장 본인조차도 과거에는 그렇게 얽매이게 살아오지 않았으면서, 소속 가수들에게 음악성, 생활태도 (쯔위 사태에서는 심지어 본인의 정치성향이나 국적마저) 면에서 지나치게 획일화된 방향성을 요구하는 JYP와 같은 기획사에서도 BTS의 탄생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마도 빅히트에서나 가능했던 아이돌의 탄생이 아닐까 생각한다. 

 

 

6. 젊은 세대의 고민을 반영하는 진정성 있는 가사의 힘

 

전 세계의 ARMY는 BTS의 곡을 그들의 언어로 번역하여 의미까지 모두 파악하고 음미한다. 또 싫어하는 슈쥬와 비교하자면, 그들의 대표곡인 Sorry, sorry 조차도 쏘리쏘리쏘리,내가내가내가~ 등 의미 없는 가사에 중독적인 후크멜로디만을 의도한 저급한 곡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BTS는 가사에 그들의 고민과 하고 싶은 목소리를 담아냈고, 그것이 전 세계 팬들로 하여금 커다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전세계에 각자의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결국 10대 청소년, 20대, 30대의 젊은이들이 동일하게 직면할 수 밖에 없는 고민들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를 가사로 풀어내어, 혼자 이를 고민하고 있는 전세계 청소년/청년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던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 가요 그룹들도 가사에서 (자의였든 타의였든) 강렬한 그들의 목소리를 담았던 적이 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평화통일(발해를 꿈꾸며)을 노래하였고, 가출청소년들을 격려했으며(Come Back Home), 부조리한 교육시스템을 비판했다(교실이데아). H.O.T.는 학원폭력을 비판했고(전사의 후예), 안전사회와 어린이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아이야). 젝스키스 역시 부조리한 교육문제를 비판했고(학원별곡), 거북이는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을 노래했다(사계). 그러나 이러한 가사에 담겨져있는 메시지는 오늘날 각종 보이그룹, 걸그룹에 의해 쏘리쏘리쏘리, 노바디노바디벗츄, 지지지지베이베베이베, 보핍보핍보핍보핍, 으르렁으르렁으르렁대 등 소속사나 유명음악가가 만들어준 무의미하고 유치한 가사로 대체된지 오래다.

 

반면 BTS는 굳이 가사까지 가지 않더라도, 앨범 혹은 곡 타이틀만 봐도 얼마나 이들이 지각 있는 그룹인지 알 수 있다. Love Yourself, Face Yourself, You Never Walk Alone 등등. 이 중 BTS의 첫 번째 앨범에 수록된 타이틀곡 No More Dream 가사 일부를 옮겨본다.

 

지겨운 same day, 반복되는 매일에
어른들과 부모님은 틀에 박힌 꿈을 주입해
장래희망 넘버원 공무원?
강요된 꿈은 아냐, 9회말 구원투수 시간낭비인 야자에 돌직구를 날려
지옥 같은 사회에 반항해
꿈을 특별사면
자신에게 물어봐 니 꿈의 profile
억압만 받던 인생 니 삶의 주어가 되어봐

니가 꿈꿔온 니 모습이 뭐여
지금 니 거울 속엔 누가 보여, I gotta say
너의 길을 가라고 단 하루를 살아도
뭐라도 하라고 나약함은 담아둬

 

 

7. Underdog의 이미지, 그리고 비슷한 삶의 고민에 빠졌던 팬들의 공감과 동일시

 

지금은 크나큰 성공을 이룬 BTS이지만, 자칫 주목받지 못할 수도 있는 Underdog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SM, YG, JYP 등의 메이저 기획사 출신도 아니고, 노래 가사 또는 인터뷰나 생중계 등 온라인의 여러 기회를 통해 각 멤버들이 과거 각자의 열등감과 콤플렉스에 시달렸던 경험들을 가감 없이 공유했다. 위 5번과 연결하여, 이러한 Underdog의 시각에서 가사를 통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고자 하는 시도가 팬들이 그 노랫말을 접하면서 젊은 날의 고민을 타개하고자 하는 자신들과 BTS를 동일시하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BTS의 가사를 통해 삶이 바뀌었다는 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BTS 동영상의 어느 댓글 중에는,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하며 방황하던 중, BTS의 가사를 듣고 삶에 대한 시각이 바뀌고 희망을 가지게 되었으며 자살 충동도 잦아들었다는 간증(?)의 글도 눈에 띈다.

