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다함께 차차차'라는 축구 예능 제작을 발표했다. 종편 예능 프로그램인 JTBC의 '뭉쳐야 찬다' (이하 뭉찬)가 크게 호평을 받으며 종편 예능임에도 높은 시청률을 얻고 있기에 이 흐름에 편승하려는 듯하다. 뭉찬이 지상파 예능의 시청률에는 비할 수 없다 해도, 각종 다시보기 VOD 사이트 순위나 화제성으로 볼 때에는 전체 예능 중에 상위권에 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링크 클릭: '전설의 빅피쉬'가 실패할 수 없는 이유라는 이전 글에서 종편 채널 A의 예능 '도시어부'를 표절모방한 프로그램인 SBS의 파일럿 예능 '전설의 빅피쉬'의 취약한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도 종편 JTBC 예능 뭉찬을 따라하는 방송사는 공교롭게도 역시 SBS이다. 위 '전설의 빅피쉬' 비판 글은 최소한 1화는 시청한 뒤 작성했는데, '다함께 차차차'는 아직 방영 직전이라 1화도 보지 않았지만 제작발표회의 내용만 보고도 비판할 점이 눈에 많이 띈다.
첫째, 뭉찬과의 차별점, 나아가 프로그램의 특색이 무엇인가.
적어도 '전설의 빅피쉬'는 '도시어부'를 모방할 때, 표절 의심을 지우기 위해 애써 노력한 흔적이라도 있다. (대어를 타겟으로 설정함으로서 주된 촬영지를 해외로 돌린다든가 하는 등). 그나마 조기축구에서 활약하는 뭉찬과는 달리 종목을 풋살로 지정한 듯 하나 그마저도 확정된 것은 아니다. 뭉찬과의 대결구도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것으로 보아 뭉찬의 조기축구 영역까지 확장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유일하게 발견할 수 있는 뭉찬과의 차이점은 딱 한가지. 뭉찬은 은퇴 선수들을 모아 축구단 활동을 하는 것이고, '다함께 차차차'는 연예인들을 모아 축구단 활동을 하는 것 뿐이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처럼,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가 계속 바뀜에 따라 서로가 서로를 닮고 장점을 수용하며 진화해 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심지어 뭉찬도 야심차게 신선한 시도를 했다는 뭉찬 PD의 각종 인터뷰와는 달리 표절, 혹은 모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KBS 2TV에서 방영한 '우리 동네 예체능' 축구편에서 뭉찬의 멤버이자 예능을 담당하는 정형돈이 출연했었다. 또 축구편은 아니었지만 족구편에서 뭉찬의 감독 안정환 역시 출연한 바 있다. 심지어 '우리 동네 예체능'이 처음 시작한 2013년보다 이전에 채널 A에서 '불멸의 국가대표'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는데, 뭉찬은 이 프로그램의 포맷을 그대로 가져오다시피 했다. '불멸의 국가대표' 역시 대한민국 스포츠의 전설이었던 선수들이 종목별로 도전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진행에는 김성주가 있었으며, 출연진으로는 이만기, 양준혁, 이봉주, 심권호 등이 있었다. 다만 축구를 도전하지 않고 종영했을 뿐이다. 타 종목을 도전할 때에는 주눅들어 있다가, 자신의 종목 차례가 돌아오면 코치가 되어 다른 멤버들을 가르친 것도 유사하다. 실제로 뭉찬PD는 인터뷰에서 혹한기에는 동일한 멤버를 가지고 허재를 감독으로 실내 스포츠인 농구편을 방영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는 어리석게도 표절을 자인한 셈이다. 또한 역시 뭉찬PD와 출연진이 안정환의 첫 감독 역할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던 것과는 달리, 안정환은 '청춘FC'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감독으로서의 역량도 이미 성공적으로 입증한 바 있다.
스포츠, 더 협소하게는 축구라는 온 국민이 흥미를 가지는 아이템을 예능에서 뭉찬이 독점할 이유는 없다. 팀을 꾸려 스포츠 종목에 도전한다는 뭉찬의 아이템이 그다지 특별한 것도 아니고, 뭉찬 역시 다른 프로그램 모방을 많이 했기에 단순히 같은 아이템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을 필요는 없다. 그런데 최소한 아이템은 같아도 기존 프로그램과 차별점 내지는 시청자로부터 매력을 끌 수 있는 색깔을 확실하게 드러내야 하는데 이를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다. 심지어 연배가 높은 남자 성우를 나레이션 기용했던 '도시어부'를 따라하려던 '전설의 빅피쉬'에서 보였던 단순 기계적 모방이 쉽게 관찰된다. 더구나 그 모방 과정에서 전설의 빅피쉬가 고집했던 아이돌 끼워넣기의 실패 공식을 그대로 반복한다.
둘째, 뭉찬과의 차별점을 밝히기는 커녕 뭉찬을 조롱하기만 했다.