 

 

8. 사회적 메시지

 

연예인들 (특히 비겁한 한국 연예인들 혹은 정치인들)이 종종 취하는 태도 중 하나는 민감한 이슈에 관해 모호한 스탠스를 취하거나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함으로써 다양한 생각을 가진 기존, 혹은 잠재적 팬덤 중 누구도 불편하게 하지 않음으로써 팬덤을 잃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BTS는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봄날(Spring Day)에서 세월호에 대한 진심 어린 추모를 했고, UN 연설에서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줄 것을 주창하였으며 (심지어 성정체성에 대한 편견도 거둘 것을 언급했다), 일본 측에 의해 스케줄이 취소되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위안부 할머니들과 광복절에 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는 이들의 목소리를 불편해하는 이들로 인해 팬덤이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팬덤이 더 확산되는 결과를 불러 일으켰고, 팬덤으로 하여금 이들의 목소리와 공명하여 사회적 메시지를 더 증폭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9. 스토리가 있는 앨범, 앨범끼리 연결되는 스토리

 

BTS는 앨범의 테마에 충실한 노래들을 수록하고, 화양연화 Part 1, 화양연화 Part 2, Love Yourself 承 Her, Love Yourself 轉 'Tear' 등 연작을 발표함으로서 앨범 간 연계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따라서 팬덤으로 하여금 한 곡을 들었을 때, 다른 곡이 궁금하게끔 만들고, 한 앨범을 들었을 때 다른 앨범까지 들을 수밖에 없는 마력(?)을 지닌다.

 

 

10. 팬덤을 ARMY로 규정(identify)하다. 

 

이 점이 BTS가 다른 K-POP그룹과 구별되는 사실 가장 주요한 성공요인 중 하나라 생각한다. BTS는 방탄소년단이기에 ARMY라는 팬클럽의 네이밍도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주목할 점은 BTS는 이 팬덤을 대하는 태도가 기존의 어떤 가수, 그룹, 혹은 어떤 연예인과도 다르다는 점이다. 보통 가수들이 자신의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할 때는 대상을 자신들의 팬클럽에 한정하지 않는다. 혹 자신들을 지지하는 열혈 팬들에게만 감사하다는 배타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BTS는 감사인사를 전할 때, '저희 팬들', '저희를 사랑해주시는 여러분'이라는 통상적인 표현을 좀처럼 사용하지 않고, 명시적으로 'ARMY'라는 팬클럽을 지칭한다.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첫째, BTS의 팬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특별히 인식되는 존재라는 느낌을 갖게 해 주고,

 

둘째 BTS의 팬들끼리 유대감 및 소속감을 느끼게 해 주며 (이는 온라인 팬덤에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셋째, 데뷔 초, 아니 데뷔 전부터 이미 스타로서 엄청난 주목의 대상이었던 YG, JYP 등 대형기획사의 아이돌 그룹들과는 달리, 마이너 기획사에서 출발한 무명 가수부터 시작했던 그들인 만큼, 작은 공연장에서 적은 환호 속에 공연하던 그들이 현재 월드스타가 된 데에는 그 어떤 사람들보다, 어려운 시절부터 함께 해온 충성스러운 팬덤(ARMY)의 공로가 컸다는 점을 늘 상기하게 만든다. 이는 과거에 대한 감사 뿐만이 아니라 현재 BTS에 대한 가장 큰 동력이자 겸손함과 주변에 대한 감사를 잃지 않는 일종의 '토템'으로 작용하고 있다. 

 

넷째, ARMY의 범주를 소위 '한국에서 BTS를 보러 물리적 공간에 찾아올 정도의 극성팬들'에 국한하지 않고, ARMY가 누구인지에 관해 특별히 정의를 내리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팬덤의 개방성과 확장성을 강조함으로써, 자신들을 좋아해 주기 위해서는 진입장벽이 낮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BTS가 수상을 하고 "모든 분들께(혹은 팬들께) 감사합니다."가 아니라 "ARMY 여러분 감사합니다." 라고 했을 때, 그걸 듣는 소비자의 반응은, '자기 팬클럽에 대해서만 감사를? 왜 저리 배타적이지?'가 아니라 '혹시 나도 ARMY인가?'가 되어버린다. 즉, ARMY는 누구보다 충성심이 높은 팬덤임에도, 역설적으로 그냥 BTS 노래 한 곡 들어보고 '아 이 노래(가수) 좋네.' 하는 순간 누구나 즉각적으로 ARMY에 소속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를 좀 과장해서 해석하면, 성경에서 나오는 잔치에 참여한 이들 중 먼저 와서 하루 종일 일한 사람이나, 나중에 합류한 사람이나 천국잔치에서는 동일한 대우를 받는 이상적 평등사회의 모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11. 온라인, 소셜미디어 시대에 팬들과의 다양한 접점

 

Top Social Artist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온라인 상에서 참으로 다양한 기회를 통해 팬들과 소통한다. 즉, 팬들로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노래(또는 뮤직비디오 및 공연)가 아니고서도 소비할 수 있는 무료 콘텐츠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BTS 노래를 한참 즐기다가 그들의 다른 모습을 보고 싶을 때, 실시간 스트림 방송이라 할 수 있는 V live를 시청할 수도 있고, 종종 동영상으로 올라오는 무대 뒤 BTS 멤버들 간의 side story를 엿볼 수도 있다. 또한 적지 않은 예산과 연출 스태프 인력을 들여 무한도전 등과 같은 예능의 포맷과 유사한 달려라 방탄!(Run BTS!)이라는 콘텐츠를 꾸준히 업데이트하며, 방탄늬우스 등을 통해 멤버들의 소소한 일상부터 멤버들 간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팬들이 소비할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BTS 멤버들의 캐릭터가 정립되어 (JUNGSHOOK, 파괴왕 RM 등등), BTS를 음악뿐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도 즐기며 소비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하게 만들며, 스타와 팬의 거리감을 좁히고, 팬들로 하여금 '나는 내 아이돌에 관해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라는 일종의 자부심을 갖게 만든다.

 

 

12. 꾸미지 않고,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위 10번과 같은 다양한 라이브 노출 기회가 있어도, 보통의 스타라면 신비주의를 고집한다든지, 엄숙하거나 똑똑한 이미지를 유지하려 한다든지, 잘생기고 멋진 모습만 보여주려 한다든지 할 것이다. 그러나 BTS는 자체 예능 혹은 생중계에서 그야말로 무한도전 예능의 스타들처럼, 자고 일어난 모습, 멤버들끼리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한 모습, 엉뚱한 면모까지 가감 없이 드러내며 이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심지어 멤버들 간 오해와 갈등으로 싸우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까지 영상으로 보여준다. 이는 멤버들이 그 영상을 소비하는 팬들에 대한 애정, 또한 그 영상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멤버들 서로를 향한 신뢰와 애정이 뒷받침되어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멤버들 간에 잡음으로 인해 사분오열되는 K-POP 그룹의 여러 사례를 지켜볼 때, BTS로서는 성장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BTS 팬들로서는 자신의 아이돌 기반이 견고함은 물론, 이들이 공중분해되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갖고 계속 응원할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13. 훌륭한 리더의 존재, RM

 