기존 프로그램인 뭉찬과 차별점을 밝히고 본 프로그램의 강점과 매력을 어필해야할 제작발표회에서 그리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듯하다. 히트 상품인 뭉찬을 의식해서인지 뭉찬에 대한 견제 발언을 계속 쏟아내는데, 그 정도가 꽤 심했다.
"'뭉쳐야 찬다'에는 축구에 관심없는 전설적인 스포츠 선수들이 모였지만, 이 프로그램에는 워낙 축구를 좋아하는 방송인들이 모였기 때문에 방송 시작부터 강한 팀을 상대한다"
"입담과 재미보다 진지하게 승리를 위해 경기한다."
"축구 예능이 아닌 이천수 감독의 지휘 아래 진지한 스포츠 경기를 볼 수 있다."
- 제작발표회 중 이수근의 발언.
- 출처: 매국조선일보 링크 클릭: "이수근 "다함께 차차차, 축구예능 아닌 진정한 스포츠 경기"
프로그램의 기획과 출연에 주축으로 참여한 이수근의 발언이기에 이는 '다함께 차차차' 제작진과 출연진의 공식적인 시각이라 간주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에 따르면, 뭉찬은 '축구에는 딱히 관심이 없는 입담과 예능 위주의 집단', '축구에 임할 때 진지함을 찾아볼 수 없는 이들', '원래 실력이 없는 사람들' 반면에 '다함께 차차차'는 '축구에 정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예능보다 축구에 더 집중할 사람들', '축구에 진지하게 임할 사람들', '원래 실력이 좀 있는 사람들'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뭉찬의 감독과 선수단, 제작진에게 굉장히 무례한 발언이다. 또한 사실과도 다르다. 뭉찬 멤버들은 시청자가 보기에 충분히 모두가 열심히 진지하게 임한다. 그 진정성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더라면 애초에 뭉찬이 이렇게 흥행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최근 방영된 편에서는 축구에 대한 열정, 실력 면에서 가장 하위 경계선에 걸쳐있다고 할 수 있는 허재마저도 나이를 잊고 동료 선수들에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했다. 뭉찬이 승리를 경시한다고 비하하는데, 최근 몇 화를 시청한 사람이라면 뭉찬 멤버들이 누구보다 승리를 갈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겨울이 다가오는데 하복이 추워서라도) 더구나 승부욕 빼면 시체로 살아온 선수 출신들이라 지는 것을 누구보다 분하게 여긴다. 안정환은 종목을 초월하여 선후배 위계질서가 매우 엄격한 한국 스포츠의 대선배들이 모여있는 팀의 감독이 되어 팀을 하나로 모아 실력을 차근차근 향상시키고 있는데, 진지함이 없었다면 이룰 수 없는 난이도 높은 성과이다.
또한 뭉찬이 계속 큰 점수 차로 대패하는 모습을 비춰주니, '다함께 차차차' 본인들은 그보다는 훨씬 잘 한다고 우쭐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과연 그럴까? 이수근이야 운동신경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지만, 다른 이들은? 딱 봐도 예능하라고 투입한 개그맨 이진호, 모델로서 훌륭한 신체조건임에도 각종 프로그램에서 운동신경은 영 허당임이 드러난 한현민, 예능감은 좋지만 운동 실력은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 딘딘, 이름도 처음 들어본 얼굴 마담 아이돌들... 뭉찬에 섭외된 스포츠 스타들도 프로그램 시작할 때에는 각자 자신들의 축구 실력에 큰 자부심이 있었다. 이만기, 심권호, 김동현, 김용만부터 최근에 용병으로 투입된 김병현에 이르기까지, '나는 신체조건에는 자신이 있어 축구에도 유리하다.'. '나는 그래도 축구는 남들보다 좀 하는 편이다.' '나는 축구를 오랫동안 꽤 훈련한 사람이다.' 라는 허세와 착각 속에 꾸준히 축구를 즐겨온 이들조차 뭉찬에서 실전을 대하고 그 실체 앞에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그런데 이런 연예인들을 데리고 '우리는 뭉찬과는 달리 축구를 잘한다'라고 발언하는 저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공동 기획자인 동시에 핵심 출연자이자 팀의 주장인 이수근은 다름 아닌 개그맨이고, 나머지의 대부분이 예능 출연자와 춤 추고 노래하는 아이돌인데, '우리는 뭉찬과는 달리 축구예능이 아닌 진정한 스포츠 경기'라고 발언하는 저 뻔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정말 예능 안 할 것인가?
더구나 우리는 '시작부터 강한 팀'을 상대한다니? 이것은 즉 뭉찬을 상대했던 팀들은 그저 수준 낮은 팀이었다 라는 뜻이다. 이는 뭉찬을 상대했던 팀들에 대한 심각한 비하 발언이다. 정말 약팀들이었나? 뭉찬 어쩌다FC의 첫 평가전 상대는 활동 인원만 120명에 달하는 FC새벽녘이었다. 아무리 어쩌다FC가 오합지졸이었다지만, 스포츠 분야의 내노라 하는 전직 국가대표 레전드들로만 이루어진 팀인데 FC새벽녘은 이들을 11대 0으로 압도하였다. 그 다음 공식 제 1경기는 40여년의 역사를 가진 도봉축구회로서 13대 0의 스코어를 기록하였다. 심지어 그 다음 경기인 경인축구회(11대 0)는 앞의 두 팀보다 더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이후 상대한 팀 중에는 평소의 온화한 사랑꾼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승부욕의 화신으로 변했던 최수종이 속한 일레븐FC(3대 0), 나이는 비록 어릴지라도 가장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는 이들, 바로 축구 명문 서울신정초FC(12대 2) 등이 있었다. 이처럼 뭉찬은 조기축구회에서도 가장 실력이 뛰어나고 열정이 높은 팀들을 우선적으로 상대해왔다. 대체 어떤 강팀을 상대하려기에 위에 언급된 조기축구계 전통의 강호들을 한꺼번에 깎아내리는 것인가? 프로 축구 2군하고라도 경기를 하려는지?
결국 동종업계에서 계속 얼굴 마주칠 제작진, 연예인, 출연진 들인데, '축구를 가볍게 보고 무시하는 저들과는 달리 우리는 진지하게 임한다!'라는 뉘앙스의 발언이 본인들 얼굴에 침 뱉는 것 이외에 대체 여타 무슨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언변도 뛰어나고 예능에서 잔뼈도 굵은 이수근이 왜 이렇게 무례하고 경솔한 발언을 했을까? 인터넷 기사를 보고 눈을 의심했을 정도이다.
차라리 모방 프로그램이고 축구 인기에 편승한 것이라고 솔직히 인정했으면 어땠을까. 모범 답안이라면 다음과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최근 뭉쳐야 찬다의 성공은 수도 적고 성공하기도 어려웠던 스포츠 예능에 희망을 준 단비와 같은 소식입니다. 저도 역시 시청자이자 팬으로서 기획 단계부터 많은 부분을 참고한 것도 사실입니다. 뭉찬 출연진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과 뛰어난 예능감은 저희에게도 좋은 자극이 됩니다. 함께 선의의 경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뭉찬팀에 비해 뒤늦게 출발하지만, 언젠가 어깨를 나란히 하여 친선 매치도 꼭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왜 이렇게 답하지 못했을까? 나한테 조언을 구했다면 저렇게 제작발표회 인터뷰 내용을 작성해주었을텐데. 내가 아닌 누구라도 충분히 저리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을. '아는 형님' 등에서 이수근의 언어 구사와 센스가 돋보여 보인 것도 결국 그저 언어에 뛰어난 사람이 별로 없는 연예인 무리들 중에서 그나마 나았기 때문이었을 뿐인가. 예능인 이수근에 대해 이래저래 실망이 크다.
더구나 뭉찬에서 예능인으로 발돋움한 허재의 영입을 제안하기도 했으니, 허재와 같이 축구 뿐 아니라 예능으로도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라는 바람이 간접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으나, 조금만 삐딱하게 바라보면, 같은 아이템을 가지고 순항 중인 프로그램에서 가장 HOT한 사람 한 명 빼오고 싶다 라는 역시 무례한 발언으로 들릴 수도 있다. 이것은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셋째, 기획의 출발점이 축구가 아니다. (그러고도 축구에 대한 진지함을 논하다니?)
제작발표회에서 김태형 SBS 플러스 국장의 발언을 살펴보자.
'올봄에 젊은 아이돌과 프로그램을 하나 하고 싶은데, 춤과 노래 이외에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게 뭘까 생각했다. 유튜브에 '이수근 채널'을 보게 돼서 연락을 드렸다."
-출처: 스포츠동아 "링크 클릭: [DA:현장] "'뭉찬'보다 진지"...'다함께 차차차' 전국 제패 노린다(종합)
애초에 프로그램 기획의 출발점이 '축구에 대한 열정'이 아니라 '아이돌 활용법'이었음을 자인한 셈이다. 그래놓고 뭉찬을 '축구에 진지하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디스하는 광경이라니...
넷째, 감독이 이천수라고?
대한민국 20대에서 50대에 걸쳐 이천수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딱히 부연 설명도 필요하지 않다. 그는 당대 대한민국 최고의 실력을 가진 TOP 축구 선수였다. 동시에, 주먹감자로 대표되는 숱한 말썽을 일으켰던 사람이다. 그의 과거 행적과 발언, 그에 따른 인성은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티비에서 참고 봐줄 만한 임계치를 한참 넘어버린 사람이다. (궁금하면 인터넷에 검색해 보라.) 개인적으로 그 얼굴을 보고 싶지도 않고, 목소리도 듣고 싶지도 않다.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이다. 다른 사람은 의견이 다를 수도 있다.)