RM(김남준)은 BTS의 리더이다. 그가 BTS 내에서 최연장자도 아님에도 그는 BTS에서 리더로서 가장 적합한 인물이다. 아니 단순히 보이그룹의 리더를 넘어 한 조직의 리더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가장 모범이 되는 훌륭한 리더라고 할 수 있다. 또 역시 비교 대상인 한심한 슈쥬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각종 예능에서 멤버들은 이특이 리더로서 많은 역할을 감당하는 만큼, 그만큼의 특별 대우도 받는다고 언급했다. (예: 원정 공연 시 이특 혼자 스위트룸 독방 사용) 그러나 BTS에서는 어떻게 보면 리더로서 가장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RM은 언제나 대접받기보다는 멤버들을 대접하고, 역할만 다를 뿐 자신이 BTS에서 동일한 한 멤버임을 강조한다. 각종 상을 수상할 때에도 트로피, 꽃다발을 받는 사람, 소감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보면, RM은 대부분 다른 멤버들에게 기회를 주려 애쓴다. 영어가 유창한 멤버가 RM 혼자인 관계로 해외에서 RM이 대부분의 수상소감이나 인터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언제나 다른 멤버들에게 기회를 주고 그들의 생각과 답변을 유도하며, 다른 멤버들을 더 빛나게 하는데 공을 들인다. 또한 큰 이벤트를 준비할 때마다 멤버들을 다독이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면 왜 그가 훌륭한 리더인지를 알 수 있다. 그가 UN에서 대표로 한 연설문을 보면, (물론 빅히트에서 수없이 코치하고 퇴고해주었겠지만) 그의 생각이 바르며, BTS의 리더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젊은 세대들의 리더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RM이 언더 힙합신에서 활동하다가 처음 BTS에 합류하였을 때, 힙합신으로부터 '아이돌처럼 화장하고 춤추며 노래부르는게 힙합이냐.'하고 수모를 당했기에 (특히 한 라디오 방송에서 면전에서 대놓고 조롱을 당했다.), RM이 걸어온 길은 랩퍼와 아이돌 사이에 자칫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할 수 있는 차가운 시선을 온전히 감당해야 했다. 그 갈등의 길을 통과해온 RM은 오히려 긴 고민을 통해 랩퍼로서의 자존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음악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 랩을 계속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겸손함과 감사한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게 만들었다. 소위 한국의 주류 래퍼들이 상대방에 대한 디스(스윙스), 욕과 희롱(블랙넛), 자신의 강함에 대한 허세 및 환락적 삶에 대한 찬양(씨잼), 자신의 물질적 자산 자랑(도끼) 등이 마치 랩의 본질인 것처럼 가사에 담아낼 때, RM은 리더이자, 팀의 리드 래퍼로서 올바른 인생과 사랑, 자신의 내적 갈등과 이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주변인들의 고마움에 대해 랩을 한다. 과연 아이돌 그룹에서 이와 같이 훌륭한 리더가 앞으로 또 탄생할 수 있을까?

 

 

14. 선한 영향력에 대한 책임감

 

BTS의 스캔들을 잡아내려고 파파라치가 붙어도, BTS 멤버들은 늘 BTS 멤버들과만 있기에 아무것도 잡아낼 수가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존재할 정도로, 그들은 스캔들이나 인성 논란, 불법행위가 나타나지 않는다. 젊은 에너지를 가수 활동과 멤버들 간의 친목으로 건전하게 소비하는 듯하고, 또 가수로서의 삶과 여정을 깊이 고민하며 걸어온 만큼 후회도 없는 듯하다. 젊은 세대로서 한창 혈기왕성할 때 여러 이성도 사귀어보고 싶고, 또 그럴 기회도 얼마든지 있을 텐데, 아직까지는 그런 소식조차 들리지 않는다. 또한 한국의 최고 아이돌을 넘어 세계 최고의 보이그룹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팬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으며 매사에 겸손한 자세를 갖고 있다. 승리, 정준영 사건부터 GD와 탑의 대마초 사건 등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이 양질의 문화 콘텐츠만 만들어내기만 하면, 자신들의 사생활이 얼마나 더럽든, 팬들을 개돼지로 생각하든 아랑곳하지 않는 연예인들을 질리도록 봐온 대중들로서는, 자신들의 인기에 비례하여 선한 영향력이 갖는 파급력과 책임감을 잊지 않는 BTS의 존재는 즐거움이자 자부심이다.