예능인 이천수는 어떠한가? 그가 출연한 소사이티 게임 시즌2를 본 적이 있다. 소사이어티 게임은 고립된 집단 생활에서 생존 경쟁을 통해 각 개개인의 인내력과 본성을 테스트하는 컨셉의 예능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서 이천수는 역시 비호감이었다. 불평하고, 리더 자리에 있든 있지 않든 자신만의 의견이 옳다고 주장하며 타인의 의견을 묵살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종종 비춰졌고, 심지어 그런 위계 상황과 무거운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교포(?) 유학생 여성은 이천수로 인하여 울음을 터뜨리기까지 했다.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은 비교적 뛰어나지만 팀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고, 정작 본인의 강점인 피지컬마저 어필하지 못하여 탈락을 맞이했다. 상대 팀에서 유사하게 카리스마적 리더십으로 좌중을 압도했지만, 충분한 설득의 과정과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내 편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기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능력치를 보여주어 결국 시즌2 우승자로 선정된 장동민과는 내내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더구나 그는 이미 축구 관련 예능을 한 번 시도해 실패한 사례가 있다. 매국TV조선에서 '히딩크의 축구의 신'을 방영하여 이천수를 코치진으로 영입했으나, 소리 소문 없이 종영했다. ('히딩크의 축구의 신'을 시청한 적은 없으나 히딩크는 사실 이름만 걸어놓은 것일 뿐이라 기획도 엉성하고, 이천수는 여러 코치진 중 한 명이었기에 이 프로그램 실패의 책임을 그저 이천수에게 돌릴 수는 없지만.)
선수 은퇴 후 축구인으로서는 어떠한가? 그는 현재 인천 축구단에서 전력강화팀장이라는 보직을 맡고 있다. 과거 그와 같은 물의를 일으키고도 아직도 주류 축구계가 그를 받아주는 것을 보면, 그가 정말 뛰어난 실력의 축구선수였음은 틀림없는 모양이다. 유튜브를 꾸준히 하고 있는 듯한데, 벤투 감독의 기용을 두고 신랄하게 비판하여 곧잘 회자된다. 벤투 감독이 어느 골키퍼를 편애한다는 둥, 기회를 일부러 안준다는 둥. 기술 조언이나 전술 비판을 넘어서서, 지도자의 역량을 깎아내리고 흠집내려 하는구나 하고 눈살이 찌푸려진 기억이 있다. 역시 이천수답다라는 생각을 했고, 발언 내용 면에서도 그저 딱 유튜브에서나 나올 법한 내용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천수의 벤투 감독을 향한 경솔한 언행과 비난, 이에 대한 비판은 다음의 링크된 기사에 잘 설명되어있다. 링크 클릭: [김현회] 이천수와 송종국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
그런데 인천 축구단은 전력강화팀장이 예능 프로그램 감독으로 일주일에 최소 하루는 통째로 스케줄을 비워야 하는데 그것을 허용해주는 것인가? 뭉찬의 이만기, 여홍철 등도 본업이 있으나 교직에 있으니 일주일 중 하루는 비워둘 수 있는 듯하다. 그런데 전력강화팀장은 업무의 강도는 둘째치고, 시기 상 시즌 진행 중에 그렇게 일주일 중 하루를 비워둘 수 있을까? 축구계 내부 사정을 모르니 나는 알 턱이 없다. 그 업계에서는 용인되는 범위 내인가보다 하고 추측할 뿐이다. 다만 내가 만일 인천 축구단 팬이라면 그리 달가운 소식은 아닐 듯 하다. 아마 내가 응원하는 구단의 팀장이 적어도 시즌 중에는 예능 출연 등 다른 일보다는 본업에 충실하기를 바라지 않을까? 심지어 인천 구단은 현재 강등권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으며, 감독인 유상철마저 건강에 이상이 생겨 큰 보도가 될 정도이다. 이렇게 절박하고 중요한 시기에 팀장은 예능 출연을 하고 있으니 좋게 보일 수만은 없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이천수에 대한 생각을 총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한민국 축구사에 족적을 남긴 최고의 축구선수였다. 둘째, 예능인으로서 주류에 머물기엔 능력이 한참 못 미친다. 셋째, 축구 관련 기술자, 분석가는 할 수 있을지언정, 절대 선수의 마음을 움직이는 리더, 지도자 감이라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SBS와 이수근은 그를 택했다.
(차라리 '다함께 차차차'라는 운과도 맞아 떨어지게 차범근이나 차두리를 감독으로 섭외했다면 어땠을까?)
다섯째, 안정환의 우월함과 대체 불가능성
안정환은 대중 앞에 서는 방송인으로서는 참 많은 것을 갖춘 사람이다. 선수 전성기 때 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어느 톱 연예인 못지 않은 잘생긴 외모를 갖추고 있으며, 축구 중계를 오랫동안 맡을 만큼 목소리도 좋고 입담도 훌륭하다. 냉장고를 부탁해,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요 출연진으로서 활약하고 시청률도 좋게 나와, 이제는 부인할 수 없는 예능 흥행 보증 수표가 되어버렸다. 특히 사생활이나 평소 언행에 뒷소문이 없고, 평생 몸을 쓰는 스포츠에 몸 담아온 사람임에도 상황에 따라 바른 언어와 적절한 표현을 사용하여 (다른 스타선수 출신 해설위원이었던 송종국, 박지성보다 비문도 훨씬 적다.), 이 사람을 프로그램에 투입했을 때, 흥행은 둘째치고, 적어도 실수할 가능성이 적다. 즉, 기용의 리스크가 작다.
그런데 안정환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그의 축구에 대한 열정과 그에 못지 않은 지도자로서의 격(格)이다. 예능인으로 완전히 전업한 듯 하지만, 이미 꾸준한 과정을 밟아 프로팀의 감독직도 맡을 수 있는 정식 코치 라이센스를 취득하였고, 동료였던 축구계 인사, 감독 등과 밀접한 교류, 축구 해설위원으로 오랫동안 활약해온 경험 등으로 인해 축구에 대한 감을 잃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청춘FC와 뭉찬 두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리더로서의 안정환은, 선수들의 몸을 움직이게 만들어야 하는 축구를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함을 몸소 보여주었다. 그는 이미 진정한 지도자로서 갖추어야할 덕목을 거의 완벽하게 구비한 완성형 지도자이다. 물론 농구의 현주엽 감독처럼 (그 모습 뿐이겠는가 만은) 종종 선수들과 스탭들에게 윽박지르는 스타일도 대한민국 프로 농구 감독이라는 지도자로서의 정점에 오를 수도 있다.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것은 여러 가지 다른 것들도 있으므로.
'우리들의 공교시' 시즌2라는 프로그램에서 야구의 전설 이만수 감독은 야구 명문으로 이름 난 배명고의 야구 동아리를 맡은 적이 있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이만수 감독의 생일 파티를 맞이하여 배명고 야구 동아리 전원이 이만수 감독의 과거 대표 팬서비스였던 팬티 질주 세레머니를 재현한 모습이었다. 전 국민에게 방영되는 카메라 앞에서 부끄러움도 모르고 생일 축하 이벤트로 팬티를 입고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제자들 앞에 이만수 감독은 그만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자신이 받은 수 많은 상 중에 이 생일상이 가장 큰 상이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 고백하였다. 감독이 단순히 스킬을 가르치는 기술 전수자로 그치지 않고, 동아리 학생들의 마음을 얻었기에 가능했던 감동적인 모습이었다. 이후 배명고 동아리는 우승까지 함으로서 이만수 감독은 기대한 성과까지 내었다. 스포츠는 팀의 사기가 중요하므로, 기술, 전술, 피지컬 뿐만이 아니라 멘탈 관리와 동기 부여에 능한 지도자다운 지도자가 있을 때 성적까지 잡을 수 있다는 좋은 예이다.
'우리들의 공교시' 시즌1에서는 한국 농구의 전설 중의 전설 서장훈이 나와 고교 농구 동아리 감독을 맡았다. 비록 안정환보다 더 활발한 예능인이 되어버렸지만, 농구계 전설답게 감독으로서 적절한 전술과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재미있었던 것은, 강압적으로 소문이 난 한국 농구계의 고질적인 분위기에 서장훈이 오랫동안 익숙해져왔던 탓인지, 실력은 뛰어나지만 공식적으로 감독 역할은 처음이었던 탓인지, 방송 초반에 그의 다소 고압적인 훈련방식과 리더십 때문에 본의를 오해한 동아리 학생 일부와 갈등이 일어나는 모습이 비춰지기도 했다.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농구계의 전설인 서장훈이 까마득한 후배인 고교 동아리 학생 앞에서 자신의 리더십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빠르게 그 상황을 수습했다는 것이다. 서장훈, 이 사람 역시 예능인이 되어있지만 감독이 된다면 정말 뛰어난 지도자가 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안정환은 이만수, 서장훈과 리더십 스타일이 또 많이 다르지만, 청춘FC에서 비춰진 모습은 역시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인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지도자의 모습이었다.
선수를 자식처럼 생각했던 야구 이만수 감독의 애정, 감독으로서 진화하는 자신의 부족함을 어쩌면 무례한 언행을 보인 것일 수도 있는 한참 어린 고교 후배 앞에서도 빠르게 인정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용기와 결단력을 갖춘 농구 서장훈 감독의 자세, 결과보다는 과정과 단합, 변화와 포용을 중시하는 축구 안정환 감독의 리더십. 위 세 사람의 모습 중에 그간 우리가 봐온 이천수에게서 감독으로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단 한 가지라도 있는가? 없다. 전혀 없다. 물론 위 세 감독의 강점을 이천수 감독이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해서 축구 성적을 잘 내지 못하리란 법은 없다. 그러나 성적을 잘 낸다 한들, 감독 이천수에게서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감동이나 서사나 교훈이 있을까?