 

 

 

BTS가 대체 왜 그토록 언어도 다른 전 세계에서 고루 사랑을 받을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하여, ARMY가 아닌 사람으로서 지극히 주관적인 시각에서 그 원인을 분석해 보았다.

 

그나저나 나는 이미 ARMY가 되어버린 것일까?

 

 

삼성 갤럭시 폴드와 화웨이 메이트X 발표 이후 언론은 폴더블 폰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표된 어떤 폴더블폰도, "왜 굳이 핸드폰을 접어야 하는가?"에 관한 명쾌한 대답을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폴더블 폰이 디스플레이 패널이 구부러진다는 상위 기술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갤럭시 폴드와 화웨이 메이트X를 보면, 액정 화면이 더 크고, 구부러진다는 것 외에는 오히려 핸드폰의 사양은 업그레이드(upgrade)가 아닌 일부 디그레이드(degrade)에 가깝다. 갤럭시S 시리즈에도 없는 노치의 존재, 요즘 나오는 모든 스마트폰이 갖고 있는 듀얼 스피커도 장착하지 않은 것 등이 그 예다. 




굳이 폰을 펼쳐서 태블릿이 될 필요가 없는 이유



1. 태블릿 모드일 때 전화가 오면?


태블릿 모드로 전화기를 펼친 상태에서 전화가 걸려오면 어떻게 모양을 전환해서 착신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삼성도 화웨이도 전혀 시연조차 하지 않아 이 부분은 좀 더 두고봐야할 것이지만, 추정컨대 태블릿 모드로 전화가 오면 전화벨이 울리는 사이 기기를 접은 후에 수신이 가능하게끔 기술적으로 구현해야 할 것이다. 8인치를 뺨에 갖다댈 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태블릿을 별개로 가지고 있는 상황보다 오히려 매번 한 단계 (접는 과정)를 더 거쳐야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그리고 접는 과정에서 수신 버튼, 혹은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도록 추가로 주의도 기울여야 한다.



2. 핸드폰의 가장 큰 목적은 필요 시 전화와 문자 수,발신 기능. 태블릿처럼 쓰다 배터리가 방전되면 낭패다.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기능을 조작하는 시대이지만, 여전히 휴대폰의 본연의 기능은 필요 시 전화와 문자의 수신, 발신 기능이다. 극단적인 예로는 영화 '터널'에서 주인공 하정우가 터널에 갇혔을 때, 외부와 교신이 가능한 유일한 수단은 그가 가진 스마트폰뿐이었다. 만일 그가 가진 핸드폰이 폴더블폰이라면? 액정이 더 커져 배터리 방전 속도가 더 빨라지는 태블릿 모드는 그 상황에서 사용해서는 안되는 불필요한 기능이 될 뿐이다. 일상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로, 태블릿처럼 사용하다가 배터리가 방전이 되기라도 하면 정작 중요한 전화를 해야할 일이 생겼을 때 어려움을 겪게 된다. 외장배터리를 가지고 있다한들 배터리 양을 다시 채우는 데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3. 2분할? 3분할 화면? 그런 기능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타이핑도 어렵다.


굳이 왜 폴더블 폰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여전히 빈약하지만 그나마 폴더블폰 시연행사에서 대답으로 나온 것이, 펼친 큰 화면에서 2분할, 3분할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2분할이 되는 태블릿에서, 유흥을 위한 게임, 동영상 시청에도, 생산성을 위한 작업에도 2분할조차 사용되는 예가 거의 드물다. 갤럭시 폴드는 시연화면에서 2분할에 이어 3분할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가장 큰 화면은 유튜브, 나머지 작은 두 화면은 각각 문자 메시지와 구글 검색 화면이었다. 그렇다면 그 화면에서 문자 메시지 답장은 어떻게 하는가? 구글 검색 타이핑은 어떻게 하는가? 키보드는 대체 어디에? 왜 가장 중요한 것을 보여주지 않았는지?