'예능' 프로그램에서 '축구'를, 그것도 '감독'을. 안정환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없다.
여섯째, 실적 지상주의는 축구 동호회의 진정한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도시어부와는 달리 낚시 속에 숨겨진 여백과 느림의 미학, 인생과 사람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오로지 가장 큰 물고기를 잡겠다는 목표로 낚시의 즐거움을 극단적으로 협소하게 설정해버린 '전설의 빅피쉬'의 실패요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뭉찬은 승리를 위해 함께 모여 훈련하지만 승리보다 더 중요한 목표가 있다. 50대의 이만기부터 30살 가까이 차이나는 막내가 함께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임하고 미숙했던 어제보다는 오늘, 부족했던 오늘보다는 내일 조금씩 나아지는 것, 조금 더 팀원을 신뢰하는 것, 개인이 아니라 팀이 되었을 때 실력이 향상되는 서로를 바라보며 격려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것. 이 모든 과정이 안정환 감독의 탁월한 리더십 하에 뭉찬에서 아름답게, 또 유쾌하게 그려진다. 그 때문에 매 경기 속이 쓰리도록 처참한 최종 스코어를 받고도 경기 직후 안정환 감독의 총평은 언제나 과정과 격려에 집중되어 있다.
만년 벤치 멤버인 허재가 프로그램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나이가 제일 많은 이만기와 허재가 실력과 상관 없이 후배들 앞에서 솔선수범할 때 상응하는 존중을 받으며, 실력이 가장 뛰어난 에이스 이형철보다 실력이 가장 발전한 양준혁, 진종오 등이 더 칭찬을 받는다. 중계 및 예능 담당인 김성주, 정형돈 등을 제외하면 아무리 실력이 떨어지는 멤버라도 최소한의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 교체멤버 중 가장 후순위로 호명되는 김성주, 정형돈은 오히려 본인들을 '아무나'라고 지칭했다며 감독에게 도리어 큰 소리를 땅땅 친다. 뭉찬은 어쩌다FC의 주전과 후보로 나뉠지언정 아무도 카메라 앞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이 모두가 뭉찬이라는 팀의 주전이 된다. 다른 멤버들보다 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멤버인 심권호에게, 그의 전 조기축구 소속팀인 일레븐FC와의 경기 때 모두가 보는 앞에서 안정환 감독이 그라운드에서 직접 주장 완장을 채워주는 뭉클한 장면은 안정환 감독과 프로그램의 방향성과 가치 우선순위를 짐작하게 한다.
반면, '다함께 차차차'는 애초에 목표가 '전국 풋살 1위팀을 꺾는 것'이다. 조기축구와는 달리 풋살 리그에는 본업이 '풋살 선수'인 이들이 많다. 운동하기에 열악한 환경, 선수로서 넉넉치 못한 연봉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고된 투잡을 뛰면서까지 그 꿈을 좇고자 열심히 훈련한다. 일주일에 한 번 재미삼아 예능으로 만나는 개그맨들과 아이돌들이 이들을 꺾는 목표는 현실적으로 달성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 의도가 교훈적이지도 않다. 뭉찬에 등장한 소방관들로 구성된 축구팀은 방송에 나와 불우이웃 돕기 일환으로 진행하는 달력 판매를 홍보하기도 했고, 60년대 생 동갑내기로 구성된 축구팀은 나이를 잊고 훌륭한 조직력을 보이기도 했다. 이 두 팀에 단순히 남자들끼리 종종 모여 축구하고 헤어지는 것 이상의 깊은 유대감이 있으리란 느낌을 받았다. 축구를 하는 데 이기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축구를 통해, 또 그 모든 관계와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을 만큼 얻어가고, 즐길 수 있을 만큼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 축구의 묘미 아니겠는가. 그런데 1등팀을 꺾겠다는 성적 지상주의 속에 많은 다른 즐거움을 가리고, '다함께 차차차'는 시청자들로부터 어떠한 공감을 얻겠다는 것인가? 정말 예능은 안 할 거죠?
지금 그려지는 '다함께 차차차'의 모습은 성적 지상주의를 목표로 대외적으로 천명한 이상, 이천수의 고압적인 태도 하에 팀 내 상대적으로 실력이 떨어지는 멤버들이 차별받고 주눅들고 점차 팀에서 소외되는 그림이다. 이 예상은 빗나갈까?
일곱째, 시청자 타겟층 설정의 완벽한 실패
드라마와 같았던 2002 월드컵 4강 진출을 기점으로 여성도 축구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다지만, 축구라는 예능 아이템은 기본적으로 남성층을 타겟으로 할 수 밖에 없다. 단순히 축구 팀이나 선수를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대부분의 남성들은 축구를 직접 즐겨본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어릴 적 학교에서 체육 시간, 점심 시간에, 군대에서 주말 아침마다... 공과 공터만 있으면 즐길 수 있는 축구는 남성의 일상에 오랫동안 파고든 토템과 같은 것이다.
뭉찬이 남성 타겟층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템이 축구라는 이유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자신이 한때 열렬히 좋아하던 스포츠의 우상들이 나온다는 점, 은퇴한지 수 년, 또는 수십 년이 되어 아저씨(아재)가 되어버린 전설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모습도 투영시켜보고 과거를 추억해볼 수 있다는 점, 아재들의 입담과 우정을 보며 남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서를 보여준다는 점 등. 이것이 뭉찬에 여성 출연자가 한 명이 나오지 않아도 남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런데 '다함께 차차차'는 어떠한가? 소수의 중심이 되는 예능인들을 제외하면 전원이 다 '남자' 아이돌들이다. 아이템은 축구로 주 타겟층은 남성 시청자들인데, 출연진은 남자 아이돌로 구성함으로서 여성 시청자들을 주 타겟으로 할 수 밖에 없는 모순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남성 시청자들을 위해서 매니저나 응원단, 서포터 등의 제도라도 만들어서 여자 아이돌 한 명이라도 집어넣었어야 했다. 심지어 과거 이강인이 활약했던 날아라 슛돌이 프로그램에서조차 여자 매니저는 존재했다. 심지어 낚시라는 남성 전유 아이템으로 '도시어부'를 따라한 실패작 '전설의 빅피쉬'조 또한 여자 아이돌 한 명을 집어넣었다. 결국 '다함께 차차차'에서는 축구 예능 컨텐츠를 주로 소비해야하는 남성 시청자들은 남자 아이돌 일색이라 시청을 꺼릴 것이고, 출연한 아이돌의 일부 여성팬들만 시청을 하게 되는 기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차라리 대놓고 여성 시청자들을 주 타겟층으로 설정할 요량이었으면 출연하는 남자 아이돌들이 팬덤이 두터운, 최소 아육대에 출연하는 아이돌 급은 되었어야 할텐데...
남성 시청자들을 위한 축구 아이템으로 여성 시청자들이 찾아볼 남자 아이돌을 내세우다니... 시청자 타겟층 분석의 완벽한 실패다.
여덟째, '뭉쳐야 뜬다' 출연진의 시너지를 따라갈 수 있을까?
'뭉쳐야 찬다'라는 프로그램명에서 볼 수 있듯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 출연진은 '뭉쳐야 뜬다'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뭉쳐야 뜬다'는 JTBC의 과거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1기 멤버는 현재 뭉찬에서 선수 출신을 제외한 멤버 전원인 안정환, 김용만, 김성주, 정형돈이었다. 이들이 2년 여에 걸쳐 세계를 여행하며 쌓았던 돈독한 우정과 케미를 뭉찬에 그대로 이식하였기에 뭉찬은 시작부터 어색함 없이 흘러갔다. 반면, '다함께 차차차'는 걸출한 예능인 이수근 한 사람에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의 역량으로 어디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아홉째, MC, 중계는 누가 할 것인가?: 단독 MC로서의 이수근의 불완전함
뭉찬에서 감독은 안정환, 그 외에 주축 멤버로 정형돈, 김용만이 있지만, 역시 상황 중계는 김성주가 주축임은 부인할 수 없다. 안정환은 감독으로 무게를 잡고 있어야 하고, 전설의 은퇴 선수들은 안정환처럼 언변이나 예능감이 뛰어난 이들이 많지 않고, 선수로서 실제 몸으로 그라운드에서 축구 실력을 보여주는데 집중해야 하기에 모든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상황 정리, 행사 진행, 인물 소개, 심판 역할 등은 김성주가 MC로 나선다. 심지어 경기 중에는 현장의 긴박함을 어떻게 안방 시청자들에게 비슷하게 전달하는가가 관건인데, 스포츠 중계 전문인 김성주는 주로 경기에 투입되지 않고 중계를 전담한다. 스포츠 예능에는 이와 같은 중계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따라서 과거 이강인 선수가 활약했던 어린이 축구예능 '날아라 슛돌이'에서는 중계를 아나운서 최승돈과 개그맨 이병진이 전담했었고, '천하무적 야구단'에서는 게임 캐스터 허준이 전담을 했다. 그런데 '다함께 차차차'에서는 그 역할을 누가 할 것인가? 예능감이 뛰어난 이수근은 직접 선수로 뛰어야 하기에 경기 중에는 중계를 할 수도 없다. 제작발표회에서 알려진 출연진 구성으로 보았을 때는 선수 중에 MC나 중계를 할 사람이 딱히 보이지도 않고, 최소한 따로 외부에서 누구를 불러 중계라도 전담시킬 것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또한 이수근은 단독 MC보다는 집단MC, 혹은 보조MC로서 다른 사람(예: 강호동)과의 시너지를 통해 비교적 free role을 부여받아 본인의 강점을 더욱 부각시키는데 능한 연예인이다. 그런데 이수근을 한 가운데 배치한 이 프로그램에서 그를 조력할 수 있는 캐릭터가 누가 있는가? 더구나 이수근은 주장 역할도 수행해야 하므로 집중력이 분산될 수도 있다. 즉, 뭉찬에서는 중계자이자, 중립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김성주라는 존재가 있는데, '다함께 차차차'에서는 이수근은 직접 '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므로 운신의 폭이 제한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보완해줄 재능있는 예능 캐릭터가 보이지 않는다.