스마트폰은 탄생한 이래 꾸준히 진화를 거듭해왔다. 그러나 최신 발표된 핸드폰 (iPhone XS, Galaxy S10 등)의 다음 진화 형태가 폴더블폰인가?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다. 현재 발표된 폴더블폰은 지나치게 비싼 가격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데, 만일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운된다고 해도 굳이 iPhone XS, Galaxy S10을 놔두고 폴더블폰을 살 것인가? 일단 나의 선택은 확실히 "No!"다. 




현재 발표된 폴더블폰보다 더 시급한 진화 형태



1. 펼쳤을 때 일반 스마트폰 (6인치급) 사이즈, 반으로 접는 것이 가능한 형태의 스마트폰.


삼성과 화웨이 모두 폴더블 폰을 '접었을 때는 일반 스마트폰, 펼쳤을 때는 태블릿'의 모습만을 상정한다. 그러나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펼쳤을 때는 일반 스마트폰, 접었을 때는 작고 컴팩트한 사이즈'의 모습이 아닐까? 실제로 모토로라에서 그와 같은 이상적인 형태의 폴더블폰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아래의 렌더링 이미지를 보면, 과거 피처폰 시절 모토로라 핸드폰의 전성기를 가져왔던 레이저 폴더폰 모델의 연장선에서, 비슷한 형태를 구현하려는 듯 보인다.





2. '폴더블 폰'이 아니라 '폴더블 태블릿'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은 스마트폰 대로 사용자들이 만족하며 이미 잘 사용하고 있다. 오히려 폴더블 기술이 적용되어야 할 곳은 태블릿의 영역이다. 현재 나온 태블릿은 8인치에서 12인치까지 다양한데, 보통 가방에 넣어두고 다니는데 한 쪽 면 전체가 액정이다 보니 손상의 우려가 크다. 또한 여성의 경우 작은 핸드백에 넣어다닐 수도 없다. 따라서 전화, 문자 등 핸드폰의 고유 기능은 그대로 스마트폰에 귀속시켜놓고, 태블릿만 폴더블로 만드는 것이다. 쉽게 말해 갤럭시 폴드에 전화 기능이 빠지고, 외부 액정이 사라진 형태라고 보면 될 듯하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일반 아이패드 10인치의 경우 접으면 5~6인치가 될텐데, 그것만으로도 소비자의 구매욕을 크게 자극할 수 있을 것이다.




이래저래 현재 출시를 앞두고 있는 두 회사의 폴더블폰은 그다지 실용적이지도 않고 매력적이지도 않다.

갤럭시 폴드가 폴더블폰으로 전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매력적인 제품임은 틀림없지만, 이번 갤럭시 폴드 1세대는 구매하지 말고 건너뛸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지나치게 높은 가격


인간이 핸드폰 및 태블릿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업무, 구현할 수 있는 재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미 현재 그 다양한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기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것을 한 기기에 결합시켜놓았다는 이유만으로 (그마저도 매우 불완전한 결합) 각각의 가격을 합친 것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형성이 되어 있는 것을 굳이 살 필요는 없다. 1990년대, 신발만큼이나 커다란 휴대폰은 200만원을 훨씬 넘어섰고,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기술의 발전과 상용화로 휴대폰 가격이 훨씬 낮아진 것처럼, 폴더블폰이 다음 세대가 나오고 일반 핸드폰의 트렌드가 되면 자연스럽게 가격은 내려갈 것이다.


2. 불완전한 완성도


불과 2개월 후 판매 시작을 전세계 앞에 공언한 제품 치고는 갤럭시 폴드의 완성도는 너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심지어 공개행사 직후 체험단, 기자단에게 모델을 공개하지도 않았으며, 며칠이 지난 뒤 행사장에 유리관 안에 만져보지 못하게 모셔놓았을 뿐이다. 그마저도 가까이 접근해서 관찰하지 못하도록 보안요원이 제지하기까지 했다. 각종 성능도 혁신, 최초 등의 시장을 선도한다는 이미지와 타이틀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급조하여 만들어 놓은 티가 역력하다.


3. S펜 미지원


갤럭시 노트 시리즈로 펜의 우수한 성능에 정평이 나 있는 삼성이, 이렇게 높은 가격, 더군다나 노트보다 더 넓은 화면의 핸드폰에 S펜을 탑재하지 않은 것은 무척 아쉽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태블릿의 생산성이라는 토끼까지 잡았다고 칭찬이 자자했을텐데.


4. 무선 충전 미지원


최근의 갤럭시 시리즈에도 지원되는 무선 충전 기능을 오히려 훨씬 더 고가에, 다음 세대 모델격인 갤럭시 폴드가 탑재하지 않은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5. 5G 모델이 아니다.


전세계는 5G가 인터넷 문화를 변화시킬 커다란 새 패러다임으로 인식하고 총력을 기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5G 모델이 아닌 갤럭시 폴드 4월 출시 제품을 구입할 이유가 없다. 그 이후 출시될 한국 모델은 5G 모델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가격이 심지어 더 높게 책정될 것이다. 보통 같은 사양, 같은 기종의 5G모델이 4G모델보다 약 30% 더 비싸게 책정되는 경향으로 볼 때, 갤럭시 5G모델은 화웨이 폴더블폰과 같은 $2,600 언저리가 될 것이다. 


6. 접었을 때 매우 두껍다.


정확한 핸드폰 바디 사양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기에 갤럭시 폴드의 정확한 두께는 알 수 없지만, 육안으로 보아도 경쟁작인 메이트X는 물론이고, 시중의 그 어떤 스마트폰/태블릿보다도 훨씬 두꺼워보인다. 두께는 마치 2000년대 초반의 폴더폰을 연상시킨다. 다음 세대는 이 두께를 점차 줄여서 나올 것이다.


7. 접었을 때 화면이 매우 작다.


2000년대 중순 스마트폰의 출시 이후, 스마트폰은 베젤을 줄이는 싸움을 지속해왔다. 그런데 갤럭시 폴드의 접었을 때 화면은 이를 단숨에 역행해버린다. 그야말로 '왕' 베젤이다. 이는 가장 치명적인 단점인데, 원래 폴더블폰은 '접었을 때는 일반 스마트폰처럼, 펼치면 태블릿처럼'을 표방하는 제품인데, 접었을 때 일반 스마트폰보다 화면이 훨씬 작아져 버린다. 따라서 굳이 태블릿처럼 사용하고 싶은 때가 아니더라도 펼쳐서 볼 빈도가 늘어나게 되고, 이는 폴더블폰임을 무색하게 한다. 이러느니 차라리 갤럭시탭 8인치에 심 카드를 끼우고 말지... (실제로 삼성은 8인치 스마트폰을 출시한 적이 있다.)


8. 노치의 존재


최신 갤럭시S, 노트 시리즈에도 없는 노치가 갤럭시 폴드에 흉하게 들어가 있다. 




위 사항들만을 보아도 이 갤럭시 폴드가 얼마나 급조된 제품이며, 철학도 고민의 흔적도 잘 보이지 않는 제품임을 보여준다. 그러기에 이번 년도 제품은 사지 말아야한다. 위 단점들은 다음 세대에 걸쳐 차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더더욱 이번 년도 제품은 사지 말아야 한다.


갤럭시 폴드는 혁신을 보여준 것일뿐, 최신 스마트폰 고급기술의 집약체는 아니다. 200만원도 훌쩍 넘는 불완전한 제품 갤럭시 폴드를 사느니, 차라리 이번에 출시되는 갤럭시S10을 사고, 따로 좋은 태블릿을 사는 것을 권한다. 그래도 돈이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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