열번째, 촌스럽고 허접한 작명: 프로그램의 철학, 방향성과의 불일치
'전설의 빅피쉬'라는 촌스럽고 허접한 작명 실력은 '다함께 차차차'에도 이어졌다. 30여 년 전에 발표된 트로트 곡 이름을 사용하고, 심지어 올바른 맞춤법은 '다 함께 차차차'로 '다'와 '함께'라는 부사 사이에 띄어쓰기가 있어야 하는데, 동명의 원곡과 같이 두 단어를 그냥 붙여서 '다함께 차차차'라고 차용한다. 이런 작명 센스를 가진 제작진에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기대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아무리 '차(kick)'라는 음절이 들어갔다지만, 왜 이 철 지난 곡명을 프로그램 간판으로 쓰는 것일까? 아마도 온 국민에게 이미 익숙한 이름이기 때문일 것이다.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이름인 만큼, 그 이름과 프로그램의 방향 및 철학을 일치시키도록 충분히 숙고의 과정을 거쳤어야 하는데 그러한 고민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다 함께'라는 것은 왠지 1등을 꺾고 최고가 되겠다는 성적에 대한 목표 설정보다는 '더불어', '함께', '원팀으로', '협동하여' 라는 축구를 통한 성숙과 깨달음의 의미가 더 와 닿는다. 즉 프로그램명(다 함께)과 프로그램의 목표(성적 위주)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 셈이다. 한 마디로 프로그램의 철학과는 무관하게 그저 손쉽게 기억할 수 있는 유명한 이름이라 생각 없이 갖다붙인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팀명은 또 어떤가? 'Goal미남 축구단'이라 명명하였는데, 아마도 꽃미남에서 따온 듯 하다. 팀명은 그 팀의 색깔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립적', 또는 '포괄적'이어야 한다. 차후에 누가 들어오더라도, 아니 적어도 이미 합류가 결정된 팀멤버들 사이에서 만큼은 소속감과 동질감을 확실히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기존 축구단이 지역이나 직종에 따른 팀명이 많은 이유이다. 그런데 '다함께 차차차'의 축구단 이름은 외모에 관한 것이다. 미남을 이름으로 해버렸으니, 당장 팀 내에서 가장 권위를 가지고 중심축이 되어야 할 감독 이천수부터 해당되지 않는다. 미남 안정권(?)에 들어온 아이돌 멤버들 내에서도 속마음으로는 이견이 생길 수도 있다. 팀명이 팀의 동질감과 단합심을 오히려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는지 우려스럽다. 또한 외모를 가지고 팀명을 만들었다는 것은 역시 '진지함' 또는 '축구'가 아닌 '비주얼', 또는 '아이돌'에 프로그램의 방점이 찍혀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이 팀명을 강하게 밀어붙인 것이 이수근이라고 하니, 예능인인 그에게 대체 어디까지 실망해야 할까.
마지막으로, 정말 예능이 아니라 스포츠인가?
예능이 아니고 스포츠라고 주장해봤자, 누가봐도 예능이다. 심지어 대부분의 출연진이 스포츠인으로만 구성된 뭉찬도 100% 예능 프로그램이다. 예능이 아니라 스포츠라면, 정말로 상대 팀과의 경기 장면만 중계하고 끝나야 할 것이다. 시청자들이 자신의 프로그램을 선택하여 시청해주길 바라는 이 제작진과 출연진들은 본 프로그램의 매력 포인트가 대체 무엇이라 생각하는 것일까? 심지어 기획자와 주장은 개그맨(이수근)에, 나머지 출연진은 죄다 개그맨, 예능인, 아이돌이다. 가장 황당한 것은, 제작발표회 때 심지어 팀을 창단해 풋살경기를 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월드컵 단체 관람'을 미래 구상으로 내놓았다. 그 스포츠 참 좋은 스포츠다.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은 아직 방영 직전이라 1회도 보지 않고 내리는 결론이기에 성급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방영이 시작되면, 굳이 내가 따로 언급할 필요조차 없어질 것이다. 완성도가 높으면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반영이 될 것이고, 완성도가 낮으면 알아서 비판이 쏟아질 것이므로. 지금의 느낌으로는 이 프로그램 역시 '전설의 빅피쉬' 2탄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